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미네르바 구속, 입법전쟁의 신호탄?

등록 2009.01.20 15:19수정 2009.01.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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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린다고 지하벙커로 들어갔고, 미네르바는 구속됐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이 논리적 연결성이 부재한 한 개의 문장과 같다.

 

소설가 최인훈은 그의 역사적 소설 ‘광장’을 집필하면서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간이 자신과 관계 맺는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고 발언하는 존재이며, 또한 광장으로부터 돌아와 자신의 영혼을 휴식하게 하는 독자적 존재라는 사실을 함축한다. 이 두 개의 공간을 통해 인간은 자신과 사회의 건강성을 상호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존엄의 두 개 공간은 항상 권력에 의해 감시받고 탄압받기 마련이다. 기득권을 누리려는 부당한 권력은 광장을 폐쇄하는 것을 자기의 일차적 업무로 삼았으며, 개인의 밀실을 감시하고 뒤집어 시민 스스로를 절망케 하는 것으로 정치적 통제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양한 형태의 전쟁 상황으로 진전되곤 했다. 시위 중 마스크를 써도 죄가 되는 법을 만들고자 하는 이명박 정권은 작년에 ‘입법전쟁’을 선포했고, 전쟁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무엇인가? ‘정치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폭력적 수단’이 바로 ‘전쟁’이다.

 

그리고 전쟁에는 대적개념이 필수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의 섬멸이야말로 전쟁의 목표다. 전쟁을 선언한 정권의 위협 앞에서 국민들은 그 대상이 내가 아니기 만을 바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녕 나는 비켜서 있는 것이 가능한가?

 

얼마 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가차 없이 구속되는 것을 바라본 대부분의 국민들은 마치 오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수치감에 떨었다. 경제적 예측력의 영험성이나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의견과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모든 판단을 권력이 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을 선포했다. 누구와? 논리적으로는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강압적 법률에 반대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바로 전쟁의 대상이 된다. 끔찍한 일이다. 앞으로 현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질 모멸이 새로이 탄생시키고자 법률 속에 고스란히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에 모든 언로와 자유의지를 완벽히 내리누를 수 있을까? 이점이 그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전쟁’을 해서라도 그들의 사나운 법률이 국회라는 포장회사를 시급히 통과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다.

 

그런데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경제를 위해서라면 우리국민도 모든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고 이 고난의 세월을 함께 이겨낼 각오가 서 있다. 그런데 권력이 우리의 입을 막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현 정권은 우리와 국가적 운명공동체가 아니란 말인가?

 

미국에는 여러 개의 벙커도시가 있다. 계급을 가르는 이 도시 형태는 온전히 기득권층만 모여 사는 생활공간을 말한다. 이곳에는 빈자가 들어갈 수 없으며, 이곳에서 부자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정보를 공유하며 기득권을 영구히 장악하려한다. 혹시 출발부터 ‘강부자’정권으로 의심받아온 이명박 정부의 국가상이 아닐까? 왜 굳이 이명박 정부는 이런 폐쇄적 이미지의 벙커를 선호하는 것일까?

 

경제 살리기의 내용도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많지만,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로하고,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함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에 구축한 밀실을 택했다. 국민들의 광장을 폐쇄하고, 개인의 밀실을 뒤집어 내고, 깊고 견고한 벙커 속에 들어가 자신들만의 비밀을 생산하며, 공생해야할 대상과 ‘전쟁’을 치르려는 이런 정권에 국민은 어떤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2009년 대한민국은 경제 위기와 함께 희망의 위기라는 스산한 풍경 속에서 매일 아침 불안한 잠을 깨야만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20 15:19ⓒ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네르바 #광장 #이명박 #지하벙커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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