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 "대통령 결단 없으면 자전거 제자리걸음"

[자전거정책을 말하다②] 17대 국회 자전거정책 주도... 한 부처만으론 한계 느껴

등록 2008.11.18 17:21수정 2008.11.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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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경찰청 등 정부 10개 부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 동안 각 단체나 개인이 주장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기대, 우려, 실망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자전거 이용자와 자전거 정책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말>
a  박찬석 전 의원은 이번 자전거 이용활성화 종합대책에 대해 '내용은 좋다'고 말했다. 단 총괄기구가 없어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박찬석 전 의원은 이번 자전거 이용활성화 종합대책에 대해 '내용은 좋다'고 말했다. 단 총괄기구가 없어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찬석 전 의원은 이번 자전거 이용활성화 종합대책에 대해 '내용은 좋다'고 말했다. 단 총괄기구가 없어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 10개 부처로 구성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 추진기획단'이 지난 17일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 중 하나가 박찬석 전 국회의원이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자전거 관련 법률을 만드는데 앞장선 박 전 의원에 대해 사람들은 '자전거 의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17대 국회 비례대표 출신인 박 전 의원은 18대 총선엔 출마하지 않아 지금은 야인 상태다. 경남 산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계를 떠났지만, 박 전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자전거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내용은 좋다. 그동안 건의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실현이 잘 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모든 자전거 정책을 총괄할 부서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현재 자전거 전담부서는 행정안전부지만 국토해양부·환경부·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문화체육관광부·경찰청 등 엮이는 부서가 한두 곳이 아니다. 어느 특정 부서가 주도하기 힘든 게 자전거 정책이다.

 

도로 길이를 줄이자면 국토해양부에서 나서야 하고, 자전거신호등 등 교통체계를 바꾸려면 경찰청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학교 상대로 자전거 교육을 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 자전거 여행 방안을 마련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도움이 필수다.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환경부가 가진 철학과 지식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4년 동안 자전거 정책을 제대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행안부 힘만으로는 안되더라구요. 다른 부서가 적극적이지 않아. 우리 일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자전거 정책이 단순하지 않은 게 이번에 도로를 줄여서 자전거길 만든다는 '도로 다이어트'가 있어요. 그러면 건교부가 나서야 하는데, 자기들은 아쉬운 게 없는 거야. 산자부도 석유비축기금이 많기 때문에 자전거 정책에 돈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지. 아쉬울 게 없으니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내 총괄기구 논의

 

박 전 의원은 자전거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선 국무총리실이나 청와대 산하에 총괄조정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이 자전거정책조정관을 임명해 전체 자전거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모델이다. 참여정부 시절 재경부 변양균 정책실장과 이에 대해 상당한 수준까지 교감을 했다. 청와대 내에 총괄기구를 두는 것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불미스런 일이 터지면서 교감은 없었던 일이 됐다. 박 전 의원이 지금까지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불미스런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추측성 질문을 던졌다. 정확히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지만,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기 때문에 성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 속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당시 그 일을 주도했던 두 주역은 모두 공직을 떠났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일까. 박 전 의원은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당시 그와 같은 주제로 연구한 이들이 많았고, 그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실마리를 누가 푸는가 하는 점이다. 자전거 전담부서인 행정안전부? 15년 동안 움켜쥐고 끌어온 일을 쉽게 내놓을 부서가 있을까. 박 전 의원은 "만약 그렇게 되면 행정안전부 담당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서가 지금껏 맡은 일을 내놓는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결단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박 전 의원은 "그렇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 한 자전거정책은 계속 이 상태로 제자리 걸음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는 문득 2006년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서남해안 해안일주 자전거 전용도로 계획을 꺼냈다. 당시 행안부는 1218㎞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며, 예산은 7800여억원 정도 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 전의원은 당시 발표는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자부가 자전거도로라는 것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투였다. 그는 "전국 해안 지역엔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지방도와 해안도로가 엄청나다"면서 "이들 도로를 잇고 표지판만 잘 세우면 그게 자전거도로"라면서 정부 인식을 꼬집었다.

 

생각이 바로서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무용지물이라는 말을 이런 비유를 통해 표현한 듯했다.

 

박 전 의원은 이번 발표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효과가 없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행정안전부가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지자체가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 적어도 앞으로 지자체를 중심으로 자전거 붐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찬석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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