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빨갱이' '마귀' 타령할 건가?

일부 목사님들, 차라리 잠자코 계시라

등록 2008.06.10 14:27수정 2008.06.10 16:12
0
원고료로 응원
일부 목회자들이 정치적이고 심지어는 상식을 벗어나는 과격한 발언을 한 것이 '광우병 정국'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목회자 세습 문제로 교계뿐만 아니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형제 목사 중 한 명은 "경찰, 검찰, 기무사, 국정원을 동원해 빨갱이들을 잡아들이라. 그러면 그 사람들이 쑥 들어가고 국민들 지지율이 다시 올라온다"라고 말해서 변함없는 '명성'을 이어갔다.

'대운하 전도사'라 불리는 다른 목사는 비록 본인은 그 뜻이 아니라고 해명했다고는 하나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함으로써 '촛불 문화제' 참가자들을 '사탄'으로 치부한 것으로 오해(?)를 샀다.

세계 최대 순복음 교회의 한 목회자는 "무엇 때문에 광우병 공포가 일어나서 신문, 매스컴, 데모를 하며 야단법석인가. 결과적으로 가족이 분열되고 국민이 불안하게 돼서 한우고기도 안 팔린다. 광우병 공포는 마음속에 공포와 좌절, 불안감을 일으키려는 마귀의 꼼수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일부 목회자들의 계속되는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신들의 견해를 위해 성경이 존재?


물론 목회자라고 해서 세상과 동떨어져서 순수(?) 신앙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개개인은 정치에 관한 자기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강단에서 이를 전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포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옳고 그름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목회자=하나님의 사자(使者)'라는 인식이 매우 강한 한국의 기독교 지형을 고려하면 적어도 목회자가 정치 견해를 피력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들이 혹 '하나님의 나라와 정의' 차원에서 자신들의 정치 견해를 직간접으로 피력하는 것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기독교라고 하면 사랑'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사랑' 못지않게 '정의'를 말한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고 있는 정의는, 적어도 기독교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평생을 살아온 필자가 아무리 확인해 봐도 '좌파 빨갱이 척결'이나 자신들과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마귀'로 근거 없이 폄하하는 이들의 견해와는 사뭇 다르다.

성경의 '정의'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다. 성경의 정의는 '가난한 자에 대한 압제'를 싫어한다. '불의한 재물의 축적'을 저주한다. '가옥에 가옥을 더하며 전토에 전토를 연하는 자'에게 '화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신에 성경은 '가난한 사람을 내 집에 두라'고 명령한다. '땅에서 나는 이익은 뭇(모든) 사람을 위해 있다'고 가르친다. '가난한 사람에게 거저 주라'고 명령하며 최고의 복은 '자신이 노동한 대가를 자신이 거두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성경 어디에서 이들이 말하는 견해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들의 '말씀'(?)과 성경의 가르침을 조목조목 비교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하거나, 심지어는 무지몽매한(?) 성도들에게 이를 강요하기 위해 성경을 '인용'하는 것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빨갱이 발언, 근거가 없다면 거짓날조

서두에 "경찰, 검찰, 기무사" "빨갱이들"이라고 한 어느 목사의 서슴없는 발언을 언급했다.

재밌는 사실은 수십만의 문화제 참가자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찾지 못한 '빨갱이'를 집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되는(아니라면 필자의 무지를 부디 용서하시길 바란다) 이 목사가 도대체 어떻게 그리 쉽게 찾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만일 자기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확인도 안 된 내용을 가지고 함부로 언급한 것이라면 이는 단순한 견해차가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했기에 거짓날조나 다름없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서 앞서 논한 고차원적인 '정의' 실천에 대한 요구는 애초에 포기하더라도,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하지만 목사로서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는 기초 윤리는 최소한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상식적으로 목사가 언급했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도 없는 이 서슬퍼런 발언이 과연 '이웃을 내 몸', 즉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전해야 하는 자로서 과연 할 수 있는 것인지 심히 염려스럽다.

아무 말 말고 잠자코 계시라

도대체 누가 인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독교의 대표 원로임을 자처하면서 끊임없이 '불경건' 종합선물세트를 내뱉는 이들에게 바라는 건 단 한가지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 대한 최소한의 경외심이 남아 있다면 더 이상 '그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고 제발 좀 잠자코 계시라.

모르긴 몰라도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그를 사랑하는 만큼 이웃을 사랑하며 살기를 소망하는 많은 분들이 그의 기도를 따라 이렇게 기도하고 계시리라.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 하나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본고는 뉴스앤조이와 뉴스파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본고는 뉴스앤조이와 뉴스파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목사 #목회자 #정의 #빨갱이 #광우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4. 4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5. 5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