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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의 일입니다. 지인이 점심을 먹자고 해서 선화동으로 나갔지요. 헌데 지인이 하는 말이 귀를 솔깃하게 했습니다.
"식당에 가 봤자 만날 그 밥에 그 반찬이고 값도 비싸니 바로 저기로 가는 게 어떨까?"
지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은 모 관청 건물이었습니다.
"저기는 공무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 아닌가요?"
하지만 지인은 젊잖게 들어가서 식권을 구입하면 누구라도 저렴한 값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지인과 함께 그 관청 건물의 1층 소비조합으로 들어갔지요.
2천원을 주고 식권을 한 장씩 구입해 직원식당이 위치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그 관청의 많은 공무원들이 줄을 서 배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식판을 들고 있던 저에게도 이윽고 배식이 되었는데 푸짐한 밥(자율적으로 퍼 먹는 밥이라서 많이 펐지요)에 더하여 입에 짝짝 붙는 반찬 또한 일미였습니다!
'공무원들은 참 좋겠다! 매일 이처럼 푸짐한 밥상을 고작 2천원에 먹을 수 있으니...!'
시중가격보다 반 이상이나 싼 '맛'에 매료되어 그 관청의 직원식당은 이후에도 몇 번을 더 갔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던가요? 하루는 1층에서 식권을 사려고 돈을 내미니 담당 여직원이 느닷없이 공무원증(證)을 제시하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최근 들어 직원들이 밥이 일찍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되어 구내식당에 앞으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규정 때문에..."
그처럼 직원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조사'한다는 것이었지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시쳇말로 '쪽 팔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는 수 없어 도살장을 피해 달아나는 소처럼 그 자리를 엉금엉금 피해 나올 수 밖엔 없었지요.
근데 소비조합을 나오던 중 설상가상으로 또한 공교롭게 그 관청에서 주사로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냐?"
저의 당혹감은 더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돈을 아낄 속셈으로 여기로 점심을 먹으러 왔다가 '쫓겨나는 거'라곤 차마 말 할 수 없었지요.
"응... 누굴 만나려고 왔다가..."
친구는 기왕지사 온 김에 밥이나 먹고 가라고 했지만 지인도 곁에 있었음에 차마 그럴 순 없었기에 사양했습니다. 그리곤 서둘러 그 관청을 빠져나왔는데 이후 다시는 그 관청을 찾지 않고 있지요.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전국의 각 관공서 직원식당마다 값싼 맛집을 찾아다니며 점심을 해결하는 이른바 '런치 노마드'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런치 노마드'는 점심(lunch)과 유목민(nomad)을 합친 신조어인데 점심 값을 아끼려고 인터넷으로 값싼 맛집을 검색하며 필사적으로 발품을 파는 20~30대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제가 보기로 요즘의 '런치 노마드'들은 본래의 의미에선 자못 퇴색된 저와 같은 빈궁한 서민들이 대세이지 싶습니다. 즉 어려운 경제형편인지라 다만 한 푼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찾는다는 얘기죠.
헌데 이마저도 이젠 자주 갈 수 없는 함정이 도처에 널려있는 듯 보여 마음이 안 좋습니다. 왜냐면 저의 실증적 경험에서도 보듯 각 관청마다 '정식직원'들의 밥이 줄어드는 때문으로 이방인이자 불청객인 '런치 노마드'와 우리네 같은 필부들에겐 아예 그들만의 공간인 직원 구내식당에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기류가 속속 감지되는 때문이죠.
급여의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화두가 현안으로 급부상하는 즈음입니다. 그래서 얘긴데 그런 건 관두고라도 관청의 직원식당에 일반인들도 들어가 값싸고 맛난 점심이라도 한 끼 해결하게 봐 주면 안 될까요? 즉 여전히 높은 관공서 식당의 문턱을 낮추면 안 될까 라는 주장입니다.
| 2009.02.26 11:0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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