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절망' 외면한 세밑 신문들의 '거짓 희망'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도대체 어떤 언론이 지금 희망을 노래하는가

등록 2008.12.31 18:43수정 2008.12.3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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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최종협상이 결렬되어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사당 후문에서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최종협상이 결렬되어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사당 후문에서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2008년 세밑 여의도 풍경은 절망스럽다. 국회의사당은 경찰력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 그 안에서는 일전불사의 전운과 긴장감이 감돈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결사항쟁의 자세로 버티고 있다지만, 거대한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그들의 저항은 속절없이 짓밟히고 말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 아수라장의 난장판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다수결'의 이름으로 국민 절대 다수의 '바람'과 '희망'을 철저하게 짓밟을 것이다. 정치는 사망 선고 받은 지 오래다. 

 

여의도 풍경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요절났다. 대화는커녕 접촉의 기미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는 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일 것이다. 남북관계는 절망의 끝에 서 있다.

 

먹고 사는 일은 더 끔찍하다. 굳이 이런 저런 통계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도처에서 스산한 냉기가 뿜어 나온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 없이 돈을 써보았다"고 지난 한 해를 회고했지만, 시중 갑남을녀의 지갑과 호주머니는 바짝 말라 들어가고 있다. 강 장관이 원 없이 풀었다는 돈들은 지금 다 어디 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엉뚱한 데 삽질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당장의 경제적 위기와 어려움도 문제지만, 절망스런 것은 이 정부의 이같은 '역주행'이다.

 

이 정권은 정치를 죽이고,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경제는 역주행으로 위기의 파고를 되레 고조시키고 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 사람들의 갈라지고 상처받은 마음들을 다독이고, 어루만져 힘을 한 데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시대착오적 이념 공세와 퇴행적인 수구화, 잍방적인 독선과 독주로 분열과 적대의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참으로 대책없는 정권이다. 여의도 풍경은 그 적나라한 실상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절망스런 진실'이기도 하다.

 

이래서는 이 정권에게 희망이 없다. 그들에게는 정권이 끝날 때까지 중단 없는 '강행'과 '진압'의 길만 있게 될 것이다. 다수 시민의 여망을 저버리고, 시민 다수의 정서와 상식을 여지없이 깔아뭉개고, 자신들만 옳다는 터무니없는 독선에 취한 '착각의 질주'일 것이기에 희망이 있을 수 없다.

 

결국 참다 참다 못한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이 정권은 이를 전쟁 치르듯 진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발동한 국회 질서유지권(말이 질서유지권이지 실제로는 경호권을 발동한 것이다!)은 그런 점에서 계엄령 선포의 예고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결과가 어찌 되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어찌됐든 그것은 이 정권이 사실상 파탄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 되면 한국 사회는 미증유의 정치·사회적 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지난 5, 6월의 촛불 집회 등 최근 수년 동안의 정치 사회적 흐름은 얼마든지 이런 상상을 가능케 한다.

 

2008년 12월 31일, 신문 1면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진들이 실렸다. 하나는 살풍경한 국회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다. 경찰 병력이 국회 본청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나,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강제해산에 대비하는 모습 등을 담은 것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이 이러한 사진을 1면에 실었다.

 

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자는 사진을 실은 신문도 있었다. 돌계단을 오르는 모습(<조선일보>), 해 저무는 철로를 달리는 기차(<국민일보>), 불빛 화려한 서울 야경사진(<세계일보>), 황소사진(<동아일보>) 등등이다. 이들 사진의 주제는 한결같이 '희망'이다. 새해는 희망찬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다.

 

누가 '희망'을 말하고, 누가 '절망'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는 '절망'인 게 또 다른 누구에게는 '희망'이란 이야기인가.

 

2008년 12월 31일 아침 신문들의 판이한 1면 사진들은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분열상의 단적인 표상이자, 그 분열과 대립의 배후에 바로 진실을 호도하는 '거짓미디어'들이 자리 잡고 있음을 새삼 재확인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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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그동안 '백병규의 미디어워치'를 읽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 해에는 '오마이뉴스 블로그'를 통해 새롭게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2008.12.31 18:43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그동안 '백병규의 미디어워치'를 읽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 해에는 '오마이뉴스 블로그'를 통해 새롭게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질서유지권 #국회 강제 해산 #진실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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