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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공유한 라이벌의 엇갈린 희비

‘명(明)과 암(暗)’을 함께한 ‘지역 라이벌’의 희비

08.11.29 12:33최종업데이트08.11.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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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되어 들어가는 김효범(가운데) ⓒ 서민석

 

2006~2007 시즌 프로농구전에서 만난 울산 모비스와 부산 KTF는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로 챔피언 결정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비록 양동근-우지원-윌리엄스 등을 앞세운 모비스가 4승3패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준우승을 거둔 KTF 역시 뜨거운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 만큼 두 팀에게2006~2007 시즌은 영광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두 팀은 지난 2007~2008 시즌 나란히 8위와 9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이하 PO)에도 오르지 못했다. 챔프전에서의 명승부라는 영광은 물론이고, PO 탈락이라는 굴욕도 나란히 한 셈이다.

 

이렇듯 최근 두 시즌 동안 명암을 함께한 모비스와 KTF의 2008~2009 시즌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차로 1시간 남짓 밖에 안 걸리는 울산과 부산을 연고지로 삼고 있지만, 올 시즌 엇갈리는 행보의 연속인 양 팀의 맞대결이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패스할 곳을 찾는 김현중(좌) ⓒ 서민석

 

‘젊은 피’의 활약에 탄력받은 모비스

 

먼저 울산 모비스를 보자.

 

2006~2007 시즌 통합 챔피언에서 한 순간에 2007~2008 시즌 9위로 내려앉는 몰락을 겪은 모비스는 그야말로 두 시즌 동안 극과 극을 경험했었다. 그러나 9위로 끝난 지난 시즌 함지훈(1984년생)과 김효범(1983년생)이라는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적지 않은 소득을 올렸었다.

 

이렇듯 가능성을 보여준 김효범과 함지훈의 숨어있는 능력은 올 시즌 눈에 띄는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특급'으로 불리며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지명을 받았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활약으로 실망을 안겼던 김효범은 올 시즌 11경기에서 평균 15.82점에 3점슛 2.67개로 3점슛 성공률 부분 1위를 기록해 모비스의 확실한 주포로 자리잡았다.

 

또한, 지난 시즌 김태술과 신인왕 경쟁을 펼치다가 시즌 도중 불의의 부상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해야 했던 함지훈의 경우도 비록 지난 시즌에 비해 출전 시간도 줄어들고 2-3쿼터에 활약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평균 10.55점 3.18리바운드를 기록. 팀의 약점인 '높이의 열세'를 잘 메워주고 있다.

 

여기에 LG와 삼성에서 각각 트레이드와 1년 임대의 형식으로 올 시즌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은 김현중(1981년생)과 우승연(1984년생) 역시 각각 평균 11.10점 5.80어시스트와 6.82점 3점슛 1.27개를 넣으며 모비스의 약점으로 불리던 포인트가드와 슈터의 부재를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덤으로 2008 신인 드래프트 1R 10순위로 영입된 천대현 역시 8경기에 나와 평균 4.64점 2리바운드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송영진과 매치업을 이룬 함지훈(가운데) ⓒ 서민석

 

노장과 신에의 조화가 아쉬운 KTF

 

반면, KTF의 경우는 올 시즌 들어 노장 선수들의 노쇄화와 부진 그리고, 신인 선수들의 성장이 생각보다 더디면서 예상보다도 훨씬 더 고전하고 있다.

 

묘하게도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대구 오리온스와 함께 ‘3약’을 이룰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와는 달리 모비스가 선전하면서 KTF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역시 가장 아쉬운 대목은 팀의 주축이 되어야 할 베테랑 가드 신기성(1975년생)의 부진이다. 올 시즌 평균 9.75점 5.44 어시스트로 눈에 보이는 기록도 썩 미덥지 못하지만, "올 시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인지 지나치게 본인 혼자서 공격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다.

 

KTF 이적 이후 좀처럼 과거의 명성에 한참 못 미치는 활약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양희승(1975년생)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 시즌 단 3경기에 나와 평균 9.87점 3점슛 1개를 기록하면서 올 시즌은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는 듯했으나 11월 5일 KCC전(3점)을 끝으로 코트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두 베테랑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활약으로 팀의 부진에 별다른 힘을 못 쓰고 있다. 여기에 조동현(1976년생)과 송영진(1978년생) 두 30대 선수들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송영진이 최근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위안거리이기는 하지만, 지난 SK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한 조동현의 공백은 KTF에게 악재임에 틀림 없다.

 

결국, 모비스는 향후 5년 정도는 거뜬히 팀을 책임 져줄 대들보들을 많이 얻어 든든한 반면,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인 KTF는 당장 올 시즌 뿐만 아니라 앞으로 팀을 책임져줄 대들보는 커녕 주춧돌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판정에 항의하는 신기성(우) ⓒ 서민석

 

1R와 달랐던 두 팀의 2R 맞대결

 

하지만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양 팀 간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의외로 KTF가 짜임새 있는 수비 전술과 신-구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76-69로 승리를 거뒀었다.

 

묘하게도 모비스의 김효범(13점 3점슛 2개)-함지훈(8점 2리바운드)-김현중(12점 3어시스트)등 젊은 선수들은 수치상으로는 제 몫을 해냈으나 결정적인 순간 자유투 실패와 패스 미스 등으로 번번히 팀의 흐름을 끊어놓았다.

 

역으로 KTF의 베테랑인 신기성(13점 8어시스트)과 송영진(12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이 좋은 모습을 보였고, 여기에 박상오(11점 2리바운드)와 허효진(7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역시 팀에 활력을 불어 넣으면서 값진 승리를 따낸 것이었다.

 

다시금 똑같은 장소인 부산 사직 체육관에서 만난 두 팀은 지난 1R와는 달리 2R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모비스가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김효범이 13점(3점슛 4개)-함지훈이 8점을 몰아넣어 외곽과 골밑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성공한 모비스가 42-39 3점차로 앞서며 ‘젊은 피’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나 득점에서 잠잠하던 김현중은 4쿼터 종료 1분 4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스틸에 성공, 1R KTF에 당한 패배를 83-76으로 깔끔하게 되갚아준 것이었다.

2008.11.29 12:33 ⓒ 2008 OhmyNews
모비스 K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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