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숨결을 느끼고 오다

영주 소수서원을 다녀와서

검토 완료

조윤정(apple373737)등록 2008.06.16 11:00

소수서원 안내도 소수서원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조윤정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소수서원을 찾아가 보았다. 영주에 살면서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영주시내에서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소수서원이 나오는데 여느 관광지처럼 시끌벅적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깨끗하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오래 세월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이 서원의 시초이며 그 후 1550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해 와서 조정에 합법적인 인정을 요청하여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공인된 사학이 되었다. 이 때 명종이 친필로 쓴 소수서원이란 편액을 하사했으며 이때부터 소수서원이라고 개명하게 되었다. 여기서 소수란 “이미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한다.”란 뜻을 담고 있다.

취한대의 모습 죽계수가 흐르는 한쪽에 퇴계 이황이 세운 취한대가 있다. 현재에 와서 새로 지은 것이다. ⓒ 조윤정


소수서원에 들어서자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들이 가장 먼저 나를 맞아 주었다. 소나무들의 곧게 선 모습이 선비들의 높은 절개 정신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들어가자 죽계수가 흐르는 옆으로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경관들이 나타났다. 죽계수 건너편에는 퇴계 이황이 지은 취한대라는 정자가 있었다. 취한대라는 명칭은 푸른 연화산의 기운과 죽계천의 맑고 시원한 물빛에 취해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과연 이곳이 서원인지 아니면 지상 낙원인지 헷갈릴 만큼 너무도 아름다웠다. 서원이라고 해서 공부만하는 딱딱한 장소를 생각하고 왔는데 소수서원은 자연 속에 숨겨진 비밀 요새처럼 너무도 아름다운 곳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한다면 왠지 너무 잘 될 것 같다. 바람의 맑은 향기를 마시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면 공부가 절로 될 것이다.

죽계수 가운데 서 있는 아름다운 새 깨끗한 흰색깔이 마치 선비의 청렴결백함을 나타내는 것 같다. ⓒ 조윤정


경자라고 써 있는 바위 죽계수 한쪽에 붉은 글씨로 경자라고 음각된 바위가 있다. ⓒ 조윤정


죽계수를 바라보면 붉은 글씨로 경(敬)자가 음각된 바위가 있는데, 주세붕이 서원을 건립하던 당시 밤만 되면 혼령들이 울어대므로 그 연유를 물어보니, 예전 단종복위운동의 실폐로 죽은 수많은 넋들이 그리 울어댄다 하였다. 그래서 주세붕이 날을 택해 위혼제를 드리며 죽계수 흐르는 바위 한켠에 유교의 근본 사상인 '敬天愛人'에서 따온 '경'자에 붉은 칠을 하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 서원을 건립할 수 있었다 한다.

경렴정 주세붕이 지은 정자이다. ⓒ 조윤정


겸령정은 주세붕이 지은 정자로써 이곳에 서서 뒤쪽을 돌아보면 죽계수가 흐르는 아름다운 모습과 경자가 쓰인 바위가 잘 보인다.

강학당 원생들이 배움을 익히는 강당 ⓒ 조윤정


강학당은 서원의 중심이 되는 건물로 이 곳에서 많은 선비들이 스승님의 가르침 아래 열심히 학문을 익혔다.

장서각 목판과 서적을 보관하던 곳이다. ⓒ 조윤정


이 건물은 목판과 나라에서 내려준 서책은 포함한 3000여권의 서적을 보관하던 곳으로 중종 38년에 주세붕이 건립하였다. 3000여권의 서적을 보관하기에는 왠지 크기가 작아 보였다.

학구재 유생들이 공부하던 기숙사 ⓒ 조윤정


학구재는 "학문을 구한다"는 뜻으로 일명 동몽재라고도 하며, 스승의 숙소와 나란히 세우지 않고 뒤로 물려, 방바닥 높이까지 낮추어 지은 것이 특이하다.

소수서원의 여러 건물들을 둘러보니 오랜 시간동안 온갖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그 자리를 굳게 지켜온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열심히 학문을 갈고 닦았던 선비들의 뜨거운 열정이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해 주었다.

연꽃화분 연꽃으로 만든 화분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 조윤정


지금까지 공부를 게을리 했는데 선비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온 만큼 앞으로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영주를 선비의 고장이라 부르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 준 정신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선비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소수서원을 찾아가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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