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산성' 무너뜨린 언론 노동자들 함성
KBS사원들 "늦어서 죄송... 함께 투쟁해요"

[현장] 언론장악 저지 언론노조 총파업 2차 대회...전국서 4천여 명 모여

등록 2008.12.30 19:09수정 2008.12.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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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에서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26일에 이은 두번째 언론노조 집회가 열린 30일. 날씨는 여전히 쌀쌀했지만 오후 2시에 맞춰 4000여 명의 언론 노동자들이 여의도 국민은행 앞을 가득 메웠다. 공중에는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 반대' 애드벌룬이 올라갔다.

5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MBC 본부 조합원들과 지역 MBC 노동자들이 이날도 대거 참여했고 이날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CBS, EBS 노조 조합원들도 집단으로 참석했다. 블랙투쟁 등으로 부분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SBS 본부와 지역신문 최초로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총파업에 동참한 경인일보 지부도 함께 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청주방송, KNN, 전주방송 등 그동안 지면파업과 지역별 선전전을 해오던 지역 신문사 노조와 지역 민방 노조들이 대거 상경했다. 

KBS사원행동 "늦어서 죄송합니다"

KBS 노조 깃발은 이날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30여 명의 사원들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늘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석했다. 민가협, 유가협 어머니들도 자리를 지켰고 민주노총, 공공노조, 진보신당 등의 깃발도 펄럭였다.

한양대 풍물패 공연을 시작으로, 오후 2시 20분께 한준호 MBC 본부 조합원과 김용신 CBS 지부 조합원의 사회를 보는 가운데 '언론장악 저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2차대회'가 열렸다. 31일까지 이어지는 '1박 2일 투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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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에서 KBS 노조원들이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무대에 오른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먼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우리가 농민들의 눈물을 똑바로 보도했다면, 코스콤과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화면에 담았더라면, 이 자리에 나와 계신 이한열 열사 어머님 배은심 여사님의 가슴의 한을 똑바로 전달했다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서지 않았어도 됐다. 오늘 우리의 주장을 호소하기에 앞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잘 보도하지 못한 것 반성하자. 시민 여러분, 용서해 달라. 이번 파업은 우리 언론이 거듭나, 다시 국민 앞으로 달려가서 낮은 목소리 전하겠다는 약속이다. 국민과 함께라면, 아무리 폭압정권이어도 반드시 이긴다!"


조합원들이 함성과 함께 '언론 노동자 총단결로 민주주의 수호하자'란 구호를 외쳤다.

'MB 악법 저지'를 위해 29일부터 농성에 돌입해 있는 백승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지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한 사람인 내가 투쟁하고 막아야 할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알기 때문에 왔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언론 노동자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최상재 위원장, 박성제 본부장 뿐 아니라 이 곳에 모인 모든 언론 노동자들이 법적 피해를 입었을 때 민변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초대 언론노련 위원장을 지냈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언론이 죽으면 민주주의가 죽는다"며 "언론 노동자들은 서민의 희망, 평화의 희망, 평등의 희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1% 목소리로 여론을 지배하고 획일화하려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이 없기를 갈구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종걸 의원에게 들려 보낸 짧은 메시지를 통해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해 달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7대 언론악법' 명박산성 부수기

26일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집단 항의문자, 음성 메시지 보내기 운동이 펼쳐졌다. 이날 선택된 '공적'은 나경원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 참석자들은 전병헌 민주당 문방위 간사에게는 '힘내라'는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의 상징의식은 미디어 7대 관련법이 적힌 상자로 만든 명박산성을 부수는 것이었다. 당초 화형식을 하려고 했으나 사람이 많이 모인 데다 바람이 거세 형식을 바꿨다. 최상재 위원장, 박성제 MBC 본부장, 심석태 SBS 본부장 등이 무대에 올라 명박산성을 완전히 부쉈다. 26일 얼음으로 박살난 '7개 미디어 관련법'이 이날은 상자로 박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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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각 언론사 지부장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에서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명박산성’이라고 쓰인 상자를 발로 밟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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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에서 ‘언론법 개악 주동자 5인’에게 문자메시지와 음성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언론노조와 함께 하는 KBS 사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많이 보내줬다. "여전히 부끄럽다"고 입을 뗀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는 "KBS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면서 내부 상황을 전했다.

"오늘 KBS 기자, PD 등 여러 명이 나왔다. 오늘도 노조 깃발은 나오지 못했지만, 깃발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어제부터 오늘 사이 KBS 내부 게시판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28기 이하 사원들의 성명서, 2002년 이후 입사 기자 110명의 성명서, PD협회의 'KBS 노조 결단 촉구' 성명서, 기자협회, 경영협회의 성명서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차기 정위원장인 강동구, 부위원장인 최재훈 이름으로 '한나라당의 미디어 악법 포기 촉구' 성명서도 나왔다. KBS에 다시 희망이 싹트고 있다. 언론노조 총파업에 KBS가 함께 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KBS 무너지지 않는다."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양 대표에 의하면 31일 집회에는 강동구 차기 노조위원장 당선자와 최재훈 부위원장 당선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KBS·SBS 노조 "MBC만의 파업 아니다"

양만희 SBS 기자는 "일부에서는 이번 파업이 MBC만을 위한 파업이라고 하지만 절대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SBS 본부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SBS 노조 역사에 2008년을 분명하게 기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우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의장은 "민주의 길이 울퉁불퉁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면서 "칼이 펜을 이겨본 적이 없다. 양심있는 언론 노동자들이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노종면 YTN 지부장은 해직기자 6명과 함께 무대에 올라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한나라당에 외칩시다. '국민이 명령한다. 언론악법 폐기하라!' 자 이번엔 우리 스스로에게 외칩시다. '국민이 명령한다. 언론악법 저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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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에서 KBS 노조원들이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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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에서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박성제 MBC 본부장은 "그냥 평범한 기자였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날 투사로 만들었다"면서 "재벌, 조중동에게 방송이 넘어가면 촛불이 100만 200만 아무리 많이 모여도 화면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 파업에 들어간 조합원들을 이끌고 온 나이영 CBS 지부장은 "전면 총파업에 들어가 가슴이 아프다"면서 "하지만 옳은 걸 옳다고 말하고 있는 우리는 진짜 행복한 투쟁을 하고 있는 정의의 부대"라고 말했다. 김보협 한겨레 지부장은 "한겨레 내부에서도 전면 파업 선언하고 거리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언론장악 야욕을 버리지 않는다면 한겨레 역시 윤전기를 멈추고 거리로 나올 것"이라 경고했다.

노래패 꽃다지의 공연을 끝으로 총파업 2부 대회는 마무리됐다. 이들은 잠시 몸을 푼 뒤 저녁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김정근 MBC 조합원의 사회로 촛불 문화제를 연다. 31일 오전 11시에는 YTN 사옥 앞에서 '낙하산 구본홍 반대 공정방송 사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고 오후 2시에는 '언론악법 저지 언론노조 총력 결의대회'가 열리며, 저녁에는 언론노동자들이 광화문과 종각 일대로 이동해 대시민 선전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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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대 MBC 대구지부장 ⓒ 이경태


-1박 2일 상경투쟁에 합류한 조합원은 얼마나 되나?
"31일 타종식을 겸해 열리는 촛불집회를 준비하기 위한 조합원을 제외하고 총 53명의 조합원이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

-지역 시민들은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대구지역은 광우병 촛불집회를 적은 숫자이긴 하나 최장기간 동안 치러낸 지역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신문·방송법 등의 개악과 관련해서도 50%가 넘는 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다른 곳과 비롯해 10% 정도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현재 지역의 사회공공성 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지속적으로 방송법 개악의 문제점을 알려나가고 있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등이 MBC를 주타깃으로 삼아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공격하고 있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MBC의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며 악의적인 공격을 하기도 했다.
"예전에 평균 연봉을 계산해본 적 있는데 분명히 1억원을 넘지 않는다. 아마 퇴직금까지 같이 넣어 계산한 모양이다. 분명 악의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MBC만 공격한 것이 아니라 KBS나 SBS 다른 방송사들도 함께 공격하고 있다고 느낀다."

-마지막으로 결의를 밝힌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 일궈온 민주주의를 후퇴되지 않기 위해 하는 싸움이라 생각한다. 언론 자유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김대환 강원민방 지부장 "방송법, 지역민방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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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강원민방 지부장 ⓒ 이경태


-현재 지역 민방의 상황이 어떤가?
"전부터 문제가 되어온 광고시장도 안 좋지만, 이번에 IPTV 때도 지역에 대한 안배가 전혀 없었다. 특히 방송법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역민방에 재앙이나 다름 없다. 분위기가 아주 안 좋다."

-현재 어떤 방식으로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나?
"조합원 총회는 마친 상태다. MBC를 필두로, CBS, EBS가 파업에 동참한 것처럼 상황에 따라 우리도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조합원들이 지역민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도 가지고 있어 처음부터 파업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지지해왔다. 언제든지 방송 민주화를 위해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오진 못했지만 1박 2일 투쟁에 끝까지 할 계획이다. 내일도 추가로 조합원들이 도착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미 많은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언론노조의 총파업과 관련해 많은 것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언론인들의 진심을 믿어주셨음 한다. 명박산성은 반드시 무너지리라 생각한다. 언론인들도 국민을 믿고 무릎 꿇지 않고 계속 전진하겠다." /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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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사 김윤주씨 ⓒ 이경태

30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앞. 전국언론노조 각 지부의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민주공무원노조, 공공연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안티MB, 아고라 등 수많은 동지(同志)들이 두번째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다.

몇몇 동지(同志)들의 응원을 들어보았다.

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 김윤주(청운초)

"언론노조의 총파업. 당연히 지지한다. 공정한 언로가 마지막 보루인 시기인 것 같다. 한나라당이 과반 집권하고 있는 상황에 도덕과 양심을 지키는 이들이 상처받는 시기다.

이제 국민의 희망은 독립언론이다. 그나마 양심적인 언론마저도 조·중·동과 같은 이들에게 넘어간다면 이 정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암담하다. 힘내시길 바란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김국현(대학 4)

"대학생들은 언론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등록금 투쟁 등 대학 내 이슈가 있어 많이 오지 못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한나라당이 강행하려고 하는 신문·방송법 등 MB악법이 이명박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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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국현씨 ⓒ 이경태

특히 대기업에게 신문, 방송을 넘겨주려는 것을 '민생법안'이라고 포장하려는 것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그들의 진실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싸움은 국민의 방송, 국민의 눈과 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지금도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이 언론인들의 투쟁에 동참하려고 한다."

누리꾼 윤 아무개(40)씨

"'PD수첩'을 보고 촛불을 들었다. 그 전까진 광우병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어찌 보면 제대로 된 언론 덕에 국민이 눈을 뜬 거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촛불에 데어서 인터넷부터 통제하더니 이제 방송마저 먹어치우려 한다. 정말 미친 세상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지난 27일에는 MBC에서 촛불을 들었다. 오늘은 여기서 촛불을 들 거다. 언론인들은 물러서면 안 된다. 언론인들이 물러나지 않는 한 우리도 뒤에서 촛불을 들고 언론인들을 지킬 거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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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총파업 #미디어관련법 #언론악법 #MB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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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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