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 출신인 당신이 무슨 게릴라예요"

[올해의 단어] 내게 '의미'가 되어 준 그녀, <오마이뉴스>!

등록 2008.12.23 11:34수정 2008.12.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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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쉬자면 저도 그냥 쉬고 말았을 겁니다. 열없이 일상들을 까뒤집으며 게정거렸을 겁니다. 친구나 가족과 허접스런 말들로 쪼가리 시간들을 축냈을 겁니다. 글이 주는 매력을 이만큼 발산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직, 그녀에게 예전과 다른 도타운 손짓을 보내지 않았다면.


2008년 봄꽃이 흐드러지던 어느 날, 제 곁을 예나 다름없이 지나던 그녀에게 전 기어이 저린 손을 내밀었습니다. 항상 난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그녀의 얼굴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했었습니다. 그러다, 어쩌다, 느닷없이, 얼떨결에, …, 내민 제 시린 손을 그토록 알뜰하게 그녀가 잡아줄 줄은 몰랐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오마이뉴스>!

내게 비로소 '의미'가 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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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님이 11월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셨습니다. ‘오마이 광장’ 확인하셨어요?” 참으로 듣기 좋은 소식입니다. ⓒ 김학현


한번 손 잡은 이후, 그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저를 보듬어주었습니다. 그녀와의 만남이 저로 하여금 늦사랑에 눈멀게 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물론 그녀의 이름을 알고 지낸 지는 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손을 잡지 않았을 때는 그녀는 그녀였고 저는 저였을 뿐이었습니다.

김춘수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꽃>의 일부)고 했듯, 저 또한 그녀에게 다가가 이름을 불러 주고, 그녀 또한 따스한 손길로 절 쓰다듬어 주었을 때 비로소 제게 그녀는 하나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남들의 애인이었을지는 몰라도 제 애인은 아니었습니다. 만백성의 친구였는지는 모르지만 제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미 고고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으며, 펜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매체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올해의 단어! '촛불'도 있고, '이명박'도 있고, '오바마'도 있습니다. '해직교사'도 있고, '명박산성'도 있고, 끝 모를 '불황'도 있습니다. '아침이슬'을 부르며 눈물 흘린 대한민국이 내 조국이고, '어청수'니, '공정택'이니 이름만 들어도 닭살 돋는 이들도 떠오릅니다. '자살'이나 '최진실'은 어떤가요.

'우리'의 단어가 아니라 '나'의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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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게릴라 상을 받은 제 기사가 톱으로 보이죠(왼쪽). 오른쪽은 '차별의 기억' 우수작 기사 화면 갈무리입니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은 그 자신만의 것.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요? 아닙니다. 태양이 제 주위를 돕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저를 위해 있습니다. 저에게는 위의 모든 단어들을 합치고도 모자라는 이름 그녀, <오마이뉴스>랍니다. 그녀와 늦사랑을 즐기는 게 이리 즐거운데….

"여러분에게 2008년 '올해의 단어'는 무엇입니까?"

그녀가 이리 애타게 찾을 때 왜 생각나는 단어가 없겠습니까? 2008년의 고개를 힘겹게 넘는 우리네 인생을 장식할 단어는 아주 많습니다. 대부분 희망적이라기보다 절망적이라는 점이 안타깝지만. 저는 애써 '그들의 단어', '우리의 단어'가 아니라, '나의 단어'에 매달리고 싶습니다. 저에게 2008년은 <오마이뉴스>와의 사랑에 푹 빠진 해니까요.

정확히 지난 4월 12일, 아, 행복하다!라는 글을 올린 게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잉걸'이라는 점수(?)를 주더군요. 어렸을 때 뒷산에 올라 등걸을 해다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피면 쉽게 이글거리는 잉걸이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연기와 악전고투 끝에 눈물콧물 다 흘린 후에나 가능하죠. 근데 그녀는 인심도 좋죠. 제 글을 잠시 후 '잉걸'이라며 좌판에 내걸더군요.

다른 온오프라인 매체들에 주로 신앙칼럼을 실어 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리 편집부가 골라내어 올리는 글은 아니었습니다. 글을 송고하면 대부분 그냥 실어주는 그런 매체들이었죠. 그러나 그녀는 깐깐했습니다. 그 깐깐함이 더욱 제 마음을 뿌듯하게 사로잡더군요.

글을 쓸 때 그토록 애타게 그녀의 마음에 들려고 애를 쓰다니? 글을 보낸 후 그렇게 그녀의 눈치를 보다니? 애간장을 태우는 사랑의 줄다리기는 참으로 희한한 마력이 있더군요. 그녀와의 연애편지질(?)이 바로 달콤한 악마의 검은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커피마니아의 그것입니다.

'게릴라'라는 데도 좋은 게 그녀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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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고 올리는 일로 <오마이뉴스>와 늦사랑에 빠진 제 모습입니다. ⓒ 김학현


늦게 든 바람은 못 말린다잖아요? 늦사랑보다 더 진한 게 있을까요? 글로써 제가 사랑하는 그녀, 저를 사랑해주는 그녀와의 연애편지질, 제가 봐도 이 늦사랑 말릴 사람 없습니다. 글을 처음 써본 거냐고요? 그럴 리가요. 여러 장르의 글을 써왔어도 기사나, 기자라는 이름으로 쓴 글들은 그녀와의 연애편지가 특별납니다.

아홉 살도 채 안 된 꼬마 아가씨인 그녀와 설 늙은 50대인 제가 이리 뜨거운 사랑을 나눌 줄이야.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제게 선물을 준다고 전화를 했네요. 성도 한분이 입원을 해 문병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막 운전대에 앉았는데 휴대폰이 울립니다.

"너는 하나님의 사람,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람 …"(제 벨소리)
"예, 여보세요."
"김학현 기자님이시죠? 여기는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OOO기자입니다. 지금 전화 가능하세요?"
"그럼요. 말씀하세요."
"김 기자님이 11월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셨습니다. '오마이 광장' 확인하셨어요?"
"아뇨. 지금 밖인 걸요. … 제가요? …."
"예, 축하드립니다. 그 소식 알리려고요."
"예, 감사합니다."

옆에서 전화하는 걸 지켜보던 아내가 벌써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뭐예요? 누군데? 좋은 일 같네? 당신 얼굴 보니까."
"어, 여보! 나 게릴라래. 게릴라 먹었다구!"
"음? 게릴라라니? 게릴란데 뭐가 좋아요?"
"하, 무조건 좋은 거야. 여보!"
"……?"

게릴라란 파르티잔(Partisan), 즉 유격대, 빨치산을 말합니다. 군복도 없고 계급장도 없이 정복군에 대항하는 군인입니다. 그러니 아내가 '게릴라'란 말을 듣고 놀라지요. 방위 출신인 남편이 느닷없이 전화 한 통 받고는 게릴라라니, 아내의 그때 놀랐던 얼굴이 지금도 훤합니다.

12월에 날아든 그녀와의 밀회결과는 빛났습니다. '11월 게릴라상'과 '차별의 기억' 우수작까지 선정되었으니까요. 글줄깨나 쓴다고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치고 시시껄렁한 상 한번 못 받아 보는 인사가 어디 있을까요. 근데 이번 상은 좀 별다른데요. 기사를 쓰고 기자로서 받은 상이니까요.

아무래도 그녀와의 밀회는 계속될 거 같습니다. 주욱~. 2008년만이 아니라, 2009년도, 그 이후도. 주욱~. 늦사랑이 무섭긴 무서운데요.

"<오마이뉴스> 내 사랑, 영원하여라!!"

덧붙이는 글 | '올해의 단어' 응모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처럼 어여쁜 그녀와 사랑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올해의 단어' 응모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처럼 어여쁜 그녀와 사랑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요?
#올해의 단어 #오마이뉴스 #미네르바 #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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