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0)

― ‘우리의 꿈’, ‘우리의 말’, ‘우리의 교육현실’ 다듬기

등록 2009.02.16 15:23수정 2009.02.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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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우리의 꿈

 

.. 어릴 적 고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도심 하천은 이제 이룰 수 없는 우리의 꿈이 되는가? ..  《전수일-페놀소동》(작가마을,2008) 173쪽

 

 ‘하천(河川)’은 ‘시내’나 ‘시냇물’이나 ‘냇물’로 고쳐 줍니다.

 

 ┌ 이룰 수 없는 우리의 꿈이 되는가

 │

 │→ 이룰 수 없는 우리들 꿈이 되는가

 │→ 이룰 수 없는 우리네 꿈이 되는가

 │→ 이룰 수 없는 우리 꿈이 되는가

 └ …

 

 “우리 집”이나 “우리 오빠”처럼 쓰는 ‘우리’이지, “우리의 집”이나 “우리의 오빠”처럼 쓰지 않는 ‘우리’입니다. 그러나 나날이 ‘우리’ 쓰임새가 엉뚱하게 퍼지고 잘못 자리잡으면서, 올바르게 ‘우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사라집니다. 줄어듭니다.

 

 여느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 + 의’ 꼴과 같은 말투는 거의 못 듣습니다만, 지식을 다루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으레 ‘우리 + 의’ 꼴 말투를 듣습니다. 그리고, 지식을 다루는 사람들 글에는 어김없이 ‘우리 + 의’ 꼴 글투가 나타납니다.

 

 ┌ 이룰 수 없는 우리 옛꿈이 되는가

 ├ 이룰 수 없는 까마득한 꿈이 되는가

 ├ 이룰 수 없는 슬픈 꿈이 되는가

 ├ 이룰 수 없는 안타까운 꿈이 되는가

 └ …

 

 우리는 틀림없이 ‘우리’ 말을 합니다. ‘우리의’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나라는 ‘우리’ 나라이지, ‘우리의’ 나라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생각을 못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생각하는 줄기가 꺾여 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 말을 헤아리는 뿌리가 없는지 모릅니다. 뿌리는 없는 채 줄기만 콱 박았든지, 뿌리는 없으면서 꽃송이만 소담스레 얹어 놓았는지 모릅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우리들 말과 글을 가누는 길을 익히지 못할 뿐더러, 학교를 다니는 우리 스스로 우리가 주고받는 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는지 먼저 소매 걷어붙이면서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책마을에서 책을 만드는 이들이라도 책에 담기는 글이 알맞춤하고 아름답고 싱그러울 수 있게끔 다스리는 데에 좀더 눈길을 뻗치면 좋으련만, 책에 담길 글을 쓰는 사람들부터 자기 글이 한결 훌륭하고 알찰 수 있도록 마음을 쏟으면 좋으련만, ‘먹고살기’ 바쁜 나머지 ‘팔리는’ 책에 조금 더 마음을 빼앗기다 보니 제대로 된 말과 글로 여미어진 책으로 세상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데에는 젬병이 되어 버립니다.

 

 이리하여, 안타까운 모습이 우리 삶이 됩니다. 아쉬운 매무새가 우리 문화가 됩니다. 슬픈 모습이 우리 말로 굳어집니다. 엉터리 매무새가 우리 글인 듯 여기고 맙니다.

 

 

ㄴ. 우리의 말

 

.. 들어간다 해도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  《쿠루사(글),모니카 도페르트(그림)/최성희 옮김-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동쪽나라,2003) 22쪽

 

 “들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로 적기보다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나 “들으려고 하지 않을 테지”나 “들으려고 하지 않겠지”나 “들으려고 하지 않잖아”로 다듬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 우리의 말을

 │

 │→ 우리 말을

 │→ 우리가 하는 말을

 │→ 우리가 하려는 말을

 │→ 우리가 왜 그런 말을 하려는지를

 └ …

 

 우리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생각이거나 우리가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꿈이거나 우리가 품는 꿈입니다. 우리 집이거나 우리가 사는 집이고요. 우리 책이거나 우리가 읽는 책입니다. 우리 동네이거나 우리가 사는 동네입니다.

 

 

ㄷ. 우리의 교육현실

 

.. 우리의 교육현실이 친구가 되어야 할 학생들을 이렇게 갈라서게 만들고 있습니다. 분단이 멀리 있지 않다고 봐요. 우리 학생들이 친구와 갈라섬으로 ..  《천주교사회문제연구소-분단시대의 성찬과 평화》(일과놀이,1990) 24쪽

 

 “친구(親舊)가 되어야 할”은 “동무가 되어야 할”이나 “사이좋게 지내야 할”이나 “어깨동무를 해야 할”로 다듬어 봅니다.

 

 ┌ 우리의 교육현실이 (x)

 └ 우리 학생들이 (o)

 

 보기글 앞에서는 ‘우리 + 의’이지만, 뒤에서는 ‘우리’입니다. 앞에서도 “우리 교육현실이”로 적을 수 있을 테지요?

 

 → 우리 교육을 보면

 → 우리 교육은

 

 한 번 더 마음을 기울이면, ‘교육현실(現實)’을 풀어내어 “우리 교육을 보면”이나 “우리 교육은”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교육은”으로 풀어내도 되고, “우리가 하는 교육은”으로 풀어도 괜찮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9.02.16 15:23ⓒ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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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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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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