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뉴타운'.... "우리 동네는 제발 빼 달라"

안양 5동,9동 '주거환경지구지정 취소판결' 이 기폭제 된 듯

등록 2008.12.24 14:30수정 2008.12.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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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양3동 뉴타운 지역에 있는 주택

안양3동 뉴타운 지역에 있는 주택 ⓒ 서동욱

안양3동 뉴타운 지역에 있는 주택 ⓒ 서동욱

 

황금알을 낳는 거위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각종 개발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지가 상승 등,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 때문에 쌍수를 들어 환호하던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분위기다.

 

요즘, “우리 동네 개발하지 말아주세요“ 란 구호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뉴타운 개발 지구에서 우리 동네는 빼 달라”는 시민들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뉴타운 반대’ 를 최초로 외친 곳은 경기도 안양이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주민 송교철(52) 씨 등 11명은 지난 9월 28일 만안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고시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청구서(사건번호200817307)를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어 안양시 만안구 주민 서동욱(52) 씨 등 147명은 지난 11월 21일, "경기도지사와 안양시장은 6만명 주민들의 재산권이 결려 있는 행정행위를 함에 절대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 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 12월15일에는 서울 흑석동 주민270명이 “왜 멀쩡한 건물마저 마구잡이로 부수려 하냐?" 며 뉴타운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이 뉴타운 지정을 갑자기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다. 뉴타운 지정 사실을 안 순간부터 청와대·서울시장·구청·구의회 등에다 반대 공문 및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행정기관은 죄다 구청에다 일을 미루고, 구청은 차후에 협의하겠다는 공문만 보내올 뿐, 성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급기야 행정심판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뉴타운 개발 포기하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8년 12월 23일(화) 오후 2시 30분 민주노동당은 국회 정론관 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손에 잡히지 않는 꿈속의 아파트, 뉴타운 재개발 전면 중단하고 실수요자용 정책으로 전환하라” 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뉴타운 정책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기다. 서민들 내쫒고 재산권 박탈하는 방식이 아닌 서민들 주거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며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뉴타운 투기 열풍을 일으켜 재미를 본 정체세력들은 반성해야 한다” 고 밝혔다.

 

개발이익 때문에 개발찬성? 이젠 옛날이야기

 

a  안양3동 뉴타운 지역에 있는 주택

안양3동 뉴타운 지역에 있는 주택 ⓒ 서동욱

안양3동 뉴타운 지역에 있는 주택 ⓒ 서동욱

이런 상황이 촉발된 것은 안양시 만안구 5동,9동 주민들이 안양시와 경기도 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거환경개선지구취소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뉴타운 지정 취소를 원하는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인 듯하다. 

 

지난 10월29일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는 경기도 안양시 안양5동과 9동 주민 88명이 경기도지사, 안양시장,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에서 주민들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주민들 손을 들어 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노후도 문제다. 경기도와 안양시는 지어진지 20년이 경과한 건물을 ‘노후건물’ 로 판정했지만 법원은 그렇지 않았다. 지어진지 20년이 경과 됐다고 무조건 ‘노후 건물로 볼 수 없다’ 고 판결했던 것. 

 

흑석동 주민들이 행정심판을 신청한 것은 안양5동과 9동 사례를 보며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흑석동 주민 조용진 씨는 <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와 인터뷰에 “안양 사례를 보고 힘을 얻고, 행정심판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 고 밝혔다. 

 

안양시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5동9동에서 주민들이 승소하는 것을 보며 힘을 얻었다고 탄원서를 제출한 서동욱(52)씨는 전한다. 서 씨는 지난 12월22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승소하는 것을 보고 정당하다면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겼다” 고 말했다. 서 씨는 송교철 씨와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람이다.

 

흑석동과 안양시에서 “우리동네 뉴타운 지구에서 빼달라” 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행정심판에서 지면 ‘행정소송’ 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탄원서를 제출한 서동욱 씨는 22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행정심판에서 지면 행정소송 할 것” 이라고 밝혔다. 또, 흑석동 주민 조용진 씨는 <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와 인터뷰에서 "행정심판 이후 행정소송에 들어갈 것“ 이라고 밝혔다.

 

행정심판은 서류 심리로 진행되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 주민들은 지난 11월3일, 경기도 지사에게 “안양시가 단순히 건축시기만을 기준으로 20년 이상 된 건축물을 모두 노후 건축물로 분류한 점이 인정되어 안양시 주거 환경개선사업정비구역 지정 취소 판결이 나왔다” 고 밝혔다. 20년 이상 경과된 건물이 기준치가 되더라도 무조건 뉴타운 지구로 지정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 경기도는 “도정법에 의한 주거 환경 개선사업이었기에 도촉법에 의해 추진되는 뉴타운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 고 답변했다. 도정법에 따라 진행된 주거 환경 사업과 도촉법에 따라서 진행되는 뉴타운 사업은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2008.12.24 14:3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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