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차도에 정박 중인 범선 코리아나호. 24시간을 거의 배에서 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최은경
"범선 생태여행 취재 한 번 해 볼래요?"
짙어가는 가을, 새로운 떠남의 목적지를 고민하던 중 얼떨결에 받은 제안으로 여행은 시작되었지.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람사르 총회 홍보를 위해 국토해양부가 주최하고, ㈔녹색습지교육원이 주관하는 연안습지 탐방 프로그램이었어. 무엇보다 차도, 비행기도, 걸어서도 아닌 돛으로 가는 배(범선)를 타고 여행한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지.
어릴 적부터 항해에 대한 낭만을 품고 있었어. 배를 타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파도를 가르고 노를 저으며 땀방울을 흘리는 것, 망망대해 위에서 새카만 밤 하늘 별을 바라보는 것, 기타 등등.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지.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새벽 5시 20분 용산 발 첫 기차를 타야했어. 잠들지 않기 위해 밤새도록 색연필을 깎으며 정신을 추슬렀지. 비몽사몽으로 여수에 도착하여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었어. 전국에서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온 이들이었지.
직접 신청서를 작성하고 홀홀단신으로 참가한 초등학생부터 지긋한 연배의 할아버지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어. 주최 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가자 선정의 제1요건은 바로 다양성이라 하더군.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앞으로 4박 5일을 관통하는 주제와도 닿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4박 5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