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감정과 분노로 지킬 수 없다

등록 2008.07.15 10:41수정 2008.07.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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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영토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지만 현재 러시아 연방에 의해 불법 점검돼 있기 때문에 그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해 적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한국과의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도 언급해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 문부과학성 ‘새 중학교 사회과목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 발표에 담긴 내용이다. 한국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마치무라 일본 관방장관은 “냉정하게 대응해야 하고, 한국 쪽에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며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일-한 관계를 가능한 경색시켜서는 안 된다는 일본 정부 의도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과연 마치무라 말처럼 일본은 한국을 배려한 것일까? 아니다. 두 문장이지만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를 일순간에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장이다. 왜 일까? 위 문장 내용을 이끄는 것은 ‘다케시마’가 아니라 ‘북방 영토’다. 독도를 북방영토와 연관시킴으로써 영토분쟁지역으로 만들었다.

 

북방영토란 훗카이도와 캄차카반도 사이에 있는 북방 4개 섬으로 쿠릴열도 남단의 하보마이, 시코탄, 에토로후, 쿠나시리를 말한다. 일본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소련이 북방 4개 섬을 무력으로 빼앗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러시아에게 북방 4개 섬이 홋카이도에 속한 일본 영토이기 때문에 모두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 중에서 하보마이와 시코탄은 돌려 줄 수 있지만 에토로후와 쿠나시리는 처음부터 쿠릴 열도에게 속했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1년 당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일본의 모리 총리는 ‘2개 섬(하보마이, 시코탄)은 반환하고 남은 두 섬(에토로후, 쿠나시리)은 교섭해 간다’는 놀라운 타협안을 만들었지만 일본 내 우익과 외무성 일부 관료들, 이익집단들 강력한 반발로 일본이 ‘4개 섬 일괄반환론’으로 급선회하면서 물거품이 되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모리 수상 이후 집권한 고이즈미가 한일관계에서 보여주었던 우익 시각을 북방영토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주었는데 2002년 9월에는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북방영토를 시찰해 러시아를 자극하기도 했다. 일본이 북방영토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집요한지 알 수 있다.

 

이번 교과서 해설서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본은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漁島)의 영유권을 두고도 분쟁을 벌이고 있다. 센카쿠 열도는 중국 대륙과 대만, 오키나와 사이 5개 섬과 3개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 극우세력이 암초에 깃발을 꽂는 일은 언론을 통하여 종종 접하고 있다.          

 

독도가 우리 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본이 북방영토와 함께 다께시마를 자기 영토로 규정함으로써 과거 역사가 아니라 현재가 되었다. 독도를 북방영토와 연관시킨 것이 독도 관련 서서히 발언 수위를 높여온 일본 계획의 마지막 단계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이번에만 나온 것이 아니다.  

 

최근 사례만으로도 일본의 집요함을 알 수 있다. 일본은 2004년 1월 우리나라가 독도 우표를 발행하려하자 발행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이후 같은해 3월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독도 영유권 기술을 강화했다.

 

지난 2005년엔 일본 시마네현에서 '독도의날' 조례를 제정한다고 해 파문이 일었었다. 같은해 2월 다카노 주한 일본대사는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독도는 역사적, 법적으로 일본의 영토”라고 망언을 했다.

 

일본은 한 번도 독도를 대한민국 영토임을 인정한 일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독도(다케시마)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결국 일본 문부과학성은 14일 ‘새 중학교 사회과목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자국 땅임을 명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우익세력과 교과서를 통하여 세밀함과 구체성, 집요함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 이제 옥상에 거의 다 왔음을 선언했다. 교과서 해설서는 옥상 문을 열기 위하여 문고리를 잡은 것이고, 2012년 정식으로 교과서에 실리는 순간 문만 열면 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한국의 독도 영유를 ‘불법점유’로 규정하고, 극우정치인들이 독도에 관하여 광적인 집착을 보이기 때문에 극우세력 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 일본 정치권과 정부는 독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혈서를 쓰고 일장기 태우고, 독도에 헬기 타고가서 성명을 발표하며 주일 한국 대사 일시 소환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실효지배를 위하여 노력한다고 했지만 독도 문제가 터질 때마다 보여왔던 반응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일본은 이제 옥상 문고리를 잡았는데 아직 우리는 1층 계단에서 일본은 나쁜놈이라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냄비뚜껑식 감정 대응은 독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냉철해져야 한다. 우선 국방부·외교부·국토해양부 등 독도관련 정부 부처와 국회, 학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동북아재단’같은 기구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학계는 독도 관련 역사 자료 연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단체는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단체와 함께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는 일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한일신어업협정' 재협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실효 지배를 위하여 경찰이 맡고 있는 독도 경비를 한 단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과연 권철현 주일대사 일시 귀국 조치가 얼마 문제해결을 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정치권은 독도에 가서 성명서 한 번 발표하는 우매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독도 성명서가 과연 일본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가? 어리석은 일이다. 일본에도 양심있는 정치인이 분명 존재한다. 그들을 만나 설득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혈서와 일본대사관에 대한 감정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촛불집회와 인터넷을 통하여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이라 우기는 것이 잘못임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언론은 더욱 냉정해야 한다. 독도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이 냄비근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만을 강조하다 가장 민감한 독도문제에 허를 찔린 이명박 정권이다. 이 정권은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에서 4개월 동안 한 일이 전혀없다. 4전 전패라고 했다. 외교는 아이들 장난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상과 어깨동무도 하고 한 번 크게 웃는 것이 외교가 아니다. 웃음 안에 자국 이익을 위한 호랑이 발톱이 숨어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강경대응을 천명했는데 한 시민이 혈서 쓰는 것처럼 대응하면 안 된다. 뜨거운 가슴을 가졌지만 남극 빙하보다 더 견고하고, 차가운 머리를 가지고 독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온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일본이 옥상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1층으로 완전히 내려오게 할지 아니면 옥상 문고리를 열고 옥상을 밟을지 결정된다.

2008.07.15 10:41 ⓒ 2008 OhmyNews
#독도 #일본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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