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는 반미(反美) 드라마?

<일지매>에서 촛불시위와 효순·미선양의 사건이 떠올라 마음이 씁씁해

등록 2008.07.03 19:12수정 2008.07.0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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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영된 <일지매>는 마치 반미(反美)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퓨전 사극인 <일지매>는 촛불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풍자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청나라 칙사인 정명수의 아들 정치홍(정성윤 분)이 술 취해 저잣거리에서 말을 타다 저지른 살해사건을 관아에서 비호하면서 백성들의 요구를 폭력적으로 묵살하는 장면을 보여주었으며, 미군 장갑차에 살해된 효순·미선양 사건이 떠오르면서 청나라와 미국이 절묘하게 교차되었다.

 

바로 2002년 6월 13일 경기도 양주에서 발생했던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살해된 신효순양과 심미선양의 장갑차 사건이 떠올랐다. 이 사건은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분경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56번 지방도에서 미2사단 44공병대(캠프하우즈) 소속 미군 장갑차(운전사 워커 마크 병장·36세)가 앞서 가던 여중생 신효순(14·조양중 2년), 심미선(14·조양중 2년)양 두 명을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여학생은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생일잔치에 가기 위해 갓길을 걸어가던 중이었고, 미군 장갑차의 오른쪽 궤도 부분에 치어 장갑차가 몸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 어린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다.

 

미군의 이런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공정한 재판을 요구했으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행정협정(SOFA)'의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조항들 때문에 제대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무중(군대가 집단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이 포함됨) 일어난 사건은 모두 1차 재판권이 미국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사건의 수사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드라마 <일지매>도 마찬가지였다. 청나라에 귀화한 청나라의 칙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처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백성이 관헌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지만, 백성들에게 돌아온 것은 이명박 정부의 촛불에 대한 강경진압과 같은 무차별적인 곤봉세례와 폭력진압이었다.

 

병조판서인 변식(이종원 분)은 청나라 칙사인 정명수에게 약점이 잡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살인범을 옹호하거나 비호하는 자세로 백성들에게 폭력을 강하게 지시한다. 이런 장면에서 미국의 눈치나 보고 권력의 눈치만 보는 경찰청장의 얼굴이 떠오른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백성의 연좌농성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데도 정명수의 아들 정치홍(양순이 살해범)은 태연하게 마작을 하고 있다.

 

아마 효순양과 미선양을 숨지게 한 미군들도 아마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우리나라 국민을 비웃고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모든 것은 한국정부가 다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에 제대로 된 처벌과 재판이 이루어졌다면 오늘날의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는 항상 저자세인 정부관료와 권력층의 모습이 청나라에 꼼짝하지 못하는 병조판서가 겹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평소에는 생업에 쫓겨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백성들이 억울한 사건이나 불공정한 사건이 발생하면 내일처럼 나서는 모습은 예나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봉순이(이영아 분)라는 여자아이로부터 시작된 항의는 결국 온 백성의 관심을 끌게 되고 촛불집회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진압하려는 관청과 유혈대치가 계속된다.

 

이런 와중에 일지매(용이, 이준기 분)가 폭력을 쓰는 관원들을 한두 명씩 제압해 가는 장면에서 같은 국민으로서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극적인 흥미는 평상시보다 조금 낮았지만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떠올리며 영웅의 출현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극 <일지매>는 이준기가 주연을 맡고 있는 SBS의 수목드라마로 시청률 20%를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8.07.03 19:12 ⓒ 2008 OhmyNews
#일지매 #효순미선양 사건 #SOFA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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