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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보다 비주류의 시선으로 우리의 성장을 바라본다

[리뷰]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

08.08.26 11:46최종업데이트08.08.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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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의 한 장면 ⓒ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

 

일본 영화계는 한때 아시아의 맹주로 국제무대에 아시아 영화를 알리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빛이 많이 바래졌지만 아직도 일본 영화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전통을 이어가려는 감독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의 감독 마츠오 스즈키 역시 그중에 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츠오 스즈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는 일본의 인기 극단 ‘어른계획’을 창단했으며, 극작가, 배우,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설가로서도 현재 활동 중이다. 특히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2007)로 일본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 하였으며, 또한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는 2006년 아쿠타가와상(일본 최고의 문단 등용문) 후보에 올랐던 자신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기도 하다.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는 감독

 

마츠오 스즈키 감독은 주류보다 비쥬류에 대해 더욱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감독이다. 일본에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오타쿠 문제를 다루었던 <사랑의 문>(2004) 역시 일본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류보다 비주류의 시선으로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았다.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 역시 <사랑의 문>과 비슷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28세의 독신녀 사쿠라 아스카(우치다 유키)는 일에 파묻혀 살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이다. 하지만 이 무슨 청천벽력인지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여성전용 패쇄 병원 독방(일명 콰이어트 룸)에 수감되어 있다. 수감 절차는 모든 것이 오해에서 시작된다. 마감을 앞두고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수면제를 먹고 겨우 잠이 들었는데 그것을 자살로 오해한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오해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아스카는 도저히 적응 할 수 없을 것 같은 여성전용 패쇄 병원에서 거식증 환자 미키(아오이 유우)와 만나면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허물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성전용 패쇄 병원에 온 사람들에게 자신이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경험을 하게 된다.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는 절대 우울한 영화도, 그렇다고 모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영화도 아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유머스럽게 진행이 되지만 보는 시선에 따라 묘한 서글픈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가 이렇게 여러 가지 감정을 띠게 된 것은 영화의 주인공 아스카의 현실적 아픔이 영화와 맞물리면서부터이다.

 

영화의 초반부 일 중독에 파묻힌 프리랜서 작가인줄만 알았던 아스카는 여성전용 패쇄 병원에 들어오면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픔이 하나씩 묻어나올 때마다 전혀 동질감이 없어보이던 병원 사람들 모두 자신과 접점을 이루는 아픔이 있음을 인지해 나간다.

 

이런 그녀의 인지과정은 이 작품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영화 속 캐릭터 간의 감정적 교류뿐만 아니라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과의 감정적 교류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는 28살 프리랜서 작가 사쿠라 아스카(우치다 유키)의 성장통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성장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날카로운 바늘처럼 폐부를 찌르고 있다. 무엇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도피하고자했던 사쿠라 아스카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 상당 부분 겹쳐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시선을 담고 있는 우치다 유키의 영화!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는 개인적으로 츠마부키 사토시와 아오이 유우 때문에 선택한 영화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온전히 여 주인공 우치다 유키의 영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비중이 이 영화에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상당히 주목하면서 지켜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독특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일본 영화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는 한국 관객들에게 폭 넓은 사랑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선택 하는 것이 절대 후회 없는 결정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8.26 11:4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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