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대에 도전한 자격증, 이거 만만치 않네

자격증 따러 가스안전교육원에 가다

등록 2008.07.18 16:58수정 2008.07.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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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충전교육 8기생 다정한 동료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세요. ⓒ 조찬현


교육 입교 전 가스안전교육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터넷 기초강의를 살펴보고 있자 대뜸 막내 딸아이가 "아빠는 공부 안 해봤제. 쓰면서 해야 잘돼"라며 연습장을 갖다 들이민다. "허허~ 이거 참 큰일이다. 딸아이 앞에서 아빠 체면을 세우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해야겠는데…." 공부와 인연을 끊은 지가 벌써 몇 년째인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돈도 안 되는 글 나부랭이나 쓰는 백수나 다름없는 주제에 딱히 이렇다 할 일도 없으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고 충남 천안의 가스안전교육원으로 향했다. 내심 마음에 있는 불안감을 감추고.

기초지식도 없었던 50대, 생뚱맞게 자격증 따겠다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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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꽃 가스안전교육원에 화사하게 핀 자귀나무 꽃 ⓒ 조찬현


하기야 가스가 무엇인지 기초지식도 없었던 50대인 내가 생뚱맞게도 자격증을 따겠다고 나섰으니 이게 과연 잘한 일인지조차 판단이 안 섰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안전 관리자나 소장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정도의 상식밖에 없었으니 여간 무리수가 아니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낙숫물이 추녀 밑의 바위를 뚫듯, 뭐 막고 품으면 되겠지"하며 밀어붙이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장에 가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동료들은 대부분이 현장 경험이 많아 풍부한 지식들로 무장된 데다, 거기에 비하면 나란 존재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도 힘에 부칠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내 곧 익숙해졌다. 새로운 기쁜 만남으로 동료들 간에 얘기꽃을 피우며 금방 친숙해졌다. 교육 또한 하루 이틀 반복을 거듭하자 하나 둘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젊은 친구들부터 많게는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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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항상 밝은 표정의 임영수씨 부부. 이들 부부는 어찌나 다정한지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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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반장을 맡은 경북 영천에서 온 신영민씨는 궂은일을 도맡아하고 근무처의 사진까지 찍어와 휴식시간에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 조찬현


그간 발열량과 연비의 저효율로 홀대받았던 LPG가 최고의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택시에 강제 설치하는 등의 부작용까지 낳았던 LPG가 말이다. 가스안전교육원의 김동묵 (가스법규) 교수는 석유자원은 50년, 가스는 65년간 사용하면 고갈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곳 교육원은 절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열강하시는 교수님들의 열의가 정말 대단했다. 돋보이는 교육생은 항상 밝은 표정의 임영수(51·춘천)씨 부부. 이들 부부는 어찌나 다정한지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번 기수(가스충전 8기)의 반장을 맡은 경북 영천에서 온 신영민씨는 궂은일을 도맡아하고 근무처의 사진까지 찍어와 휴식시간에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삼삼오오 모이면 자격시험에 대한 이야기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모두들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대부분이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안전책임자 또는 사업주들이 태반이다. 젊은 친구들부터 많게는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갖가지 사연도 많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면 숙소로 돌아와 토론으로 그날의 교육을 되새김질하는가 하면 독서실에서 나름대로 공부에 열심이다. 예습 복습을 하는 교육생들로 가득한 독서실의 열기 또한 대단하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숨소리조차 죽이고 책장 넘기는 것도 조심스럽다.

깊은 숲속에서 헤매었던 막막함... ‘합격’ 문자메시지에 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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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열의가 대단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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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부자가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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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 (?) 김C를 많이 닮아 인기를 독차지한 동료 ⓒ 조찬현


시험이 턱밑이다. 남들은 줄줄 외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다. 백지 상태다. 하나의 지식이라도 더 넣으려고 책장을 이리저리 뒤적여보지만 그저 막막하다. 깊은 숲속에서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동료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 역시 멍하다고 말한다.

유한준씨는 아침에 아들 녀석한테서 아빠 시험 잘 보라며 문자메시지까지 받았는데 떨어지면 아들 녀석 볼 면목이 없다며 걱정이다. 내심 나도 똑같은 심정이다. 이건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으니 그 부담감은 남들보다 훨씬 더하다. 중압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 공부한 결과는 좋은 결실을 맺었다. 며칠 후 '합격입니다'가스안전교육원에서 날아온 문자메시지에 그간의 힘겨움과 불안감은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 동료들도 모두들 합격의 영광을 차지해 다음 전문교육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3일부터 11일까지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7월 3일부터 11일까지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격증 #오십대 #가스안전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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