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싸다가 죽겠네"

화장실이 불편해서 못살겠다는 아내

등록 2008.12.15 14:18수정 2008.12.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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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추워졌다. 해발 450m에 위치한 우리집은 예보에 나오는 온도보다 2~3도는 낮추어 잡아야 맞는다. 더할때도 있다.

 

추위때문에 보일러를 고쳤다. 화장실때문이었다. 외부에 있는 화장실이 수세식변기와 샤워기가 있는데 난방이 안 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 마다 물이 얼어버릴까 걱정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어느 날은 난로나 화로를 생각하다가 착안한 것이 찜통이었다. 한쪽이 찌그러져서 못 쓰는 찜통에 나무와 숯을 넣어서 불을 지폈다. 화장실 내부가 꽤 훈훈했다. 그런데 화장실 사용은 더욱 어려워졌다. 화로의 개념을 생각했으나 타는 나무가 내는 연기가 하나 가득 차서 숨조차 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창을 열자니 온도가 낮아질 것이고 난로를 들여다 놓을까 고민이 많았다. 가뜩이나 외벽 덧바름이 안 되고 틈이 많은 집이라 외풍이 심해서 집에 비닐을 뱅뱅 둘러 놓았다. 비닐을 고정하느라 타카못이 많이 박혀서 그것도 아쉬워하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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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밑에 달린 화장실 혹자는 창고냐고 하기도 하지만 왼쪽에 보이는 문을 통해서 다니는 화장실이다. 사진은 10월경에 한참 공사중일때 촬영한 것이다. ⓒ 임준연

▲ 처마밑에 달린 화장실 혹자는 창고냐고 하기도 하지만 왼쪽에 보이는 문을 통해서 다니는 화장실이다. 사진은 10월경에 한참 공사중일때 촬영한 것이다. ⓒ 임준연

아파트에서 곱게(?) 자란 나와 아내. 고민한다고 금방 해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조언을 구해도 별 해답은 없었다. 집 자체를 잘못 지었다는 핀잔이나 듣기 일쑤였다. 맞는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니었다. 비닐을 두른 집은 외풍이 많이 줄어서 견딜만 해졌다. 하지만 화장실은 갈 때마다 스트레스였다. 난로는 크기 때문에 안 되고, 전기 방열기나 가스는 비용문제가 크다.

 

겨울철엔 내 집 주변정리도 하지만 내년을 위해 돈도 벌어야 한다. 동네에서 하는 일이라면 별로 가리지 않고 달려들려 했다. 아랫말 사는 형님이 창고를 짓는데 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을 다니다가 나눈 대화에서 그 형이 사는 집 역시 외풍이 심한데 화목보일러에다가 라디에이터를 연결한다고 했다. 전기 라디에이터는 전기요금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보일러야 어차피 돌아가는 거고 구멍하나에 물 몇 리터 더 들어간다고 해서 크게 손해볼일은 아닐듯  싶었다.

 

이만오천원을 주고 5칸짜리 작은 라디에이터를 샀다. 배관을 양쪽 아래에다 연결해서 쓸 수 있었다. 3구짜리 보일러 분배기는 5구 짜리로 바뀌었다. 덕분에 한나절 이상 보일러를 꺼놓고 있었더니 아내가 성화를 부렸다. 추워 죽겠다며.

 

"조금만 참아, 화장실 따뜻하게 하려고 배관 다시하고 있어".

 

급하게 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결국 엑셀파이프를 분배기 입출구분을 잘못해서 방한쪽이 냉골이었다. 냉골방에서 하루를 지내고 다시 바꿔서 연결하고, 화장실까지 향하는 엑셀파이프의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온재로 싸고 보일러실고 화장실 구멍에는 스티로폼 옷등으로 막아서 보온하고 생쑈를 했다.

 

결론은?

 

결로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50~60도 되는 물의 온도가 화장실까지 오는데 열손실되어 30~40도 정도의 온도를 방열기를 통해 방출하게 된다. 한 평의 화장실은 그 정도로 동파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춥다.

 

“추워서 못 살겠네” 아내의 핀잔이 계속된다.

2008.12.15 14:18 ⓒ 2008 OhmyNews
#화장실 #난방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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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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