MB와 사귄 지 100일, 꽃다발 대신 촛불을 들다

이명박 집권 100일을 돌아보며...

등록 2008.06.04 09:27수정 2008.06.0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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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연인들이 만나 사랑하며 사귄 지 100일이 되면 그들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한다. 100일 동안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서로간의 믿음을 공유하며, 서로가 나누었던 많은 언약과 맹세를 되짚어보는 그들만의 의식을 치르는 셈이다.

 

연인들은 그러면서 나를 진심으로 위하고 믿어주며, 챙겨주었던 상대방에게 고마움과 사랑의 표시로 예쁘고 고운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하기도 한다. 게다가 100일 동안 곱게 아껴두었던 사랑의 키스를 아름답고 멋지게 상대의 입술에, 아니면 이마에라도 소중히 선사한다. 아마도 그것은 100일 동안 상대방을 위해 충실했던 서로의 고마움과 헌신을 축하하고 기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들은 도덕과 양심보다 오로지 경제만은 제대로 살려보겠다며 거품을 물었던 건장한 남자 이명박과 내키지 않는 맞선을 보고서 어렵사리 그를 선택했다. 별로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 한두 번 만나 교제해 본 적이 있던 회색외투를 입은 자유주의적 성격의 또 다른 남자에게서 이미 마음이 떠난지라 그냥 한 번 믿어보기로 했던 것. 그를 억지로 인정하고 잘 사귀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 남자는 얼마 후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에 취직을 했고, 그 회사의 CEO가 되었다. 그를 사랑해보고자 마음먹었던 국민들은 그의 성공을 위해 여간해서 그의 의심스런 사람 됨됨이와 단점을 말하지 않고, 그가 잘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기다려주자고 생각했었다.

 

그리고선 어느새 그와 사귄 지 100일째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대한민국의 머슴이 아닌, CEO가 된 이후 서서히 그 본색을 드러내는 행동을 서슴지 않기 시작했다. 자신과 함께 강남에서 땅따먹기를 즐기며 놀았던 여러 놀이꾼들을 막무가내로 자신의 회사에 앉히는가 하면, 학교 다닐 때 남의 숙제를 함부로 베껴대며 커닝을 일삼았던 후배를 뻔뻔하게 데려왔다.

 

거기다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 하겠다’던 평소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자 자신이 다니는 교회 사람들을 데려다 버젓이 앉혀놓고 합심해서 예배를 보며 회사를 망치고 있다. 그러자 국민들은 그와의 사귐 100일을 맞이하기 이전부터 서서히 그의 본성을 알아보게 되었고 때때로 속상해서 실망하고, 불안해서 염려하며 걱정하게 되었다.

 

더욱이 그에겐 언제 적부터 자신이 열렬하게 짝사랑하던 콧대 높은 연인이 저 바다 건너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불타오르는 사랑을 짝사랑 연인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온갖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는 온갖 애걸로 사정해서 자신이 짝사랑하는 연인의 집으로 방문하고자 했다. 그러나 '올테면 나중에 오거나 아니면 나를 감동시킬 수 있는 멋진 선물을 가져오란 말이야!'라고 하는 말 한 마디에 온 가족과 회사의 주주들과 직원들이 먹어야하는 건강한 밥상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짝사랑 연인의 집에서 기르고 있는 병들어 미칠지도 모르는 위험한 쇠고기를 아무런 제약 없이 그녀가 주는 대로 온 국민과 함께 감사히 먹겠노라며 읍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가 마지못해 내미는 엉큼한 손에 비겁한 입술을 대고 감격의 키스를 했다.

 

MB, 우리는 그의 형편없는 도덕성과 비뚤어진 양심을 진즉에 짐작했었지만, 그래도 먹고살기 힘들고 어려워하는 착하고 순진한 국민들을 위해 경제만큼은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했으니 뭐라도 하긴 할 줄 알았다. 외도를 하고 짝사랑 연인과 바람을 피우더라도 자신이 그토록 입에 물고 거품으로 내뱉었던 것이 창피해서라도 뭔가는 해보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의 말과 행동은 100일이 지난 지금 어처구니없는 물가폭등, 유가급등, 환율폭등으로, 허둥지둥 대책 없이 실효성 없는 '땜빵정책'으로,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는 일방통행 불도저의 난폭운행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그는 잔잔한 물결처럼 부드럽지만 불의와 위선 앞에 있어서는 폭풍처럼 강해질 수 있는 이 땅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얕잡아 봐도 한참 얕잡아 본 게 틀림없다. 80년 광주와 87년 6월 항쟁으로 이룩한 이 땅의 쓰러지지 않는 민주주의를 우습게 봐도 한참 우습게 본 모양이다.

 

그는 경제, 경제만을 조잘대며 '비지니스 프랜들리'와 효율성이라는 말로 어설픈 '실용주의'를 함부로 지껄였다. 그러다가 적당히 뉴타운, 재개발, 토목공사란 이름으로 사람들의 이성을 혼란시키며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이 오래도록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반영구적 자본의 세습, 수구권력의 고착화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a 꽃다발 대신 촛불이다. 쏫아지는 빗속에서도 꽃다발 대신 촛불을 든 애국적 시민들의 결연함을 보라.

꽃다발 대신 촛불이다. 쏫아지는 빗속에서도 꽃다발 대신 촛불을 든 애국적 시민들의 결연함을 보라. ⓒ 권우성

▲ 꽃다발 대신 촛불이다. 쏫아지는 빗속에서도 꽃다발 대신 촛불을 든 애국적 시민들의 결연함을 보라. ⓒ 권우성

국민들은 그와 만나 사귀고 교제해오며 그가 점점 더 훌륭하고 성숙한 남자로 거듭나기를 희망했었다. 그리하여 그가 진실로 국민을 위하고 사랑하는 남자로 변화되어 이 나라를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변화시키기를 다소는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와 교제해 온 지 100일이 지난 오늘 국민들은 이제 그에게 꽃다발 대신 분노의 촛불을 들어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에게 단호하고 명백하게 결별을 선언하고, 참회와 반성을 명령하며, 국민의 무릎 아래로 겸손히 낮아지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MB, 그대의 단(순)무(식)지(랄) 같은 순수함(?)이 국민과 맞선을 보고 교제한 지 100일이 지난 오늘, 서로에게 감사와 사랑의 꽃다발이 아닌 분노의 촛불로 들불처럼 피어나 당신을 향하고 있음을 그대는 아는가?"

 

"그대의 과오와 오만, 국민을 자신이 이끄는 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도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며 밀어붙이기로 몰아간 당신의 부족하고 무능한 현실인식과 어리석은 착각에 대해  정의로운 국민 앞에 무릎 꿇고서 진실로 사죄하라.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촛불광장에 참석한 유모차의 어린 아이부터 온 몸으로 물대포를 막아선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 땅의 애국적 국민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라."

덧붙이는 글 | 이명박 정권 출범 100일을 돌아보며 작성한 기사입니다.

2008.06.04 09:2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명박 정권 출범 100일을 돌아보며 작성한 기사입니다.
#이명박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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