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 5번 외울 때 50번 하니 되더라"

[현장] 대전 성은야학교 졸업식... 대입검정 통과한 50~60대 만학도들

등록 2009.01.13 11:29수정 2009.01.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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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 졸업했어요! 2008년도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당당하게 졸업을 하는 만학도들. 왼쪽부터 김점순씨(54세), 이병숙씨(62세), 이경애씨(55세)

우리 졸업했어요! 2008년도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당당하게 졸업을 하는 만학도들. 왼쪽부터 김점순씨(54세), 이병숙씨(62세), 이경애씨(55세) ⓒ 박병춘


지난 1월 10일 저녁, 대전 성은야학교(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소재, 교장 이성만)에서 제28회 졸업식이 진행됐다. 한 해 동안 무료 봉사로 교육활동에 전념한 교사들에게 감사장도 수여하고, 새롭게 야학 봉사에 나선 분들에게 임명장도 주어졌다.


지난 1982년에 문을 연 성은야학교는 현재까지 28회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 대입 검정 자격생만 300여명 배출했다. 특히 이날 졸업식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이 있어 화제다. 일단 나이로만 봐도 50, 60대인 만학도들이 대입 검정을 통과하고 졸업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김점순(54·대전 대흥동)씨는 배움의 갈증에 못 이겨 늘 책을 가까이 하고는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학력이 없어 고민하다가 야학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따님의 도움을 받아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하여 순조롭게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야학을 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결석하지 않고 공부했다는 김씨는 "열정을 가진 선생님들이 어찌나 잘 가르쳐주는지 졸음은 생각지도 못했다. 늙은 사람들 머리에 학식을 집어넣어서 합격을 하게 해 준 교사들이 최고다. 졸업을 하여도 영어 공부를 더하고 싶어 야학에 계속 나올 것이다.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김씨는 2007년 5월경에 공부를 시작하여 두 달 여만에 중졸 자격 검정에 통과하였고, 이어 2008년 4월에 고졸 자격 검정에도 합격하여 내년도에는 대학에서 한문학을 전공할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한편 졸업자 중 두 번째로 고령자인 이경애(55·대전 용두동)씨는 3년 전에 야학으로 고입 검정에 합격하고, 작년에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하여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원래 중졸 자격만 따려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공부에 재미가 붙어 내친 김에 고졸 검정까지 통과한 이씨는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자막을 이해하지 못하고 글씨를 몰라 답답하기만 했는데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으로 오늘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며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a "다시 시작입니다."  "영어 공부 좀 더 하고 대학에도 진할할 예정입니다!"

"다시 시작입니다." "영어 공부 좀 더 하고 대학에도 진할할 예정입니다!" ⓒ 박병춘


또한 이번 졸업생중 최고령자인 이병숙(62·대전 관저동)씨는 "공부를 한다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운 일인지 몰랐다. 나는 한글도 몰랐다. 내가 평생 이런 공부를 못해 보고 죽는 줄 알았다"며 자신을 잘 가르쳐준 야학 교사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2006년도에 초등학교 졸업 검정 통과, 2007년도에 중학교 졸업 검정 통과, 2008년도에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순조롭게 통과한 이씨는 "어릴 때 시대를 잘못 타서 공부를 못한 게 평생 한이었는데 이제는 그 한이 조금 풀린다. 영어 공부를 조금 더 한 후에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라며 감격했다.

a 건배! 새해에도 꿋꿋하게 힘 모아 모두 열심히 정진합시다!

건배! 새해에도 꿋꿋하게 힘 모아 모두 열심히 정진합시다! ⓒ 박병춘


이씨는 "남편이 행정고시를 통과했고, 큰딸이 의사이며, 둘째딸은 고교 영어교사인데 정작 나는 배운 게 없어서 글을 써야 할 때 남편이 항상 대필해주었는데 이제는 삶의 자신감이 생긴다. 자식들이 학교 다닐 때 부모 학력란을 쓸 때 가장 고통스러웠다. 지금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당장 그때 쓰지 못한 한을 풀 듯 한번 써보고 싶다. 나이 때문에 안 될 줄 알았는데 공부라는 거 해보니까 된다. 젊은 사람 5번 외울 때 나는 50번 외우면 된다"며 그간의 정황을 자신 있게 드러냈다.

a "내일을 위하여!" 대전성은야학교 교사와 재학생, 졸업생, 후원인들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고 마음을 모았다.

"내일을 위하여!" 대전성은야학교 교사와 재학생, 졸업생, 후원인들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고 마음을 모았다. ⓒ 박병춘


인터뷰를 하는 동안 세 분은 "처음에 공부하려고 발을 들여놓기가 어렵다. 부끄러울 것도 없다. 우리 성은야학교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동병상련하며 서로 마음이 통한다. 서로 동기간처럼 지낸다"며 이구동성으로 학습 기회를 놓친 분들의 새출발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1982년에 문을 연 대전 성은야학교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하는 150여명의 직원들과 야학에 뜻 있는 분들이 후원하여 유지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야학으로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Cafe.daum.net/yahak 전화 : (042)226-5758, 손전화(백승룡 교감) : 011-455-6938


덧붙이는 글 야학으로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Cafe.daum.net/yahak 전화 : (042)226-5758, 손전화(백승룡 교감) : 011-455-6938
#야학 #대전성은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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