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정국에서 진보진영이 나아가야 할 길

[주장] 반민주세력 맞서려면 '반신자유주의 전략' 수정 불가피

등록 2008.12.30 14:51수정 2008.12.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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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악법을 계기로 정치권에 전선이 뚜렷이 형성되었다. 이 현상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야권과 시민단체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점이다. 언론의 자유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보편적 가치이므로 야권의 노선 차이를 상대적으로 작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지금의 전선은 20년 전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불과 1년 만에 한국 역사가 20년 전으로 퇴보했음을 의미한다.

 

'민주 대 반민주', 20년 전으로 퇴보

                       

우리나라의 정치지형 . ⓒ 디자인 : 오마이뉴스 봉주영

▲ 우리나라의 정치지형 . ⓒ 디자인 : 오마이뉴스 봉주영

 

위의 그림은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을 나타내주고 있다.

 

가로선은 하부구조(물질적 생산관계의 총체로서 경제적 구조를 의미함. 분야별로는 경제, 민생 분야가 이에 속함) 분류선으로서 좌로 갈수록 평등의 가치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세력이고, 우로 갈수록 자유방임의 가치와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세력이 된다. 세로선은 상부구조(하부구조가 사회의 물적 토대라면 상부구조는 그 위에 존재하는 정치적, 사회적 의식형태임. 분야별로는 정치, 문화, 교육 등이 이에 속함) 분류선으로서 위로 갈수록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한 세력이고, 아래로 갈수록 민주주의적 성향이 강한 세력이 된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범여권 진영은 소수의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다수의 극우 혁명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주당은 소수의 사회민주주의 세력과 다수의 자유민주주의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적 야당은 극좌 혁명세력과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혼재되어 있다. 

 

지난 10년간의 '민주정부' 기간 동안, 하부구조에서는 신자유주의 경향이 강하게 지배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다. 이는 한국 사회가 상부구조 분류상 민주주의 사회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이어받아 한국 역사가 정상적으로 발전했다면 현재의 정치권은 'C 대 D'의 구도가 되었어야 한다. 'C 대 D' 구도는 '사회민주주의적 가치 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의 구도로서 현 단계에서 정상적인 '진보 대 보수'의 구도라 할 수 있다. 정상적인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인정하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언론 악법', 한국형 파시즘 산파 노릇

 

따라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파시즘은 현 단계에서 진보와 보수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며, 파시즘은 권력과 자본이 언론을 장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금의 언론 악법은 한국형 파시즘의 산파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언론 악법이 통과된다면 싫든 좋든 정치권에서 '진보 대 보수'의 구도는 약해지고, '민주 대 파시즘'의 구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진보진영의 반신자유주의 전략은 수정돼야 한다.

 

반신자유주의 전략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신자유주의 노선을 취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 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똑같은 정적이 된다. 즉, 위의 그림에서 '(A + C) 대 (B + D)'의 구도가 반신자유주의 전략이 된다.

 

그런데, 사회주의 또는 주체사상을 지향하는 A세력의 주장은 먼 미래에는 어떨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일반 국민에게 설득력이 별로 없다. 따라서, A세력은 공식적이고 대중적인 정치세력의 의미보다 정당 내 비공식적 조직 또는 학습 단위의 의미가 더 강하다. 결국, 현재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반신자유주의는 사회민주주의, 즉 복지국가를 의미한다.

 

한편, 파시즘(또는 독재)의 반대편에는 민주주의가 있다. 한국 국민은 복지국가를 경험한 바는 없지만 독재는 꽤 오랫동안 경험했기 때문에, 반신자유주의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는 잘 모를지라도 반독재가 갖는 의미는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는 '민주 대 파시즘' 구도가 갖는 정치적 파괴력을 암시한다. '민주 대 독재'의 정치구도는 상극인 DJ와 YS를 손잡게 한 힘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반신자유주의 전략을 계속 고수한다면, 민주당 내 사회민주주의세력마저 배제하고 진보적 야당의 일부 C세력만 갖고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도의 세력 갖고 공식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세상을 진보로 이끌 수 있을까? 오히려 국민들의 의식수준, 냉혹한 정치현실의 벽에 부딪쳐 오랫동안 좌절하고, 그 결과 진보진영 내에서는 A세력의 입김이 더 커질 가능성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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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공동주최로 열린 민생파탄, 민주압살, 평화파괴 이명박 정부 심판하는 '무한도전x2'에 참석한 시민들이 고양이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1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공동주최로 열린 민생파탄, 민주압살, 평화파괴 이명박 정부 심판하는 '무한도전x2'에 참석한 시민들이 고양이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진보진영, 반신자유주의 전략 수정 불가피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다. 극우 혁명세력인 파시즘과 극좌 혁명세력은 전체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같다. 전체주의에서 언론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 원리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다. 따라서, 극좌 혁명세력에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남의 싸움'에 불과하거나, 나아가 정적인 자유민주주의 세력만 더 키울 위험성마저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결국, 객관적으로 형성된 '민주 대 파시즘' 구도 속에서 반신자유주의 전략은 'C + D'를 'C 대 D'로 분리하여 국민들 눈에 '진보 = 분열주의자'로 비추어지게 하거나, 진보진영 내 A 세력의 성장으로 '진보 = A 세력(비현실적 극좌파)'으로 인식케 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한국 정치권은 일본식 보수천국이 될 것이다.

 

'분할하여 통치하라.'

 

이는 고대 로마제국의 통치방식에 대한 격언으로서 지배자가 피지배계층 사이의 대립을 불러일으켜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격언은 지배자가 아무리 폭정을 하여도 피지배계층이 단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지배받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지배자의 분할통치 전략에 맞서는 방법은 연합전선밖에 없다. 현재 한국에서는 '반민생, 반민주, 반통일'의 파시즘세력과 맞서는 연합전선이 그것이다. 즉, '[C + D + (A)] 대 B'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수정은 진보의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진보가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정지작업이다. 1937년 중국의 제2차 국공합작을 보면 이러한 연합전선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1935년 대장정으로 전력이 급속히 쇠약해진 중국 공산당은 1937년 국민당과 제2차 국공합작을 결성하였고, 이로써 공산당의 홍군은 국민당 제8로군으로 편성되어 국민당 지도부의 지휘 아래 항일전쟁에 참가하였다. 이는 외견상 공산당이 국민당에 흡수된 것처럼 보이지만, 항일전쟁 과정에서 공산당이 민심을 얻고 다시 세력을 확장하여 중국대륙을 통일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현재 극좌 혁명세력이 진보진영에서 극히 일부라고 하여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에서 하나로 뭉치는 것을 방해할 만큼 목소리를 높일 수는 있다. 골방 내 토론에서는 목소리 크고 노선이 선명한 사람이 유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면 골방에서 끼리끼리 토론하고 끼리끼리 결정하는 '골방 진보'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보진영이 '민주 대 파시즘' 구도에서 주도권을 잡고 연합전선을 조직하려면, 골방의 문을 열고 대중과 소통을 강화하여 대중이 원하는 '반발짝의 진보'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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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0 14:51 ⓒ 2008 OhmyNews
#파시즘 #진보 #반신자유주의 #민주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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