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50대 여성관광객 총 맞아 사망

새벽 군사보호시설에서 피격... 이 대통령, 사건 알고도 전향적 대북 발언

등록 2008.07.11 15:40수정 2008.07.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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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중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김호년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중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김호년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김중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김호년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11일 새벽 5시께 금강산을 관광중이던 50대 여성이 북한군 초병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부는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전면적 남북대화를 하자고 북한에 제의한 날 발생했다. 통일부는 이 사건을 오전 11시30분께 현대아산으로부터 통보받고 바로 청와대에 알렸고, 이 대통령은 국회로 출발하기 직전에 보고를 받았는데도 준비된 연설내용을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11일 "오늘 새벽 5시께 금강산 여성 관광객인 박아무개(53)씨가 장전항 북측 구역 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 지점에서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박씨는 이날 새벽 4시30분께 숙소인 비치호텔에서 나가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던 중 이같은 변을 당했다. 박씨는 두발의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다른 일행과 함께 금강산에 왔으나 이날 새벽 산책은 혼자 나갔다.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해온 바에 따르면 박씨는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진입했고, 초병의 정지 요구에 불응하고 도주해 발포했다는 것이다.

 

김중태 교류협력국장은 "이전에 관광객이 관광구역을 벗어나서 산책하는 등의 일이 발생한 적은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하자 현장의 현대아산 직원과 금강산 병원장이 박씨가 쓰러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시신을 수습했다. 시신은 현재 속초병원에 안치된 상태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번 사건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사고 진상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꾸려진다.

 

초유의 민간인 피살... 남북관계에 큰 영향 줄 듯

 

금강산 관광 사고 일지

▲19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 북측에 억류. 40여일 관광중단.

▲2003년 4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60여일 관광중단.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 자살 이후 1주일간 관광중단.

▲2004년 10월27일 60대 관광객 계곡에 빠져 사망.

▲2005년 6월5일 관광객 정모(37)씨 사망. 심장마비 추정.

▲2005년 12월27일 현대아산 협력사 직원 정모(32)씨 승용차로 북한 군인 치어 1명 숨지고 2명 부상. 정모씨 억류 끝에 45일만에 귀환.

▲2006년 2월27일 만물상에 간 관광객 오모(57)씨 사망.

▲2007년 7월20일 만물상으로 간 관광버스 전복돼 대학생 등 6명 부상.

▲2007년 10월15일 구룡폭포

이전에 금강산에서는 몇건의 사망 사고가 있었지만 말 그대로 단순 사고였다.

 

지난 2004년 10월 60대 관광객이 계곡에 빠져 사망했고, 2005년 6월에는 관광객 정 아무개씨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또 2006년 2월에도 관광객 오아무개씨가 사고로 만물상에서 사망했다. 지난 2005년 12월에는 남한의 한 회사 직원이 금강산 해금강 호텔 주유소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내 북한군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또 지난 19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사건이 발생해 40여일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그러나 비무장 민간인 관광객이 북한군 초병 총격으로 사망한 것은 초유의 사건이다. 가뜩이나 현 정부들어 남북관계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이런 사건까지 발생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측에 사건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 남북 당국간 회담이 전면 중단된 상태인데다 무엇보다 남쪽 관료들이 군사분계선 통과를 북한 당국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진상 규명에 한국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의문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사고 경위는 북쪽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내용으로, 북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한편 현대아산은 오전 11시30분께 통일부 쪽에 이번 사건을 통보했다. 그리고 통일부는 바로 청와대 통일비서관 쪽에 알렸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시정연설에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남북 당국의 전면적인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강산에서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는데 예정된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국회 연설과 금강산 총격 사건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사건의 정확한 진상이 파악되지 않았는데, 정부의 큰 정책방향을 밝히는 연설을 그 사건 때문에 즉흥적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2008.07.11 15:40ⓒ 2008 OhmyNews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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