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에 숨진 4살 소녀... 시내 곳곳 폭발음

가자시티는 비참한 전쟁터... 인도주의적 위기

등록 2008.12.30 10:13수정 2008.12.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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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이스라엘의 사흘 연속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시티는 비참한 전쟁터로 변했고 병원들에 밀려드는 부상자들은 장비 및 약품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다.

 

BBC 인터넷판은 29일 가자시티 소재 시파 병원의 내과의 마흐무드 엘-쿠존다르 등 목격자들의 발언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가자시티에서 20년째 내과의로 재직해오고 있다는 엘-쿠존다르는 "이스라엘측 공습으로 시파병원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응급실로 변했다"며 "가장 큰 문제는 혈액 부족이지만 1년반째 지속되는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로 장비와 약품이 태부족해 많은 부상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부상자들은 여러 신체기관을 다친 채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며 부상한 군인들의 상태는 더욱 나쁘다고 전했다.

 

가자시티에서 비정부기구(NGO) 요원으로 활동중인 모하메드 알 샤리프는 "가자시티는 전쟁터로 변했다"며 "시내 어디에서든 폭발음이 들리고 있고 나는 아파트 유리창문이 깨지지 않도록 열어둔 채 두려움 속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알 샤리프는 또 도시는 '마비' 상태로 먹을거리와 식수 등 생필품을 구하려는 시민들만 거리로 나올 뿐이며 시내 대부분의 주택은 전기가 나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팔레스타인 측은 정예의 이스라엘군에 맞설 수 없기 때문에 언제 이같은 비극적 상황이 끝날 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이미 이스라엘 편을 든 것같이 보이며 아무도 가자시티 주민들의 고충을 알려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9일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병원들은 쇄도하는 부상자들로 인해 '혼돈 상태'에 빠졌다면서 1천명이 넘는 부상자 중 180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ICRC는 가자지구에 있는 본부 파견 직원 8명 및 현지 직원 65명과 정례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며 지원활동을 위해 직원들을 가자지구에 추가로 들여보내려 해도 이스라엘측 공습 우려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영국 가디언 인터넷판은 3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지난 28일밤 이스라엘측 공습으로 자녀 9명중 딸 5명을 잃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안와르(40)씨의 집이 이스라엘 공습 목표물이던 '이마드 아킬' 모스크 부근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불상사를 당했다며 숨진 딸들의 연령대는 4세에서 17세였다고 보도했다.

 

딸들의 죽음에 억장이 무너진 안와르는 "나는 어떤 정파에도 속하지 않고 파타나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는 평범한 팔레스타인인일 뿐"이라며 "그들(이스라엘)은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팔레스타인인 모두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yct9423@yna.co.kr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상자 2천명 육박

확전 가능성 여전... 반 총장 "국제사회 노력 부족" 질타

 

(가자시티<가자지구> AP·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사흘째 계속된 29일 가자지구는 물론 이스라엘에서도 인명피해가 속출하면서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 및 부상자 수가 2천명에 근접했다.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의 보건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생겨난 사망자 수를 345∼364명, 부상자를 700∼155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보건 관계자들은 폭격 지점에 방치된 사망자나 폭격 위협 때문에 집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있어 정확한 인명피해 집계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보수적으로 집계하더라도 지금까지 최소 57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으며, 이번 폭격으로 유엔 훈련생 8명이 숨지고 유엔에서 사용하던 건물 2채가 파손됐다고 이스라엘측에 항의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도 이어졌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소식통들에 따르면 폭격이 시작된 지난 27일 이후 지금까지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250발 이상의 로켓과 박격포 공격을 가했으며, 29일에도 40여발의 로켓이 남부 이스라엘에 날아들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38㎞ 떨어진 이스라엘 아슈도드에서도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고, 지금까지 발생한 이스라엘인 사망자 수도 4명으로 늘어났다.

 

전면전을 선언한 뒤 병력을 가자지구 외곽에 집결시키고 있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인접한 지역을 '폐쇄 군사 구역'으로 선언하고 언론의 취재 활동까지도 봉쇄하고 있다.

 

이런 이스라엘의 움직임은 이스라엘 지상군을 본격적으로 가자지구에 진입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고 그에 따라 이번 분쟁이 인근 지역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역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본격적인 작전을 수행하려면 최소 1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쉽사리 다음 수순을 밟기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번 일을 빌미삼아 북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 역시 아직은 미미하며 남부 레바논의 하마스 관계자 역시 현 시점에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팔레스타인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7일 오후에 행한 TV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을 방조했다며 이집트를 비롯한 몇몇 아랍 국가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의 국경 한곳이 제한적으로 개방돼 팔레스타인인 30여명이 치료를 위해 이집트로 이송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에서 제공한 트럭 10여대분의 구호 물자가 가자지구로 진입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에서 출발한 적십자 구호품 수송 트럭 60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 폭격사태 발생 이후 세번째로 발표한 성명에서 유혈사태 중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반 총장은 "지역 및 국제사회의 당사자들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폭력 행위를 끝내야 하며 그렇게 된 이후에만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마게드 압델아지즈 유엔 주재 이집트 대사는 아랍 국가들이 이번 일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게 아니냐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 총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smil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스라엘, 하마스 요인·지휘관 표적 공습

지도부 구심점 파괴 목적... 무인정찰기 활용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29일로 사흘째 접어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작전이 하마스를 이끄는 요인과 야전 지휘관들을 직접 조준하는 방식으로 세밀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팔레스타인 예발리야 난민촌 등에 있는 주택 여러 채에 잇달아 폭탄을 투하했다고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들 주택은 하마스의 무장조직인 이제딘 알-카삼 여단 사령관 마헤르 자쿠트 등 야전 지휘관들이 거주하는 집이었다.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에 이들 지휘관의 가족 등 7명이 숨졌으나 자쿠트 등 지휘관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은신한 뒤여서 폭사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하마스와 연대하고 있는 다른 무장조직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한 지휘관은 이날 집 근처를 걸어가다가 이스라엘군의 폭탄에 맞아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에는 하마스 정부 총리인 이스마일 하니야의 집과 하마스 정부의 초대소를 공격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티 난민촌의 누추한 집에 기거해온 하니야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습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주 초에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안가로 숙소를 옮겼다는 설이 유력하다.

 

주요 보안시설물과 로켓진지, 무기제조공장 등 하마스의 전투력과 직결되는 목표물들을 공격해온 이스라엘이 이들 요인과 지휘관을 겨냥한 쪽으로 공습 표적을 전환한 것은 지상전을 앞두고 하마스 지도부의 구심점을 파괴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요인들의 집을 핀셋으로 집는 것처럼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수집해온 관련 정보와 세계 최고 수준의 무인정찰기를 활용한 덕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군은 이날 무장대원들이 중거리 그라드 로켓탄을 트럭에 싣고 운반하는 장면과 이 트럭에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명중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소형 무인정찰기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공습한 목표물 중에는 이슬람 대학 건물이 들어 있다. 하니야 총리 등 수많은 하마스 간부들을 배출한 이 대학은 하마스 지도자들의 회합 장소로 사용됐고, 실험실에서는 로켓탄과 폭발물의 개발이 이뤄져 왔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설명이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하마스 지도자들을 공격해왔다. 하마스의 창설자인 셰이크 아흐메드와 그의 후계자인 압델 아지즈 란티시는 2004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 때문에 현재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인 칼리드 마샤알은 가자지구보다 안전한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로 근거지를 옮겨 망명 활동을 하고 있다.

 

freem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12.30 10:13 ⓒ 2008 OhmyNews
#가지지구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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