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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선에 선 슈퍼히어로

[영화리뷰] 배트맨 <다크 나이트>

08.08.06 15:19최종업데이트08.08.0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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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나이트의 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배트맨 ⓒ 워너 브라더스

북미에서 배트맨의 새로운 시리즈 <다크 나이트>의 흥행 신기록이 예사롭지 않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든 이 영화는 3억9488만 달러를 벌여들어 4억만불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이 과연 어디까지 흥행 신기록을 이어갈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다크 나이트>는 흥행 신기록뿐만 아니라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 이채롭다. 주인공인 배트맨 역의 크리스찬 베일, 조커 역의 히스 레저, Lt. 제임스 고든 역의 게리 올드만, 루시어스 폭스 역의 모건 프리먼, 레이첼 도우스 역의 매기 질렌홀, 투 페이스 역의 아론 에크하트 등 전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영화 전면에 나서 그 어떤 배트맨 시리즈보다 영화적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배트맨 시리즈에 생명 불어넣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크리스찬 베일

 

배트맨 시리즈는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1, 2편을 제외하고 대부분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관객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배트맨을 소재로 더 이상 흥행 성공이 힘들 것이란 소문이 나돌 때 제작사는 영국 출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새 배트맨 시리즈 감독으로 낙점한다. 이 영국 출신의 감독은 <메멘토>라는 작품을 통해 천재적인 연출 솜씨를 이미 영화팬들에게 각인시킨 적이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영국 출신의 연기파 배우 크리스찬 베일을 새로운 배트맨으로 낙점한다. 이 선택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슈퍼 히어로물의 주인공에 그가 과연 적임자인가 하는 의구심을 낳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크리스찬 베일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는 1편과 맞먹는 최고의 배트맨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다시 한 번 화려하게 부활한다.

 

<배트맨 비긴즈>가 부활의 전주곡이었다면 <다크 나이트>는 걸작의 반열에

 

<배트맨 비긴즈>의 흥행 성공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배트맨은 슈퍼 히어로물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나약한 심성의 소유자이자 자신이 왜 영웅이 되어 고담시를 지켜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고 번뇌하는 인물이었다. 결국 <배트맨 비긴즈>의 큰 성공에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력이 큰 힘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력에 큰 힘을 실어준 것은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를 창조해내기 위해 노력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력이었다. 두 명의 노력으로 탄생한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는 수작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영화 평론가들에게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는 <다크 나이트>를 창조해내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에 지나지 않았다. 전작의 경우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작이었다면 <다크 나이트>는 단적으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다크 나이트>는 화려한 CG효과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근간은 철저하게 사실적인 액션에 집중하고 있다. 근래 들어 대부분의 영화들이 CG효과에만 주목을 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CG효과의 사용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다른 부분에 영화적 힘을 집중하였다.

 

이렇게 감독이 사실적인 액션에 집중한 이유는 바로 인간 내면의 감성을 표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기존의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단지 선과 악의 싸움에서 일방적인 선의 승리와 학살을 위한 CG효과에 집중하였다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간과 인간이 부딪치면서 만들어가는 내면의 감정 변화를 위한 영화적 연출에 노력하였다. 결국 선과 악이 부딪치면서 만들어지는 화려한 효과가 아닌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한 영웅이 다른 인물들과 부딪치면서 만들어가는 심리적 갈등에 그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의미이다.

 

결국 선과 악은 서로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마음 속에 담고 있는 하나의 모순이라는 것을 감독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표현하였다. 이런 감독의 연출은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배트맨은 영화 속의 날조된 비현실적인 영웅이 아니라 마치 우리 주위에서 같이 고뇌하고 힘들어하는 한 인간으로서 나약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런 배트맨을 보면서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배트맨 스스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악의적인 감정에 대해 숨기지 못하고 표출하는 장면에서는 한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들게 된다.

 

▲ 다크 나이트의 조커 조커로 열연을 펼친 히스 레저 ⓒ 워너 브라더스

 

악의 화신으로 돌아온 조커의 <히스 레저>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고뇌하고 번민하는 인간적 감성을 지닌 영웅의 모습을 표현했다면,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완벽한 악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다. 배트맨 시리즈 1편의 잭 니콜슨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히스 레저의 연기는 <다크 나이트>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주는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완벽한 혼란과 무질서 그 자체이다. 그리고 조커의 존재는 배트맨 자신에게도 선과 악의 혼란스러움을 가중 시킨다. 조커와 싸움을 거듭할수록 배트맨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의 존재는 배트맨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조커가 그런 가치가 있게 해준 것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배역을 연기한 히스 레저의 공이다. 그의 연기는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과 조화롭게 맞물리면서 그 시너지 효과가 영화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인공인 크리스찬 베일에게 상당히 아픈 이야기지만 어떤 면에서 <다크 나이트>는 히스 레저의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크리스찬 베일이 최상의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히스 레저의 연기 때문에 그 빛이 바랠 정도이다.

 

다만 약물 과다 복용으로 28살의 나이에 타계한 히스 레저의 연기를 더 이상 이 영화를 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블록버스터도 걸작이 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영화

 

<다크 나이트>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다. 연기파 배우를 선호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완벽한 배역 캐스팅과 연출에 대한 치밀한 계산은 기존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세밀함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단지 물량으로 적당히 승부한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를 최상으로 끌어 올리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감독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연출했다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메멘토>를 통해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감독답게 <다크 나이트>를 통해 상업용 영화에서도 걸작을 탄생 시킬 수 있는 비전을 가진 감독으로 인정받게 될 것 같다. 특히 <배트맨 비긴즈> 역시 상업성과 작품성을 상당히 인정받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배트맨 시리즈하면 팀 버튼 감독뿐만 아니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역시 함께 거론 될 것 이다.

 

만약 다음 시리즈가 또 다시 이런 성공을 거둔다면 배트맨 시리즈는 온전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올 여름 최고의 걸작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라면 <다크 나이트>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8.06 15:1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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