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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라이벌'의 몰락에 끝은 어디인가

[프로농구] 시즌 초 연패의 늪에 빠진 SK와 KTF

08.11.08 16:22최종업데이트08.11.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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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계를 대표하는 라이벌 구도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불린 서울 SK와 부산 KTF의 동반 부진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1월 8일 현재 나란히 4연패에 빠진 두 팀의 순위는 나란히 공동 9위. 말이 좋아 공동 9위지 꼴지나 다름없는 부끄러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상대적으로 시즌 전 같이 약체로 평가 받았던 오리온스와 모비스가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중·상위권 순위 판도에 변화를 일으킬 기세인 것에 비하면, SK와 KTF의 부진은 흥행적인 측면에 봐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진이라는 동병상련을 겪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원인은 다른 것 같다. 동반 부진에 빠진 통신 라이벌의 분위기 반전은 언제쯤 가능할까?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는 조동현(가운데) ⓒ 서민석

 

[서울 SK] 부인할 수 없는 '방-김'의 공백

 

먼저 SK를 보자. 지난 2007~2008 시즌 모처럼 플레이오프(이하 PO) 진출에 성공하면서 명예회복에 성공했지만, 올 시즌을 앞둔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연세대 선·후배 사이로 외국인 선수 못지않게 팀 전력의 주축이었던 김태술과 방성윤이 각각 어깨 부상과 NBA 입성을 위한 NBDL 진출을 위해 팀 전력에서 빠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방성윤이 33경기에서 22.09점, 3점슛 3.42개로 득점 부문 전체 5위 국내 선수 1위였고, 김태술이 51경기에서 평균 10.67점, 어시스트 7.52개로 어시스트 부문 2위를 기록해 팀의 핵심선수로 완전히 자리를 꿰찼었다.

 

그나마 이적생인 포인트가드 박성운-슈터 이상준과 신인 김민수를 통해 방성윤과 김태술의 공백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그저 그런 선수도 아닌 스타급 국내 선수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특히나 얼마 전에는 미국에 가있던 방성윤이 다시 국내로 복귀할 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얼마나 SK가 떠나간 해결사를 그리워하는 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결국, SK 입장에서는 득점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 테런스 섀넌을 영입했지만, 김태술-방성윤의 공백은 너무나도 큰 상황이다. 그나마 15일 부산 KTF와의 홈 경기에 복귀 예정인 가드 김태술의 복귀만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주성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피터스(가운데) ⓒ 서민석

 

[부산 KTF] 외국인 선수의 부진에서 시작된 KTF의 위기

 

그나마 SK의 경우는 팀 전력의 핵심으로 불렸던 가드 김태술과 슈터 방성윤의 공백으로 어느 정도 전력 하락이 예견되었던 팀이었다. 그러나 탄탄한 국내 선수 진용을 갖춰 내심 돌풍을 기대했던 KTF의 부진은 가히 충격적이다.

 

신기성-송영진-양희승-조동현으로 이어지는 국내 주전 선수들의 기량이 타 팀에 밀리지 않는데다 박상오-허효진-최민규-김성현 등 벤치 멤버 역시 타 팀과 비교해봤을 때 결코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영환-임영훈 두 선수가 부상으로 팀에 합류는 못했지만, 폭 넓은 선수층으로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전망을 무색하게 할 만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다.

 

스티브 토마스와 제임스 피터스는 지난 시즌 타이론 워싱턴-세드릭 웨버, 칼 미첼-제이미 켄드릭 등 외국인 조합의 실패로 고전한 KTF가 심혈을 기울여 뽑은 외국인 조합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의 활약은 기대 이하다.

 

그나마 토마스의 경우는 19.67점 7.33리바운드, 피터스의 경우 15.33점 5.33리바운드로 각각 득점 13, 20위. 리바운드에서는 토마스가 공동 12위에 올라있다. 기록상으로 보면, 크게 흠 잡을 부분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선수와의 부조화다. 동료 선수의 외곽슛을 위해 스크린을 걸거나 외곽으로 패스를 빼주는 모습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또한, 경기초반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무리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 장면 역시 자주 연출되고 있다.

 

특히나 수비력을 보고 뽑은 토마스보다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고 영입한 피터스의 경우 골밑에서의 파워있는 득점이나 정확한 외곽포가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무리한 슛을 고집하다 보니 다른 동료 선수들의 사기까지 저하시키는 상황이다.

 

국내 선수 역시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팀 공-수의 시작점 역할을 해야 할 신기성 선수의 경우 상대의 집중 견제로 좀처럼 활동반경을 넓혀주지 못하고 있고, 조동현-양희승-송영진 등 주전급 활약을 해야 할 토종 선수 역시 이름값에 한참 못 미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외국인-국내 선수의 동반 부진으로 KTF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오코사와 매치업을 이룬 스티브 토마스(우) ⓒ 서민석

 

다시 한 번 나란히 패한 '통신 라이벌

 

개막 이후 3연패를 달리던 SK와 KTF는 운명의 장난처럼 7일 나란히 ‘우승 후보’로 불리는 KCC와 동부와의 일전을 치렀다. 최근 3연패의 부진 속에서 만난 상대치고는 너무나도 강한 팀과 맞붙은 것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동부와 3승3패로 선전했던 KTF의 ‘동부전 강세’는 올 시즌에도 계속됐다. 이러한 강세는 3쿼터까지 64-61로 KTF가 3점차로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나 4쿼터 중반까지는 10점차까지 점수차를 벌리며 시즌 첫 승에 입맞춤하는 듯했지만, 화이트를 앞세운 동부의 외곽 공격을 못 막고 결국 80-88로 역전패를 당하고야 말았다.

 

SK의 경우는 경기 내용이 더욱더 실망스러웠다. 이틀 전 KTF가 그랬듯 전주 원정에서 그야말로 ‘치욕’이라 불릴 만큼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1쿼터는 15-16으로 그럭저럭 선전했지만, 하승진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2쿼터부터 점수차가 벌어지더니 3쿼터 중반 20점차대까지 점수차가 벌어지는 일방적인 리드를 당했다. 결국 67-91로 무려 24점차 패배.

 

경기 내용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두 팀의 연패 탈출은 다음 경기로 미루어젔다. 그만큼 두 통신 라이벌의 시름 또한 깊어져 가는 셈이다.

2008.11.08 16:22 ⓒ 2008 OhmyNews
프로농구 부산 KTF 서울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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