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물러설 수 없다"...차 밑에 드러누운 시민

'촛불' 계속 타오를 수 있을까?...11일 1천여명으로 줄어

등록 2008.06.12 10:34수정 2008.06.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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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차 밑에 누워버린 시민 11일 오전 8시경 경찰병력의 해산이 시작되며 집회 참가자들을 인도로 밀어내는 한편 차량을 통과시키자 한 시민이 차량을 막고 밑에 누워있다. 이날 경찰이 무리하게 차량을  통행 시키는 과정에서 30대 중반 남성이 교통사고를 당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차 밑에 누워버린 시민 11일 오전 8시경 경찰병력의 해산이 시작되며 집회 참가자들을 인도로 밀어내는 한편 차량을 통과시키자 한 시민이 차량을 막고 밑에 누워있다. 이날 경찰이 무리하게 차량을 통행 시키는 과정에서 30대 중반 남성이 교통사고를 당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 권병주


점차 불어나던 집회 참가자들이 10일 대규모 집회를 분기점으로 한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10일 대규모 집회 이후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것이다"라는 주장과 "이제 더 나오겠느냐?"라는, 11일 새벽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주요 토론 내용을 들어보았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참가자들은 앞으로의 전망을 토론하였다. 주로 비관적인 견해의 내용은 이렇다.

"어제(10일)도 결국 컨테이너에 막혀 촛불만 들고 우리들만의 외침을 하다가 이렇게 끝났다. 이명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이다. 지금까지 촛불을 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열고 행진을 했지만 변한 건 없다. 바뀔 사람이었다면 이미 벌써 바뀌었을 것이다. 이제 나도 더 이상 촛불집회에 나올 생각이 없다. 비폭력 평화집회로는 현 정권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고작 꼬리자르기로 수족 몇몇을 가지치기하고 결국 밀어붙일 것이다. 국민들이 무섭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라며 성숙한 국민들의 집회 방식에 비해 정치권은 아직도 여전히 권력 유지를 위한 수동적 방어만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었다.

한편으로 낙관적인 주장의 내용들은 이렇다.

"결국 비폭력 평화적인 촛불이 이기게 된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내게 된 계기도 평화적인 집회 때문이다. 계속적인 평화적 집회를 통해 더욱 많은 국민들이 온 오프를 통해 동참하게 될 것이며 결국 이명박 정부는 국민 앞에 무릎 꿇게 될 것이다. 또한 촛불이 꺼지지 않을 이유는 너무나 많은 이유들이 있다.(대운하, 민영화, 교육, 의료 등) 그리고 이명박은 분명히 또 다른 헛발질을 할게 분명하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 싸움은 오래 갈 싸움이다. 지치지 않는 국민들의 힘을 보여주면 된다. 이명박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기에(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 친일 청산 등) 더욱 많은 국민들의 계몽과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라는 의견들이었다.

a 차도에 누운 시민 경찰의 집회해산에 항의하며 도로에 누운 시민

차도에 누운 시민 경찰의 집회해산에 항의하며 도로에 누운 시민 ⓒ 권병주


11일 저녁에도 시청 앞 집회는 이어졌다. 1천여 명이 참여하여 최근 집회 가운데 가장 적은 인원이었다. 참여 인원이 적었던 이유는 그동안의 계속적인 집회 참여로 피로도가 누적된 원인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집회 방식에 식상한 대오 이탈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책회의 측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집회 말미에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국민대책회의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며 오는 13일과 14일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회의 발표에 대해 "광우병 국민 대책회의는 해체하고 이제는 새로운 대책회의가 세워져야한다"며 "이젠 제2의 국민항쟁을 해야 한다", "장소도 바꿔서 시청보다는 여의도로 옮기자"라는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기도 했다.

중고생들의 주도적인 참여로 촛불이 타올랐던 5월 초에 비해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참여가 월등히 많아진 현 촛불집회의 성격상 이제 서서히 제2의 또 다른 양상 집회로 변할 가능성은 많아 보인다. 그동안 정부의 태도도 '우선 막고 보자' '두고 지켜보자'는 입장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에서 일시 귀국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30대 중반의 주부는 이렇게 말한다.

"5년 동안 촛불만 들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국민들의 뜻이 무엇인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11일 아침 8시경까지 세종로 4거리 도로를 점거했던 50여명의 참가자들도 한결 같은 주장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경찰의 경고방송에 이은 경찰병력 투입에 순식간에 해산하거나 대치를 하다가 물러서는 모습에 반해 도로에 드러눕거나 차량을 막아서고는 차량 밑으로 들어가서 눕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a 경찰과 대치한 학생들 물러서지 않겠다며 촛불을 들고 대치중인 학생들

경찰과 대치한 학생들 물러서지 않겠다며 촛불을 들고 대치중인 학생들 ⓒ 권병주


13일 효순 미선양 추모행사와 분신으로 사망한 이병렬(42)씨의 영결식이 예정된 14일은 다시 대규모 집회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15일은  6·15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한 집회도 병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화물연대 및 노조 파업 대오가 가세할 경우 촛불집회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a 연행되는 시민 완강히 버티던 한 여성이 여경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연행되는 시민 완강히 버티던 한 여성이 여경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 권병주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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