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 대표 언론잡지였던 개벽. 호랑이가 울부짖는 표지가 인상 깊다. 당시에는 일제 침략으로 한국인들이 풀이죽어있는 상태라 호랑이 그림을 많이 써서 기상을 살리려고 했다.
이인
향수 어린 마음에 12월 4일, 잡지박물관을 찾았다. 정확한 명칭은 잡지정보관이다. 잡지박물관과 잡지전시관이 같이 있기 때문이다. 잡지정보관은 여의도에서도 외진 곳에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간신히 찾았다. 더구나 건물 지하에 박물관이 있었다. 요즘 잡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위치로 보여주는 것 같다.
안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구분되어 있다. 왼쪽에는 잡지박물관이, 오른쪽은 잡지전시관이다. 잡지전시관에는 시사지·교양지·사회과학학술지·자연과학학술지·지역지·기관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서 문학지·문화예술지·경제지·학습지, 여성지, 농수축산지, 취미·레저가 목록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이렇게 잡지 종류가 많았나 싶었다.
휙 둘러보고 잡지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시대별로 희귀한 잡지들이 전시되어 있고 간단한 소개말이 곁에 붙어 있다. 시험에 나오기에 교과서를 보며 외웠던 잡지들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오래 쳐다보았다. 일제하 대표 언론잡지였던 <개벽>, 문예 동인지 <창조>와 <폐허>, 낭만주의 색채가 짙은 <백조>. 고등학교 때 기억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전시관을 정리정돈하던 표진영 사서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하여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올해로 5년째 일하고 있다는 그는 잡지정보관을 관리하는 사람답게 잡지에 대해 꿰차고 있었다. 잡지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잡지 어렵죠, 그런데 폐간보다 창간이 더 많아요"

▲잡지 전시관 깔끔하게 분야별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이인
- 하루에 얼마나 사람들이 오나요?"하루에 50분 정도 찾으세요. 잡지 기자들이나 도서관 사서들이 많이 오세요. 잡지기자들은 오셔서 다른 잡지들 훑어보고 비교하시죠. 도서관 사서들은 내년에 자기 도서관에서 구입할 정기간행물 신청할 것들을 확인하러 오세요. 폐간이 자주 되기에 (폐간이) 안 될 만한 좋은 잡지를 찾으러 오시죠."
- 잡지가 어렵다는데, 느껴지나요?"금방 표시 나는 게 있어요. 잡지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어요. 여성지 같은 경우 두꺼울 때가 있어요. 여름휴가 때나 연말 같은 경우, 광고가 많이 실려 두껍지요. 그런데 광고가 줄었는지 요즘은 많이 얇더라고요. 잡지협회는 발행이 어려운 잡지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어서 폐간하는 잡지도 많지요. 해마다 200종 안팎의 잡지들이 폐간하고 있어요."
- 창간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데 맞나요? "그렇습니다. 어렵다고 하지만 꾸준히 더 창간되고 있어요. 폐간되는 잡지 수보다 창간하는 잡지 수가 더 많아요. 최근 5년 사이 전체 잡지 수는 3500종에서 4000종으로 늘었습니다. 다행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기간행물 진흥 법률이 나왔어요. 잡지 제작·유통·물류·집적시설·양성을 지원하는 법률이죠. 올해 12월 6일 시행돼요."
- 잡지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인터넷신문도 많이 생기고 다른 볼거리가 많지만 아직 손맛이 있잖아요. 자신이 손으로 넘기는 맛, 이것 때문에 사람들은 잡지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마우스로 내려보는 것은 편한 자세로 침 묻혀가며 넘기는 맛을 따라올 수 없지요."
- 잡지 부흥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나요? "올해는 한국 최초 근대 잡지라 할 수 있는 <소년>이 창간한 지 100주년 되는 해예요. <소년>이 1908년 11월 1일 창간했거든요. 육당 최남선이 창간했는데, <소년> 창간할 때만 해도 친일을 하지 않았지요. 정치적 평가는 뒤로하고 잡지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근대잡지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두어 <소년> 창간일을 잡지의 날로 정하고 있어요.
올해는 <소년> 창간 100주년 행사로 잡지읽기 수기 공모를 했습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잡지가 갖는 중요성을 알리고 잡지가 사람들에게 밀착한 생활매체라는 것을 알리려 했지요. 수기들을 읽어보니, 많은 분들이 잡지를 읽으면서 위로받고 용기 얻었다고 하시네요."

▲잡지 박물관 시기별로 나눠서 주요 잡지들을 가지런하게 전시하고 있다.
이인
그밖에 표 사서는 잡지 역사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했다. 당시에도 대형언론사 횡포가 있었다고 한다. 신문잡지시대를 출발케 했다는 <신동아>는 대형언론사를 등에 업고 작은 잡지들을 쓰러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또 기업에서 회원 관리와 홍보 차원으로 발행하는 무가지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잡지는 여전히 새롭게 만들어지고 독자들 읽을거리로서 자리잡고 있다.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다룬다는 게 여전한 잡지 매력이다. 시민들이 이러한 노력을 외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표 사서는 부탁했다.
뭐든지 시간이 지나면 훼손되기에 귀한 자료들은 수장고에서 항온항습으로 보관한다. 50년 이전 잡지 원문들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검색이 가능하다. 다만 저작권 때문에 인터넷으로 연결하지는 못하고 건물 안에서만 검색해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