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이 좀 올랐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는 학원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집 값의 등락폭이 크지 않다. 사진은 학원이 밀집해 있는 상가 건물 1층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자료사진) 최경준
▲ 집값이 좀 올랐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는 학원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집 값의 등락폭이 크지 않다. 사진은 학원이 밀집해 있는 상가 건물 1층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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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 잠실5단지로 가서 물어봐야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왔어요? 이번 정부 발표는 늘 그랬듯이 강남만을 위한 정책이에요. 강북 상황이 독자적으로 좋아지면 내 손에 장을 지집니다. 두고 보세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김아무개(45)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담배를 물고 라이터의 불을 당겼다. 긴 한숨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다소 높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은마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경제가 안 좋아 당장 재건축은 어렵다고 하는 판국인데···. 쏠 '총알'이 없는데 부동산으로 경기 활성화? 요즘은 반대로 가야 맞아요. 경기가 좋아져야 부동산 거래도 좋아지죠."
그는 정부가 3일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불신했다. 경기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상 거래 자체가 뚝 끊겨버린 노원구 일대의 부동산 흐름이 좋아질리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부동산에 쏠 총알이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른바 '11·3 발표'에 대해 "웬만한 부동산 규제는 다 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4일 찾은 서울 노원구를 비롯한 강북 일대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름이 없었다. 즉 "집값 하락, 거래 뚝"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씨처럼 강북에 적을 둔 업자만 푸념을 하는 게 아니다. 김태호 부동산랜드 사장도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 사장은 "강남의 부동산이 활성화돼야 강북 상황이 좋아질 텐데, 현재로서는 그런 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재건축 대상으로 거론할 수 있는 상계동 일대의 아파트는 대부분 고층이라 재건축을 한다 해도 큰 이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규제를 풀 것이면 모두 풀 것이지 왜 강남권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좀 더 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실제 상계동은 주공아파트가 19단지까지 있을 정도로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이지만 재건축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이 지역 아파트는 대부분 87~88년 사이에 입주가 시작돼, 79년 완공돼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보다 약 10년 뒤에 나온 '신상'이다.
게다가 8단지나 5단지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단지의 아파트가 15층 이상 고층 아파트다. 즉, 용적률과 임대주택 의무 건설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도 '투자'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20년을 살았다는 김철용(56)씨는 "2000년대 초반에 재건축 이야기가 나와 잠시 술렁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재건축에 '재'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이 지역에는 주택에 투자하려는 사람보다 그냥 평생 살아가려는 서민들이 대다수"라며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주민들이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건설 경기 부양 대책에도 불구하고 노원구의 아파트 거래는 '올 스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K부동산의 강 아무개 사장은 "중형인 노원현대아파트 119㎡가 일주일 만에 적게는 2000만 원, 많게는 4000만 원까지 떨어져 4억 원 초반의 매물이 나왔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한 열흘 동안 전세 몇 건을 제외하고 매매를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남에서 바람이 불어야 강북도 숨통 트여"
사설 입시 학원이 밀집해 있는 중계동 일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업자는 "노원에서는 중계동이 거래가 활발한 편이었는데, 아무리 집값이 떨어져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정말로 부동산 거품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이 조금씩 닥치는 것 같아 무섭다"고 밝혔다.
은행사거리의 입시 학원 쪽도 주택 거래 중단을 실감하고 있는 듯했다. 한 어학원의 김 아무개 상담실장은 "이 맘 때쯤 되면 지방이나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사를 오겠다는 학부모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상담을 해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노원구뿐만 아니라 도봉, 강북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도봉구의 이상현 에이스부동산 사장은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 기대는 하고 있지만, 그 기대가 언제 어떻게 현실화될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집값이 떨어져도 거래가 없으니 요즘은 도시락 먹으러 사무실 나오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기대를 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왔다. 중구 남산타운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 업자는 "강남의 은마아파트와 개포동 일대 그리고 송파의 잠실에서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흐름을 타면 분명 강북도 꿈틀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업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강남만을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 누가 뭐라고 하든 부동산은 강남 쪽에서 바람이 불어줘야 강북도 숨통이 트인다"며 "강북 사람들이 배가 좀 아파도, 강남을 지켜보며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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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05 08:5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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