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숲에 숨어우는 바람소리

전남 스타디투어② 송광사, 낙안읍성, 순천만 생태공원

등록 2008.12.20 12:49수정 2008.12.2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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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낙안읍성 낙안 읍성은 마한의 옛터로 백제때 파지성, 분차, 분사라고 부른 곳이다. 조선 태조 6년에 왜구가 침입하자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고 토벌했다고 한다. 1983년에 사적으로 지정되어 복원사업을 추진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 정근영

▲ 순천 낙안읍성 낙안 읍성은 마한의 옛터로 백제때 파지성, 분차, 분사라고 부른 곳이다. 조선 태조 6년에 왜구가 침입하자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고 토벌했다고 한다. 1983년에 사적으로 지정되어 복원사업을 추진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 정근영

온천탕에서 몸을 씻고 나오니 마음까지 개운하다. 여기가 어디지? 나주 중흥골드스파는 운무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다. 2007년 여름에 개장한 중흥골드스파&리조트는 나주호를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어 이렇게 짙은 안개로 아침을 맞는가 보다.

 

목욕탕 한 켠에 자바라가 쳐져 있어 그것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새로운 세계가 나타난다. 워터락의 세계다. 레인보우오션이라 해서 워터롤러코스터, 패밀리 슬라이드, 아마존 리버, 아쿠아 풀레이어, 파도 풀, 토네이도, 레이싱 슬라이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설이다. 휴안수는 나주정천, 정강원, 대욕장, 찜질방, 아쿠아풀레이어, 실내 유수풀 등 물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시설을 다 갖춘 듯하다.

 

불교엔 세 가지 보물이 있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 부처님의 가르침 팔만대장경을 모신 해인사, 16분의 큰 스승을 배출한 송광사는 불교의 세 가지 보물을 보여준다.

 

앞에서(①회분) 잘려나간 암행어사 이면상의 비를 화엄사라고 했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으로 여기서 송광사로 바로 잡아야 할 것 같다. 불교는 숲속에서 숨쉬고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산중으로 쫓겨 들어갔다고 배웠지만 그런 일면도 있지만 불교는 생태적으로 숲속의 종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절로 가는 길가에는 죽어 해골로 남은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이 보기기 흉하기 보다는 그 절의 깊은 역사를 말해주고 그 역사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송광사 일주문앞 게양대처럼 높이 솟아있는 죽은 나무를 본다. 죽은 지 몇 백년이나 되었다는 전설이다. 지눌 스님이 돌아가실 적에 같이 잎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지눌스님이 사바에 다시 오시는 날 저 나무도 푸른 잎을 다시 드러낼 것이란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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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세척당 죽은 사람의 위패를 여기 하룻밤 재워서 영혼에 묻은 때를 씻어낸 다음 지장전으로 모셔가서 재를 지낸다고 한다. 송광사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 정근영

▲ 송광사 세척당 죽은 사람의 위패를 여기 하룻밤 재워서 영혼에 묻은 때를 씻어낸 다음 지장전으로 모셔가서 재를 지낸다고 한다. 송광사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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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썻지 않는 부활을 꿈꾸는 나무 지눌 스님이 열반하실적에 같이 죽었다는 나무다. 지눌 스님이 환생하면 새로 잎을 피우고 살아날 것이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 정근영

▲ 죽어서 썻지 않는 부활을 꿈꾸는 나무 지눌 스님이 열반하실적에 같이 죽었다는 나무다. 지눌 스님이 환생하면 새로 잎을 피우고 살아날 것이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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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의 고사목 절을 가는 길목엔 이처럼 고사목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고사목까지 절집에서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 정근영

▲ 송광사의 고사목 절을 가는 길목엔 이처럼 고사목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고사목까지 절집에서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 정근영

두 개의 작은 전각을 본다. 세척당이다. 죽은 사람의 때묻은 영혼을 저 곳에서 씻은 다음 지장전으로 가져가 모시고 제를 지낸다고 한다. 아마도 송광사에서만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죽음을 넘어 다시 살아나는 나무를 이곳 송광사에서 보게 될 것인가. 아니 사람은 날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송광사를 찾는 이들은 저 세척당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며칠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딸아이 부부가 이틀을 호텔 안에서만 있었다고 해서 방안에 쳐박혀 있을라고 그 먼곳까지 갔는가 한심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곳 리조트를 보니 그럴만도 한 것 같다. '산과 물, 바람. 휴식과 레저의 즐거움. 상쾌한 푸른 바람이 살아 숨쉬는 리조트' 골드스파가 꿈꾸는 세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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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살개 상 낙안읍성 입구에 있는 삽살개상. 세 기의 삽살개 상이다. 이 마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개가 수호신상으로 놓여 있는 곳은 드문 일이지 싶다. ⓒ 정근영

▲ 삽살개 상 낙안읍성 입구에 있는 삽살개상. 세 기의 삽살개 상이다. 이 마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개가 수호신상으로 놓여 있는 곳은 드문 일이지 싶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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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의 전통가옥 낙안읍성엔 중요민속 집 9동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 정근영

▲ 낙안읍성의 전통가옥 낙안읍성엔 중요민속 집 9동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 정근영

 

낙안읍성에 들어서니 시골 노인네가 "아무 것도 볼 것이 없다"고 소리친다. 무언가 불만이 있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초가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 노인에게 낙안읍성은 정말 볼 것이 없는 곳인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낙안읍성은 언제나 고향같은 포근함으로 나를 안아준다. 그곳에는 언제나 엄숙한 고요속에 평화가 깃들여 있는 듯하다.

 

낙안 읍성엔 22만3천 108평방제곱미터에 90세대 232명이 살고 있다. 이곳 낙안읍성엔 성곽, 중요 민속가옥 9동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객사 1동과 노거수 14그루가 도지정 문화재로 임경업군수 비각이 모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노거수 한 그루가 유독 눈에 띄어 마을 전체를 지휘하고 있는 듯했는데 그 노거수 역시 지정된 문화재가 아닌가.

 

낙안읍성은 저 멀리 금전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길잡이 문화유산 해설사는 우리 나라의 산 이름에서 돈전자가 들어가는 유일한 산이라며 이곳 사람들이 유독 복권에 잘 걸린다고 하며 저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권한다. 금전산이 돈 보따리를 안겨 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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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순천만 생태공원 관광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쳐 달리고 있다. ⓒ 정근영

▲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순천만 생태공원 관광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쳐 달리고 있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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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생태숲 갈대밭 갈대숲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처음이다. ⓒ 정근영

▲ 순천만 생태숲 갈대밭 갈대숲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처음이다. ⓒ 정근영

순천만 생태공원은 이 번 여행코스 가운데 처음 가 보는 곳이다. 그래서 호기심이 발동을 하고 가슴 설렌다. 전라도 사람들은 경상도 정권때 개발에서 소외 되었다고 불평했지만 어쩌면 그것이 이제 복으로 돌아오는지 모를 일이다. 전남이 스스로 '녹색의 땅'임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도 미개발의 덕분이지 않는가.

 

한 시인은 을숙도 갈대 숲 그 숲속길 물길을 따라 보트를 타고 가면서 낙조를 바라보는 아름다움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다고 격찬했는데 그 을숙도의 갈대밭은 이제 개발이란 모두 걷혀지고 말았다.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수백만평의 낙동강 하구 갈대밭은 이제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순천만이 그 개발의 곡괭이를 피해서 이렇게 옛모습 그대로 살아 있음에 이제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각되는 것이 아닐까. 전남의 녹색은 바로 순천만의 생태공원에서 내뿜는 냄새가 아니겠는가. 환경론자들이 낙동강 하구 개발을 반대할 적에 개발론자들은 '철새가 밥먹여 주나'하며 비난했지만 여수만에서 철새가 밥먹여 주는 곳임을 보게 된다.

 

갈대숲에서 숨어우는 바람소리는 자연의 소리다. 새가 우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것이듯 순천만 갈대숲도 숨어 우는 것이 아니라 숨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노래하는 순천만 생태공원, 용산 전망대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그 갈대숲에서 자연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멀리 물살을 가르고 흘러가는 관광유람선이 낭만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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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생태공원 갈대숲 순천만 생태공원은 미개발의 덕분으로 이제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 정근영

▲ 순천만 생태공원 갈대숲 순천만 생태공원은 미개발의 덕분으로 이제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 정근영
덧붙이는 글 조국 근대화의 삽질을 피해서 이제 그 자연을 자연 그래도 간직한 전라남도. 그 전라남도가 이제 녹색을 갖게 된 것도 아이러니런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제 전남의 녹색이 그리워 전남을 찾는다. 자연을 찾는다.
#순천만 생태공원 #갈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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