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생태계를 악마에게 맡기는 '파우스트의 선택'

[서평] 박병상의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등록 2009.02.17 15:27수정 2009.02.17 15:27
0
원고료로 응원
a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 책세상

과학기술자들이 자연법칙을 연구하여 내놓은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일까.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하고, 악한 얼굴로 보일 수 있다. 푸줏간 칼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흉기와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듯이.

푸줏간 칼처럼 사람들은 과학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이지, 칼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 생각할 수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과학기술은 푸줏간 칼을 벼르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유레카'를 외치면서 목욕탕을 뛰쳐나온 아르키메데스 시대도 아니다.


지금은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이 과학과 기술로 만나는 시대다.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사람에게 유익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돈과 패권을 위해 과학기술이 존재하는 시대이다. 그러니 우리 시대 과학기술을 선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본과 패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과학기술은 선한 유익을 누려야 할 소비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무시해버렸기에 선하지 않으며, 오히려 위험하다는 평가를 내린 박병상의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은 과학기술은 우리 미래를 장밋빛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생각을 돌아보게 한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사회적 합리성 없는 과학적 합리성은 공허하고 과학적 합리성 없는 사회적 합리성은 맹목적"이라고 주장했듯이, 의사 결정에 소비자가 소외되는 한, 과학기술이 미칠 영향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민주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한, 과학기술은 차라리 위험하다. (7쪽)

자본을 위한 과학기술은 '생명공학'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생명공학마저 뒤쳐지고 만다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처럼 생명공학은  유전자 조작으로 식량을 대량생산할 수 있고, 배아복제와 생명복제를 통하여 의약품을 만들고, 장기를 생산한다면 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21세기는 '생명공학시대'로 만들었다.

하지만 21세기 생명공학은 장및빛 미래를 가져다 줄것이라는 이 명제는 차라리 악몽이며, 저주라고 매완호(Mae-Wan Ho) 교수는 말했다. 박병상도 생명공학을 택하는 것은 후손과 이웃과 생태계의 생명을 악마에게 맡기는 '파우스트의 선택'이라 한다.


생명공학의 두 분야인 유전자조작과 생명복제에서 유전자 조작은 '안정성', 생명복제는 '윤리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안정성과 윤리문제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이 가져다주는 불평등까지 초래한다.

지역적 단작을 초래했던 녹색혁명에서 세계적 단작을 이끌어가는 유전자 조작 시대로 접어들면, 씨앗부터 자본에 예속되고 말 것이다. 씨앗에 맞는 경작환경과 경작 방법을 돈을 내고 도입해야 하고, 수확한 농작물을 어떻게 가공해야 좋은지에 대한 조언도 자본에게 머 조아리며 구해야할 것이다. (71쪽)


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유전자 조작이 이용될 때 우리는 씨앗부터 자본에 예속되고, 내 땅과 제철에 먹던 먹을거리를 문화를 한 순간 빼앗아 가버림으로써 문화까지 자본에 의해 용도 폐기시키는 생명공학은 비윤리적이며, 치명적인 불평등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선조들이 생명과 생태계를 물려 주었듯이 우리 후손들에게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생명과 생태계를 물려 주어야 한다. 자본이 추구하는 이익 앞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굴복하면 건강해야 할 후손의 생명을 '삭제'해버림으로써 우리 미래 세대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자본 때문에 현재 우리보다 더 악화된 불평등 세상을 물려줄 수밖에 없다.

생명 복제는 어떤가? 난치병과 불치병 치료를 위해 배아복제를 세포조직을 만든다면 과연 인류에게 질병없고, 오래 사는 꿈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생명복제 영역도 자본의 이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당연히 자본이 이익을 누릴 때 어떤 이는 불이익과 불평등을 경험한다.

자본과 있는 자를 위한 생명공학은 모든 사람을 먹을거리와 질병없는, 오래 사는 것을 인도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착취와 고통, 불평들을 잉태하는 세상이다.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까지 해한다.

생명 복제 기술은 생명에 여벌을 만드는 기술이라 요약할 수 있으며 그 기술은 지불능력이 충분한 기득권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한 생명 소외 현상은 극에 달할 것이다. 인간 복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은 이미 태어난 복제 인간도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엄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복제가 전제되는 인간의 생명은 더 이상 존엄할 수 없다.(139쪽)

결국 우리는 다른 길을 택하고 가야한다. 생명복제나 유전조 조작과 같이 현재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과학기술이 선동하는 황색 미래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는, 후손의 세대까지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은, 골고루 가난하게 그리고 느리게 살아갈 때 비로소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적게 누리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박병상은 제시하고 있다.

생명공학이 편의와 인류 복지로 채색한 화려한 과학기술적 삶이 아니라 전통이 묻어 있는 자연스러운 삶이므로 자식과 노후, 그리고 후손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168쪽)

덧붙이는 글 |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박병상 지음 ㅣ 책세상 펴냄 ㅣ 4,900원


덧붙이는 글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박병상 지음 ㅣ 책세상 펴냄 ㅣ 4,900원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박병상 지음,
책세상, 2002


#생명공학 #유전자 조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4. 4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5. 5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