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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왼손 돌풍, '페르난도 베르다스코'

2009 호주오픈테니스 남자단식, 페르난도 베르다스코 3-1 조 윌프레드 송가

09.01.28 18:54최종업데이트09.01.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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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다스코의 4강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대회 공식 누리집(australianopen.com) 첫 화면 ⓒ Tennis Australia


세계 남자테니스 단식 랭킹 1위 라파엘 나달에 이어 스페인에서 온 또 한 명의 왼손잡이가 떴다. 지난 해 코트 안에서, 코트 밖에서 각각 한 번씩 세계 테니스 팬들을 크게 놀라게 했던 바로 그 '페르난도 베르다스코'다.

ATP(세계남자프로테니스) 랭킹 15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는 우리 시각으로 28일 낮 호주 멜버른에 있는 로드 레이버 어리나에서 벌어진 2009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 토너먼트에서 세계 7위 조 윌프레드 송가(프랑스)를 3-1[7-6(7TB2)/3-6/6-3/6-2]로 물리치고 준결승전에 올랐다.

내친김에 첫 그랜드 슬램 타이틀까지?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이 스물 여섯의 왼손잡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여러가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먼저 단식 3라운드에서 라덱 스테파넥(체코 공화국, 23위)을 3-0으로 물리치며 작은 물결을 일으킨 것. 대회 직전에 브리즈번에서 열린 국제테니스대회 결승전에서 1-2로 역전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2~3세트를 모두 러브 게임으로 완벽하게 따돌린 것이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베르다스코는 스테파넥(3전 전패) 말고도 맞대결 기록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를 4라운드에서 또 만나야 했다. 바로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앤디 머레이(4위)였다. 특히, 머레이는 최근 열린 대회마다 황제 로저 페더러를 꺾는 파란(최근 맞대결 3연승)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그 결과는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페르난도 베르다스코는 그동안 다섯 번 만나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앤디 머레이와의 16강 맞대결에서 3시간 12분만에 3-2로 승리를 기록했다. 나중 두 세트를 연거푸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어낸 것.

그리고 8강전에서 지난 해 이 대회 준우승자 조 윌프레드 송가를 만났다. 메이저 대회 단식 기록으로는 처음 8강 무대를 밟은 베르다스코는 첫 세트부터 자신감 넘치는 스트로크를 뿌렸다. 게임 스코어 6-6에서 타이 브레이크를 맞이한 베르다스코는 210km/h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서브 에이스와 코트 구석을 찌르는 두 손 백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생각보다 쉽게(7TB2) 고비를 넘겼다.

진정한 승부의 갈림길은 세 번째 세트 초반이었다. 송가가 공을 쥐고 서브를 넣은 두 번째 게임에서 베르다스코는 재치있는 톱 스핀 로브(키 넘겨치기)로 상대를 흔들리게 만들었고 그 기세를 몰아 네 번째 게임까지 따내며 4-0으로 앞서나갔다. 이렇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연거푸 내준 송가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세트가 된 네 번째 세트 첫 게임도 베르다스코의 멋진 두 손 백핸드 스트로크가 빛났다. 게임 스코어 5-2로 앞선 여덟 번째 게임에서 공을 쥔 베르다스코는 이 경기 일곱 번째 에이스를 반대쪽 코트 바닥에 뿌리며 2시간 47분간의 8강전을 끝냈다.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가 내딛은 또 한 걸음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사실, 페르난도 베르다스코가 일으키고 있는 이 바람은 이미 지난 해부터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대회는 아니지만 테니스 국가대항전으로 이름난 2008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에서 1인자 라파엘 나달이 부상으로 빠진 스페인을 4년만에 정상으로 끌어올린 주역이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스페인 스포츠 팬들은 축구에서의 유럽선수권(EURO 2008) 우승에 이어 겹 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는 또한 코트 밖에서도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 3라운드에서 아쉽게도 알리사 클레이바노바(러시아)에게 밀려나기는 했지만 지난 해 이 대회 준우승자이자 2008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챔피언에 오른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와의 열애설이 바로 그것. 애거시와 슈테피 그라프 커플에 이어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이 지난 해 말 세계 테니스 팬들의 가슴을 흔들어놓은 것이었다.

이어지는 경기에서 라파엘 나달(1위)이 프랑스의 시몬을 상대로 이길 경우, 베르다스코는 결승행 길목에서 라파엘 나달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여섯 번 맞붙어 역시 단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세계 최강의 상대라지만 이번 대회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베르다스코의 두 손 백핸드가 얼마나 빛날 것인가를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2009 호주오픈테니스대회 28일 결과 / 이름 옆 ( ) 안 숫자는 시드, TB=타이 브레이크.

★ 페르난도 베르다스코(14) 3-1[7-6{7TB2}/3-6/6-3/6-2] 조 윌프레드 송가(5)
- 이상 남자 단식 8강 토너먼트

★ 엘레나 데멘티에바(4) 2-0[6-2/6-2] 카를라 수아레즈 나바로
★ 서리나 윌리엄스(2) 2-1[5-7/7-5/6-1]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8)
- 이상 여자 단식 8강 토너먼트

◇ 4강 대진표
남자 단식 : 로저 페더러(2)-앤디 로딕(7) vs 페르난도 베르다스코(14)-나달(1)or시몬(6)
여자 단식 : 디나라 사피나(3)-베라 즈보나레바(7) vs 서리나 윌리엄스(2)-엘레나 데멘티에바(4)
베르다스코 송가 이바노비치 호주 오픈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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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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