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대운하'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분석]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록 2008.12.23 09:09수정 2008.12.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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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 공사 안에 비밀리에 꾸린 운하 추진팀에 참여했던 건설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지난 5월 한반도 물길잇기와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고 양심선언을 했었다. 그리고 그 후에 정부는 이 비밀 태스크포스팀을 해체하고 운하추진은 취소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었다.

그러나 며칠 전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이 팀이 실제로는 장소만 한강홍수통제소로 옮겨 청와대 국정기획실의 지휘를 받으며 거의 매일 청와대에 보고를 하고 또 지시를 받아 일을 해왔다고 한다. 그 결과가 이번에 '4대강 하천정비사업'이라는 제목으로 국토해양부에 의하여 발표되었다. 참 놀라운 일이다.

우선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하천정비사업'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표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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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하천정비'의 사업비교 ⓒ 오마이뉴스 봉주영


즉, 두 사업을 비교해 보면 4대강 하천정비 사업은 운하 사업의 일부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하천정비라는 말은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익히 듣던 말로, 그동안 정부가 오랫동안 해왔던 사업이다.

2006년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현황과 하천별 정비현황, 치수사업의 민간위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을 포함한 국가하천의 정비가 97.3%에 달하여 거의 다 끝났다고 정부가 발표하였다. 그래서 하천정비는 별로 더 할 것이 없다.

그런데 위의 비교에서 특이한 점은 하천정비 사업이 운하에 비하여 사업의 내용은 훨씬 규모가 줄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에 14.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는 그대로 이 사업에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부운하의 사업비가 14.1조원이 아니라 40~5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민간단체들의 주장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은 이번에 정부가 스스로 잘 밝혀주었다. 국토해양부가 하천정비에만 14.1조원이 든다고 했고,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의 다섯 개 영남 지자체장들이 2008년 11월 12일 낙동강 물길 살리기 공사를 조속히 시행해 달라면서 33조 5649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으며, 충청남도는 금강에만 7조원을 추가로 더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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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대구시에서 발간한 낙동강 운하 보고서 표지 ⓒ 대구시

특히 대구시는 2008년 7월 10일자로 발간한 '대구 낙동강 운하 및 연안개발계획 수립용역 중간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이것이 낙동강 운하라고 바로 밝히고 있다 ([그림 1] 참조).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복개고가도로를 뜯을 때에 이 복개고가도로의 유지비가 가당치 않게 들어서 뜯고 복원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는 주장을 하여 많은 공감을 얻었었다. 마찬가지로 운하에 대해서도 해마다 홍수 나고 둑 보수하고 하상정비 하느라고 하천 유지비가 엄청나게 들어서 그 돈이면 운하를 만들면 된다고 주장한다.

운하는 유지관리비가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운하를 만들면 콘크리트 둑 보수해야지, 뱃길 측량하고 퇴적되는 토사 준설해야지, 댐과 갑문을 관리해야지, 화물터미널 유지관리 해야지, 운하 터널 혹은 스카이라인이라고 부르는 운하다리 유지관리 해야지, 배들이 다니면서 오염물 버리지 않는지 감시해야지, 선박사고 처리해야지, 수질오염 관리해야지 등. 흐르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하천과 일정한 폭과 깊이로 흘러야 하는 운하는 그 유지관리비가 차원이 다르다.

운하사업을 '물길 잇기'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르는데 실은 전혀 물길을 잇는 것이 아니라 물길을 끊는 사업이다. 사업계획을 보면 경부운하에 갑문을 19개, 영산강 운하에는 2개의 갑문을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아래 [그림 2]에 나와 있듯이 댐을 쌓아 강을 여러 개 구간으로 나누는 사업을 말한다. 그러면 앞으로 강들은 전적으로 전기로 수문을 열어야만 물이 흐르는 댐의 연속이 되고 만다. 정직하게 말하면 물길 잇기가 아니라 물길 끊기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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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낙동강 운하와 영산강 운하의 단면도 강의 물길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댐으로 단절되어 전기로 수문을 열어야만 흐르는 댐의 연속이 되고 만다. 즉 '물길 잇기' 사업이 아니라 '물길 끊기' 사업이다.


하천정비를 댐을 쌓고 오염된 하천 퇴적물을 파서 하천을 깨끗이 치우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하천은 여름에 한 번씩 큰 홍수 질 때에 바닥을 다 쓸어가고 없어서 쌓이는 것이 없고 치울 것이 없다. 강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다 안다. 다만 댐이 있는 곳에만 퇴적물이 쌓인다. '4대강 하천정비'는 오히려 댐을 쌓고 바닥을 파서 물을 고이게 만듦으로 오염 퇴적물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리고 하천정비라는 것이 서울을 지나는 한강과 같이 아름답게 만들어 배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자연 하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고 멋대로 하는 말이다.

아래 [그림 3]을 보면 한강처럼 만들기 위한 하천정비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길은 직선으로 만들고 바닥은 파고 강둑은 콘크리트로 바르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하천정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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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하천정비사업'의 본질 하천을 직선으로 만들고 수로를 깊게 파고 콘크리트 둑을 만드는 사업을 말한다.


요즘은 세상이 간덩이가 부어서 14조원이라는 돈을 아무 것도 아닌 듯이 말하는데, 우리나라 지도를 바꾸는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 새만금에 세운 예산이 10여 년에 걸쳐서 1조2천억 원이다. 그러니 14조원을 4년 안에 강에다 쏟아 부으면 도대체 강을 얼마나 파헤치고 얼마나 콘크리트를 많이 쳐야 하는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며칠 전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4대 강 정비 사업'에 대해서 "전광석화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라면서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는데 이 말로 짐작을 하면 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진리도 모르나

정부는 하천정비사업을 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내세우는데 물을 맑게 하겠다는 것, 홍수를 막겠다는 것,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주된 명분인 것 같다, 그런데 셋 다 방법이 근본적으로 틀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진리도 모르는 모양이다. 윗물을 맑혀야 아랫물이 맑아진다. 우리나라 강의 윗물은 거의 다 시골 마을의 도랑들이다. 마을의 도랑들은 지금 대개 쓰레기 태우고 버리는 곳으로 전락해 있다. 한번 홍수가 지난 후에 댐마다 가득가득 쌓이는 쓰레기들이 이를 여지없이 증명한다. 우리나라 10만 개 마을에 천만원씩만 돈을 써도 도랑들은 너끈하게 살리고 주민들은 행복해 한다. 그래야 1조원이다.

홍수도 본류가 넘쳐서 홍수피해 났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 봤다. 모두가 산사태며 계곡과 도랑이 넘친 것이며 물길을 바꾸거나 막았다가 터진 것이며 그런 것들이다. 이것도 다 산사태 안 나도록 공사하고 마을을 보호하도록 공사를 해야지 강 하류에 댐을 지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본도 우리처럼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는 나라이지만 홍수피해가 우리처럼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댐을 짓고 하천정비를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산사태 방지공사를 하는 등 예방에다가 대부분의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85% 이상의 예산을 홍수 예방에 쓰는 데 비하여 우리는 67%의 예산을 홍수 복구비에 쓴다. 즉, 홍수 방지도 본류의 하천정비가 아니라 상류의 마을에다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산사태 방지 사업도 벌이고 빗물저장시설도 만들어 마을에 물도 공급하고 홍수도 줄이고 해야 한다. 마을마다 지하에 빗물저장시설 만드는 것, 기술도 많이 발달했고 돈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일자리. 하천정비 일자리는 4년 후에 공사가 끝나면 다 없어지는 일자리이다. 우리나라처럼 공부 많이 한 사람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줘야지 고작 공사판 임시직 일자리가 무슨 일자리라고. 14조원이라는 예산이면 앞에 말한 사업에 다 뒤집어쓰고도 남아서 남는 돈은 재생 에너지 사업에 쓰면 된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 행복해 하고 물 맑게 하고 홍수 줄이고 물 공급하고 국가 장래대책 세우고 고급 일자리 만들고 다 할 수 있다.

오바마는 매년 150억 달러를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여 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 본 좀 받아라.

14.1조원을 기어이 건설업체에 주고자 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운하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그것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12월 1일 문화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익명을 전제로 한 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이 말하기를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제1단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바닥을 파내고 물길이 만들어지면 2단계 물류 수송 단계가, 통일 이후에는 한반도 전체를 뱃길로 잇는 마지막 3단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발언이 한두 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운하를 반대한 사람들은 여러 형태로 고통을 당하고 있고 운하를 반대한 환경단체들도 심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또 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은 30개의 시민단체들을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운하를 반대한 큰 환경단체들이 여기에 다 들어 있다.

유럽의 섬나라와 반도나라들은 운하가 있어도 운하 물동량이 0%이다. 일본도 일찍이 운하를 팠는데 2차대전 이후에는 운하에 배가 한 척도 안 왔다고 한다. 지금 운하 르네상스 운동을 벌이는데 운하에 배를 오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노는 운하 변에 레스토랑 짓고 공원 만들고 보트 띄우고 해서 사람을 좀 불러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운하는 무슨 운하 타령인가. 참 한심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참 못됐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운하인가? 왜 거짓말을 자꾸 하는가? 국민들은 대통령이 하는 말, 정부가 하는 말을 믿지 못하고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토록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고 아무런 명분도 없는 이 공사에 왜 그토록 집착하는가? 그렇게 못된 꼼수를 부려서라도 14.1조원을 기어이 건설업체에 주고자 하는 그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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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정욱 기자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정욱 기자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입니다.
#한반도대운하 #4대강정비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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