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 A를 통해 인수된’ 대한민국, 그래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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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용(jingi88)등록 2008.10.03 15:43
10월 1일 10.4공동성언 1주년 기념행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나라당에서 벌컥하고 들고 나섰다. 10.4공동선언 불이행을 비판한 "계약"론 때문이다.

박희태 대표는 다음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 정치 초월적인 언행을 하는 게 맞는데 현실정치에 파고드는 것을 과연 국민이 좋아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노 전 대통령의 말에 지난 5년간 시달렸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또다시 시달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특유의 시니컬하고 퉁명스런 투로 말을 꺼냈다.

‘강남국’ 국회의원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전임 사장이 계약하면 후임 사장은 이행하는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전 정권의 회사를 인수한 게 아니라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전혀 다른 형태의 회사로 출범했다"며 "M&A를 통해 인수했다고도 할 수 있고 인적, 물적, 내용적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박희태 대표의 발언에 동조하고 나섰다고 한다.

또한 그는 "통일을 위해서는 주권 일부도 양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 헌법을 지켜야 하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위험한 말씀"이라며 "이런 논리에 따른 탄핵소추로 경고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이런 사고를 가진데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응원단장 출신답게 목 놓아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노 전대통령의 ‘계약’론에 공선진 의원은 ‘M & A'론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기실 공선진 의원의 ‘M&A'론은 지당한 말씀이다. 좌파 정권에게 ‘M&A' 당했던 기업을 다시 ‘M&A'로 되찾은 것이니까 말이다. 일명 그들은 그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한 그런 비장한 심정으로 와신상담 비육지탄의 세월을 보냈으며, 드디어 ’메시아‘인 2MB의 등장으로 그토록 기원했던 ‘독립’을 쟁취한 것이니 그 기쁨을 어찌 논하겠는가. 질곡에서의 해방, 축하해 마지않는다.

대한민국이란 기업이 ‘M & A'의해서 좌지우지 당해야하는지 그 일원으로서 매우 서글프다. 5년마다 한번씩 혹은 10년마다 한번씩  ‘M & A'에 의해  ‘인적. 물적. 내용적 구조조정’을 당해야 하는 대한민국이란 기업이 무슨 원죄가 그리 많다고 그런 곤욕을 치러야 하는지,  힘없고 무지스런 직원은 그저 맨 하늘만 쳐다 볼 뿐이다. 그래서 기업에는 ’노조‘가 필요한가 보다.

‘M & A를 통해 인수’한 대한민국을 그들은 도마 위에 올려놓고 요리하기에 여념이 없다. 요즘 요리하는 재미에 그들은 푹 빠져 있다. 맛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모양이 좋고 나쁘고도 아니다. 우선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지지고 볶고 칼질을 하며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유 없다. 무조건 바꾸는 것이다. 우측으로만 가면 만사 오케이다. ‘강남국’ 국회의원인 공성진은 입이 찢어진다. 좋은 세월 만났으니 인생의 정점을 만끽하고 있으리라. M & A라는 단어를 내뱉을 수 있는 세상, 이 보다 더 화려한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M & A론에 대해서 그냥 가십거리로 가볍게 넘겨버리기에는 사실 개운하지가 않다. 공성진이 말한 M & A는 우호적 인수합병 즉 상대기업의 동의를 얻고 그 기업의 경영권을 얻는 경우가 아니라, 적대적 인수합병 즉 상대기업의 동의 없이 그 기업의 경영권을 얻는 경우인 것이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정권교체 방법이다. 혁명이나 쿠데타에 의한 정권교체라면 그나마 수긍이 가겠지만 평화적인 선거에 의해 정권이 교체 되었는데 이런 단어를 동원하여 나라를 뒤흔들고 난도질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세계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 민족에겐 좌,우의 피비린내 나는 투쟁의 역사를 원죄처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21세기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하는 현재에 그런 구시대적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 이념의 굴레에서 언제쯤 벗어날 것인가. 작금의 공성진과 같은 위정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한 다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은 요원할지 모른다.

정권의 연속성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인식은 미래를 향한 진일보가 아니라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되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권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인수하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그런 관용이야 말로 국민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길잡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을 공성진과 같은 위정자들이 해야 하는 의무이다. 현재의 시대정신은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역사는 역동적인 것이기에 언제 좌로 바뀔지 모른다. 서로를 인정해야 상생의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하여튼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M & A된 대한민국은 혹독한 인적. 물적. 내용적 구조조정을 당하고 있다. 국민의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그에 대한 심판의 날은 필히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공성진은 건재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강남국’ 출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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