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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드의 자존심, MF '스티븐 제라드'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리버풀 FC 1-0 올림피크 마르세유

08.11.27 10:40최종업데이트08.11.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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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맨 오른쪽)의 득점 뒤풀이 사진과 함께 16강 토너먼트 진출 소식이 실린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첫 화면 ⓒ 유럽축구연맹

 

그는 마르세유만 만나면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우연히 나온 결과일까? 리버풀은 올 해 마르세유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세 골을 넣고 한 골을 내줬는데, 그 세 골 모두 제라드가 넣은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아무튼 제라드는 마르세유 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혀도 아주 깊이 박혔을 것 같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잉글랜드)는 우리 시각으로 27일 새벽 리버풀에 있는 안필드에서 벌어진 2008-200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D그룹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안방 경기에서 1-0으로 이겨 다음 달 10일 열리는 PSV 에인트호벤과의 방문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16강이 겨루는 토너먼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터뜨린 한 골 한 골의 의미...

 

13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면 스티븐 제라드가 마르세유를 상대로 이를 악물게 된 계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리버풀과 올림피크 마르세유는 지난 시즌에도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A그룹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문제는 2007년 10월 4일(한국시각) 새벽 안필드에서 발생했다. FC 포르투(포르투갈), 베식타스(터키)와 함께 같은 그룹에 묶인 이 두 팀은 안필드에서 만나 조별리그 첫 경기를 벌인 것.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77분, 마르세유 미드필더 발부에나의 짜릿한 중거리슛이 결승골로 연결된 것이었다. 리버풀 벌칙구역 반원 바로 밖에서 발부에나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페페 레이나가 지키는 리버풀 골문 오른쪽 톱 코너를 꿰뚫었다.

 

이로 인해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벤치를 지키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수많은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했고 선수들도 2007-2008 시즌의 전망이 불투명함을 느낄 정도였다. 아마도 거기서 제라드의 오기가 발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12월 12일 벨로드롬에서 열린 마르세유 방문 경기에서 제라드는 경기 시작 4분만에 선취골을 터뜨리며 팀의 4-0 완승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극적으로 2위에 턱걸이하며 포르투와 함께 16강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제라드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안방에서 당한 치욕은 상대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운명의 장난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편성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인물은 제라드였을 것이다. 거짓말처럼 리버풀과 마르세유는 이번에도 D그룹에 묶였다. 한 번 제대로 갚아줄 기회가 온 것이다.

 

제라드는 그 거짓말같은 인연을 잊지 않았다. 지난 9월 17일 벌어진 2008-2009 챔피언스리그 방문 경기에서 혼자서 두 골이나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었고, 오늘에서야 안필드에서의 작은 치욕을 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22분, 동료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가 오른쪽에서 아름답게 띄워준 공이 날아오자 이마로 정확하게 받아넣은 것. 순발력이 뛰어난 마르세유 문지기 만단다도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골이었다.

 

마르세유의 에릭 게레츠 감독은 78분에 바카리 코네를 불러들이고 13개월전 결승골의 주인공 발부에나를 들여보냈지만 리버풀 수비형 미드필더 마스체라노에게 노란딱지를 안긴 것 말고는 얻은 것이 거의 없었다.

 

리버풀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마르세유와의 챔피언스리그 두 차례 맞대결 말고도 중요한 시점에서 귀중한 골들을 터뜨리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8월 23일 벌어진 미들스브러와의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안방 경기에서도 종료 직전 역전 결승골(2-1)을 터뜨렸으며 지난 달 29일 열린 포츠머스와의 경기에서도 그는 75분에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에는 유독 그의 발끝이나 이마에서 결승골이 많이 나온 셈이다.

 

결승골은 아니었지만 지난 4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챔피언스리그 안방 경기에서 터뜨린 극적인 동점골(90분, PK)도 그 가치로 따지면 결승골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리버풀은 다음 달 2일(한국시각) 새벽에 지안프랑코 졸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를 안방으로 불러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D그룹 경기 결과, 27일 안필드

★ 리버풀 FC 1-0 올림피크 마르세유[득점 : 제라드(22분,도움-알론소)]

◎ 리버풀 선수들
FW : 페르난도 토레스
MF : 리에라(64분↔베나윤), 마스체라노, 제라드, 사비 알론소, 카윗(85분↔루카스)
DF : 아우렐리우(46분↔도세나), 아게르, 캐러거, 아르벨로아
GK : 페페 레이나

◎ 마르세유 선수들
FW : 벤 아르파, 니앙, 바카리 코네(78분↔발부에나)
MF : 셰이루, 카나, 지아니
DF : 타이워, 힐튼, 주바르, 보나르트(88분↔사마샤)
GK : 만단다

◇ 현재까지 16강 토너먼트 진출 확정팀(A,B그룹과 C그룹 1팀은 미정)
FC 바르셀로나(C그룹)
리버풀, AT 마드리드(D그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비야레알(E그룹)
리옹, 바이에른 뮌헨(F그룹)
아스널, 포르투(G그룹)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H그룹)

2008.11.27 10:4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D그룹 경기 결과, 27일 안필드

★ 리버풀 FC 1-0 올림피크 마르세유[득점 : 제라드(22분,도움-알론소)]

◎ 리버풀 선수들
FW : 페르난도 토레스
MF : 리에라(64분↔베나윤), 마스체라노, 제라드, 사비 알론소, 카윗(85분↔루카스)
DF : 아우렐리우(46분↔도세나), 아게르, 캐러거, 아르벨로아
GK : 페페 레이나

◎ 마르세유 선수들
FW : 벤 아르파, 니앙, 바카리 코네(78분↔발부에나)
MF : 셰이루, 카나, 지아니
DF : 타이워, 힐튼, 주바르, 보나르트(88분↔사마샤)
GK : 만단다

◇ 현재까지 16강 토너먼트 진출 확정팀(A,B그룹과 C그룹 1팀은 미정)
FC 바르셀로나(C그룹)
리버풀, AT 마드리드(D그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비야레알(E그룹)
리옹, 바이에른 뮌헨(F그룹)
아스널, 포르투(G그룹)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H그룹)
제라드 챔피언스리그 리버풀 마르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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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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