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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욜의 '벽', 그리고 다비드 비야의 '해트트릭'

[유로 2008 D그룹] 스페인 4-1 러시아

08.06.11 08:27최종업데이트08.06.1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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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트트릭 주인공 다비드 비야와 이니에스타의 득점 뒤풀이 사진이 실린 대회 공식 누리집(euro2008.uefa.com) 첫 화면 ⓒ 유럽축구연맹

 

'빗속에서는 히딩크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가 보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수아레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스페인 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11일 이른 새벽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있는 티볼리 노우에서 벌어진 EURO(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08 D그룹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골잡이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CF)의 대회 첫 해트트릭에 힘입어 4-1 완승을 거뒀다.

 

해트트릭 히어로 다비드 비야, "고마워, 토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거함 스페인의 키잡이들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앞이 잘 안 보이는 빗속의 첫 항해였지만 매끄럽게 미끄러지며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팀이 터뜨린 네 골 중에서 다비드 비야가 혼자서 세 골이나 넣는 큰 활약을 펼쳤지만 욕심을 부린다거나 거만을 떨지 않아서 더 완벽한 팀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야말로 네 골 모두 미드필더들의 수준 높은 연결로 만들어낸 '작품' 이었기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는 조직력을 자랑한 것이었다.

 

75분, 발렌시아 CF 소속의 스물 일곱 살 먹은 골잡이 다비드 비야는 오른발 슛을 깨끗하게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완성시키고 벤치로 달려갔다. 그가 일부러 찾아간 동료는 54분만 뛰고 벤치에서 쉬고 있는 동료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FC)였다. 상대 문지기 아킨페예프까지 따돌리는 토레스의 완벽한 도움(20분)이 없었다면 자신의 해트트릭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이들의 각별한 포옹은 스페인의 팀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끈끈하게 뭉친 그들은 히딩크 감독의 마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아예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스페인의 가운데 수비수 푸욜은 '작지만 높은 벽'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측면이 뚫릴 경우, 가운데 수비수가 커버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가르쳐준 것이었다. 반대로 러시아 수비수들은 기본적 조직력이 갖추어지지 않는 듯, 스페인 미드필더들의 찔러주기 한 방에 가운데를 너무 쉽게 내줬다.

 

리버풀 FC의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는 스페인이 여유 있게 앞서나가자 54분만에 벤치로 물러났지만 선취골 도움을 포함한 두 차례의 인상적인 몸놀림을 통해 골잡이가 지녀야 할 덕목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20분에 다비드 비야에게 밀어주기 전, 토레스는 러시아 수비수 콜로딘과의 공 다툼 과정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골잡이는 물론 모든 선수가 경기 중 1%의 가능성이라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축구판의 진리가 또 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적잖은 선수들이 공의 소유권을 빼앗기면 순간적으로 포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토레스는 끝까지 따라가 발을 내뻗어 공을 다시 빼앗으면서 대승의 물꼬를 트는 귀중한 역할을 해낸 것이다.

 

38분에도 토레스는 러시아 수비수 콜로딘의 혼을 쏙 빼놓았다.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콜로딘의 태클이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토레스의 발놀림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려 바닥이 미끄러웠지만 부드러운 그의 오른쪽 발목은 더 필요도 없을만큼 공을 빼 놓은 것. 곧바로 공을 몰고 가운데로 온 토레스는 동료의 결정적 슛 기회까지 만들어주었다.

 

토레스가 만들어낸 이 두 장면만으로도 기술적인 수준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4-1이라는 점수는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제 스페인 선수들은 오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노란 옷의 스웨덴 선수들을 만나게 되어 있다. 러시아도 같은 날 잘츠부르크로 자리를 옮겨 디펜딩 챔피언 그리스를 상대한다.

덧붙이는 글 | ※ EURO 2008 D그룹 첫 경기 결과, 11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 스페인 4-1 러시아 [득점 : 다비드 비야(20분,도움-토레스), 다비드 비야(44분,도움-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75분,도움-파브레가스), 파브레가스(90+1분) / 파블류첸코(85분,도움-시로코프)]

◎ 스페인 선수들
FW : 페르난도 토레스(54분↔세스크 파브레가스), 다비드 비야
MF : 이니에스타(63분↔산티 카솔라), 샤비 에르난데스, 세나, 실바(77분↔알론소)
DF : 카프데비야, 푸욜, 마르체나, 세르히오 라모스
GK : 이케르 카시야스

◎ 러시아 선수들
FW : 파블류첸코
MF : 빌랴레치노프, 셈쇼프(57분↔토르빈스키), 세마크, 지리아노프, 시체프(46분↔비스트로프/70분↔아다모프)
DF : 지르코프, 콜로딘, 시로코프, 아뉴코프
GK : 아킨페예프

2008.06.11 08:2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EURO 2008 D그룹 첫 경기 결과, 11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 스페인 4-1 러시아 [득점 : 다비드 비야(20분,도움-토레스), 다비드 비야(44분,도움-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75분,도움-파브레가스), 파브레가스(90+1분) / 파블류첸코(85분,도움-시로코프)]

◎ 스페인 선수들
FW : 페르난도 토레스(54분↔세스크 파브레가스), 다비드 비야
MF : 이니에스타(63분↔산티 카솔라), 샤비 에르난데스, 세나, 실바(77분↔알론소)
DF : 카프데비야, 푸욜, 마르체나, 세르히오 라모스
GK : 이케르 카시야스

◎ 러시아 선수들
FW : 파블류첸코
MF : 빌랴레치노프, 셈쇼프(57분↔토르빈스키), 세마크, 지리아노프, 시체프(46분↔비스트로프/70분↔아다모프)
DF : 지르코프, 콜로딘, 시로코프, 아뉴코프
GK : 아킨페예프
다비드 비야 스페인 토레스 유로2008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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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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