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역사가 두 번 반복된다고 했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말이다. 어제 또 다시 불과 한 달 전의 역사가 반복되었고, 그것은 희극이었다. 지난 1월에 해머가 등장했다면, 어제는 조그마한 의사봉이 등장했다. 이 요술방망이를 세 번 내리치면,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는 국회법이 상정된다.
고흥길 위원장은 희극대사를 외쳤다.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합니다'. '땅땅땅' 의사봉을 잡은 채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흥길 문과위 위원장의 모습은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게다가 의사봉을 두드리기 전에 '오늘은 우황청심환을 준비하지 않았다'라는 진지한 농담까지 날려주셨다. 이제 개그콘서트의 나쁜 남자라도 나와서, '오다 주웠다!' 라며 우황청심환을 건내 줘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이것이 민주주의를 참으로 웃긴 일로 만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이 한명의 비장한 대사와 의사봉을 치는 것으로 만들어졌다니, 민주주의가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는가?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보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좌절감을 안겨준다. 정치는 국회의원의 '장난'정도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 말도 여의도에서의 장난 때문에 나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일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믿기 힘들 것이다.
이것이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패배주의를 낳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한나라당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항상 '국민들이 우리의 정책을 잘 몰라서,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데에는, 사실이 아니라, 그의 소망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날치기로 하는데, 국민들이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요즘,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국회폭력방지법을 제정하겠다는 한나라당의 광고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지난 IMF국회 상정 때,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해머를 든 사진을 박아 넣었다. 그러나 국회폭력방지법이 아니라 국회날치기방지법이 한참 전에 제정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것을 사진이 아니라 지난 역사를 훑으면서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회를 지금까지 지배해왔던 한나라당 선배들의 역사 말이다.
한나라당의 원조인 자유당은 이승만 독재정권의 거수기가 되기 위해 태어났었다. 이승만은 1월 18일 재선에 용이하기 직선제와 국회양원제 개헌안을 제출했다가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그러자 자유당을 창당하는 한편, 야당 국회의원들이 타고 있는 버스를 기중기로 통째로 들어서 연행한다. 그리고 국제공산당과 결탁했다는 이유로 구속한다. 그리고 52년 7월 4일 발췌개헌안을 야당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163명 찬성, 기권 3명으로 통과시킨다. 군대에 의해 국회가 포위된 상태였다. 한나라당은 태초부터 날치기정당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이런 날치기조차 귀찮았는지, 주인만 바꾸어 박정희와 전두환 독재정권의 거수기 노릇만을 하였다.
그리고 희대의 사건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크리스마스의 축복이 재앙으로 만든 1996년 12월 26일의 일이었다. 크리스마스 휴일 바로 다음날인 1996년 12월 26일 새벽 5:00쯤 한나라당의 선배격인 신한국당의 154명의 국회의원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모였다. 물론 야당의원은 단 1명도 없었다. 그리고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포함한 11개 법안은 단 7분 만에 통과시켰다. 그리고 12월 31일 대통령 김영삼은 국회의장 김수한이 국회에서 이송해 온 날치기 법안을 통과시켰다. 어제 한나라당의 만행은 자랑스러운 선배들의 역사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배운 것이다.
과거의 비극의 역사가 현재의 희극으로, 아니 막장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소위 'MB악법'이라 불리는 다수의 주인공들이 여의도에 출연하고 있다. 그러나 결말은 관객의 입장에서 결코 웃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이 이 무대에 참여하여야 한다. 그리고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언제나 국민들의 저항으로 가능했다. 우리의 시나리오로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벌이는 막장드라마를 끝장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에도 송고햇습니다.
| 2009.02.26 14:1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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