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한 해는 오직 하나에만 충실해야겠습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새해 바람 하나

등록 2008.12.31 09:31수정 2008.12.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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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손 기축년 새해에는 오직 하나의 바람으로 충실해야겠습니다, 우리. ⓒ 김민수


“매사 당신 일처럼 살갑게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조그만 일에도 따뜻이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게 든든한 믿음을 준 당신을 사랑합니다.”
  “늘 처음처럼 한결같음에 존경합니다.”
  “당신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 


한 해 동안 무시로 부대끼면서 지지고 볶아댔던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에 ‘고맙다’고, 세세한 배려에 ‘감사하다’고, 한결같은 베풂에 ‘행복하다’고, 푸근한 깨우침에 ‘존경한다’고,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고 선뜻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물론 열손가락을 다 곱고도 남을 사람들은 있겠지만, 난 두서너 사람만 있어도 잘 살았다고 자신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크고 작은 일 애써 따져들지 말고, 좋은 일 궂은일 가릴 것 없이 무엇이든 그에 헌신적으로 충실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존재의미를 치켜세워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그만 일 하나에도 남다른 애정으로 대하는 자세입니다. 아무리 실천의지가 굳어도 실행이 적으면 제자리걸음뿐이기 때문이지요. 실행은 마땅히 쇠뇌와 같이 하라고 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하나에, 어느 한 곳을 집중하면 철옹성도 열리게 마련입니다.

‘행복하다’고 선뜻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한때 권투경기에 매료됐던 적이 있습니다. 간단없는 일들로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 피폐했던 때였습니다. 삶에 대한 희망이라곤 바늘구멍만큼도 도드라지지 않아 그저 허망스러웠을 때 돌연 삶의 의기를 재충전시켜준 게 바로 권투경기였습니다. 사각의 링 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선수들과 스스로를 동일시하여 피를 튀겨가며 싸웠습니다.

그런데 실로 낭패감을 맛보았을 때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동일시했던 선수가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매 라운드마다 건성으로 경기를 하더니 종료 벨이 울리자마자 마치 자기가 이겼다는 듯이 링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간 그렇게 화가 치밀 수가 없었습니다. 이만저만한 졸전이 아니었는데, 그는 아직도 힘이 남았다는 듯이 얄랑대고 있었습니다. 같잖았습니다. 그렇게 펄쩍대며 힘이 남았다면 왜 최종 라운드까지 빌빌대며 경기를 하였단 말입니까. 그나마 위안 삼았던 내 의기가 꼬깃꼬깃해버렸습니다.

우리 사는 형편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마땅히 주어진 일이 있는데도 그에 충실하지 못하고 느슨하게 헐렁대다가 결국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실업자는 많은 데 허드렛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적습니다. 제 코가 석자나 빠졌는데도 다들 힘들고, 위험하며, 좋잖은 일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실업자는 많은 데 허드렛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유봉식 회장의 경영비법으로 보면 확연해집니다. 그는 일본 교토에 위치한 MK택시 회장입니다. 그의 경영철학은 단하나 ‘친절택시 벤치마킹‘으로 집약됩니다. 그는, 신용과 친절을 앞세워 일본 택시업계의 성공신화를 창조했습니다. 결국 그에게도 ‘최선’이 ‘최고의 비책’(know-how)이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는 물론, 경제정의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도덕적 정의도 온전치 못합니다. 교육이 그렇고 종교 또한 오십보백보입니다. 사회정의가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런데도 설령 경우에 어긋나는 짓을 저질렀다고 해도 자신의 편익을 위해서 덮어주고 묻어줄 수 있는 ‘너그러운 아량’을 지녔습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됩니다

얼이 빠진 채로 한통속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모두가 자기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로 마땅히 치러야할 대가인 셈입니다. 오류를 범해도 너무나 치유 불가능한 난수표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맞을 새해에는 내 생활언저리부터 야무지게 매만지고, 알뜰하게 다듬어서 탄실한 울타리를 만드는 데 충실해야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온전한 생각머리를 갖고 최선을 다할 일입니다. 곁가지를 줄여야겠습니다.

좋은 열매를 맺게 하려면 가지치기를 할 때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합니다. 과일나무마다 열매 맺는 버릇이 다 다르기에 쓸데없는 곁가지를 전정하지 않고는 상품의 과실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 바람으로 기축년 한 해는 오직 하나에만 충실해야겠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던 한해를 또다시 마무리할 때는 이처럼 후회막급한 일을 만들지 않아야겠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해도 확고한 의지와 변치 않을 뜻을 지니고 있는 한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일’에 무던히 행복해도 좋습니다. 새해는 그렇게 사는 거지요, 우리―.
#기축년 #바람 #행복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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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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