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왜 가만있는 박근혜를 얘기하나"

[인터뷰] 윤여준 전 장관 "박근혜 역할론은 책임전가용"

등록 2008.12.14 11:56수정 2008.12.1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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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 ⓒ 권우성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 ⓒ 권우성

정치권의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4일 한나라당 친이 진영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책임전가용으로 보인다"고 평가절하 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어렵고 혼란스러운 위기상황이  박근혜 대표가 협력을 안 했기 때문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면 될 것을, 자꾸 가만히 있는 박근혜 얘기로 국면을 전환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는 게 문제"라면서 "(여권의 결속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한국 정치가  국민 신뢰를 잃은 게 박근혜 책임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윤 전 장관은 최근 이명박 정부를 향해 잇따라 '쓴 소리'를 하고 있는 보수 논객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에 대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남다르게 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정권으로 인한 진보의 위기든 이명박 정권으로 인한 보수의 위기든 이런 위기를 가치가 정립되는 중간과정으로 보면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동아일보>에 일본 자민당의 몰락 배경에 대한 분석기사가 보도됐던데 우리 한국보수가 눈여겨 볼 대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 독특한 배경 가진 정치인"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일본 자민당의 현실을 지켜 보는 과정을 통해 한국 보수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효과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긍정적일수도 있다는 게 윤 전 장관의 생각이다.

 

윤 전 장관은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유일무이하게 독특한 배경을 가진 정치인"이라며 “지역·성별·계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통상적 고정지지율 15%~18%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5% 지지율에 비하면 놀라운 숫자"라고 평했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 영향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가 당선된 이번 미 대선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는데, 10년 안에 인터넷이 단순히 선거 국면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국가 자체를 견인할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더라"며 "우리의 경우 IT 국 답게 이미 지난 16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부터 인터넷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인터넷의 영향력에 대한 찬반논란이 살아있다"며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자연스럽게 성숙한 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또 "어쨌든 분명한 건 인터넷의 위력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 국가 전체를 견인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해서는 "일종의 천지개벽"이라며 "취임 이후 개인적 철학이나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실천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바마의 당선과 취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흐름은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이 정책 아닌 정부 불신하는 게 더 문제"

 

윤 전 장관은 '정치적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에 대해 "금융자본주의가 정보화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위기도 세계화되고 있다"며 "다만 위기에 대처 하는 각국의 능력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경우, 경제위기 전에 정치적 위기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고통스런 기간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 그는 "단순히 대통령 리더십만이 아니라 의회나 일반적 리더십 모두를 포함한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의 현재 모습은 노골적인 불신이 도드라진 불행한 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정책 생산할 두뇌집단이 없는 게 문제냐, 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정치적 리더십은 국민신뢰를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미 지난 정권에서 경험한 바 있다"고 신뢰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전 장관은 "국면전환용 이벤트가 물론 필요하지만 신뢰 회복은 이벤트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국민에게 진심이 전달돼야 한다, 현상을 꾸미는 접근방식은 안 된다, 국민은 그 진정성을  금방 알아 볼 수 있을만큼 성숙돼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전 장관은 '경제우선'이라는 가치관이 팽배해지는 현상을 극도로 우려했다. 그는 "'경제우선' 가치는 인성을 황폐화하고 인륜과 천륜이 무너진 사회를 만들고 있다"며 "소득이 이런 현상을 치유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문제가 아직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지극히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며 "종교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종교 역시 성전 짓기에만 바쁜 모습이다, 특정 분야만 비난 할 게 아니라 공동의 성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윤여준 전 장관은 여의도 금영빌딩 12층에 위치한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편 <동아일보>는 1955년 부터 이어져 온 자민당 주도의 일본 정치시스템이 더는 지탱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전 간사장,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60여 명은 9일 '우정 민영화를 견지하고 추진하는 모임'을 발족했다. 이 자리에는 정계은퇴를 예고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까지 발기인으로 참여해 자민당 분위기를 성토했다는 것.

 

또 소장파 의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11월 와타나베 요시미 전 행정개혁담당 장관, 시오자키 야스히사 전 관방장관 등 24명은 '신속한 정책실현을 요구하는 의원모임'을 만들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멤버가 두 배인 48명으로 불었다.

 

정계 개편이나 신당 결성은 물론 '(민주당의) 내각불신임안 제출에 동참하자' 등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아졌다. 이 모임의 선봉 격인 와타나베 전 장관은 이날 "자민 민주 양당을 해체해 이념과 정책이 맞는 정치세력을 결집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계 개편을 주장했다.

 

이밖에 가토 고이치 전 간사장, 야마사키 다쿠 전 부총재 등도 '리버럴'과 '아시아 중시'를 내세운 신당 설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에도  게재됩니다.

2008.12.14 11:5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에도  게재됩니다.
#윤여준 #정치적 리더십 #신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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