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김형범의 '명품 프리킥', 후반전을 수 놓다

K리그 최고, A매치에서도 통했다...대표팀 주전 경쟁 예고

08.10.16 08:23최종업데이트08.10.16 11:35
원고료로 응원

1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아랍에미레이트와의 경기에서 프리킥을 앞둔 김형범 선수(오른쪽) 선수가 곽태휘 선수와 상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후반 8분. 이청용(FC서울)이 상대 선수와 부딪혀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청용이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나오자 허정무 감독은 첫 번째 선수교체 카드를 썼다.

 

후반 초반부터 사이드라인 바깥쪽에서 몸을 풀던 5명 중 허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는 등번호 8번 김형범(전북)이었다. K리그 최고의 프리키커로 이름을 날리던 그다. 첫 A매치 출전이던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도 김형범은 교체로 출전해 그만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선보였다. 후반 35분과 37분 각각 프리킥과 코너킥을 정확하게 최성국의 머리에 연결시키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것. 

 

이날은 경기에 투입된 지 2분 만인 후반 10분 첫번째 프리킥 기회가 왔다. 전반까지 프리킥을 전담했던 박지성 대신 김형범이 공 앞에 섰다. 그러나 문전으로 올린 공은 아쉽게도 상대의 머리에 먼저 걸리고 말았다.

 

'아~' 관중석에서 터진 안타까운 탄식

 

1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아랍에미레이트와의 경기에서 이근호 선수와 김형범 선수(오른쪽)가 공을 몰고 가고 잇다. ⓒ 권우성

곧이어 후반 14분, 대한민국의 역습상황에서 기성용(FC서울)이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지면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직접 골을 노려볼 만한 좋은 위치였다. 이번에도 역시 키커는 김형범이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상대 골문 구석을 향해 날카롭게 날아갔지만 나세르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관중석에서는 "아~"라는 탄식이 터졌다. 아깝게 A매치 데뷔골을 놓치는 순간이었다.

 

후반 15분, 숨돌릴 새도 없이 이번엔 코너킥 기회였다. 김형범의 발을 떠난 공은 빠르게 비행해 김동진(제니트)의 머리에 정확히 맞았으나 또다시 수비수의 발에 걸렸다. 이번에는 첫 어시스트를 놓쳤다.

 

후반 28분에는 관중석에서 두 번째 탄식이 터져나왔다. 김형범이 이번엔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45도 각도에서 강하게 때린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고 만 것이다. 2분 전 우리 수비진의 어이없는 실수로 한골을 허용해 한점차로 쫓기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경기장 안 전광판에서 김형범의 슈팅 장면이 리플레이 되자 안타깝다는 탄식도 반복해서 터져 나왔다.

 

꾸준히 기회를 엿보던 김형범은 결국 후반 43분 기어코 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두 번째로 찬 코너킥이 곽태휘(전남)의 헤딩골로 연결된 것이다. 수비수보다 약간 뒤쳐져 있던 곽태휘가 뛰어 들어오며 헤딩할 수 있게 한 정확한 높이와 길이가 돋보였다.

 

15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아랍에미레이트와의 경기에서 곽태휘 선수가 코너킥 상황에서 김형범이 찬 공을 헤딩으로 넣어 한국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권우성

 

김형범, UAE전 한국 축구가 거둔 수확 중 하나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아랍에미레이트전에서 김형범은 K리그에서의 명성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형범의 '명품 프리킥'은 이날 경기에서 4-1 대승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가 거둔 수확 중 하나다.

 

허정무 감독은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A매치에 두 번째 출전한 것치고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인 김형범이 넘어야 야 할 산은 많다. 이번에 대표팀에 그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것도 김두현(웨스트브롬)과 박주영(AS모나코)이 부상과 이적 등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팀 내에서는 박지성과 이청용이라는 큰 벽이 버티고 서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청용이 부상으로 나가고 나서야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김형범은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허정무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부상으로 당분간 볼 수 없는 김두현의 부재를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나 기존 주전들을 바짝 긴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나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에 좋은 징조다.

2008.10.16 08:23 ⓒ 2008 OhmyNews
월드컵 예선 김형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