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골목을걷다 이매진
▲ 골목을걷다
| ⓒ 이매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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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구라는 도시를 잘 모른다. 지금껏 대구에 갔던 적도 단 한번뿐이다. 그것도 대학교 1학년 때, 전주에서 경주를 가려는데 직통버스가 없어서 잠시 경유했던 곳이 대구였다. 대구와 나의 인연은 그게 전부였다.
대구에는 친척도 없었고 친구도 없었다. 부산과 경주만 해도 자주 갔었는데 이상하게 대구와는 소원했다.
며칠전 <골목을 걷다>라는 책을 읽었다. 읽기 전에는 전국에 퍼져있는 독특하고 기발하고 재미있는 골목들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리고 첫 장을 펴는 순간 잠시 당황했다. 이 책은 대구의 골목이야기였다.
대구사람이거나 대구에 산 경험이 있었다거나, 대구에 애틋한 추억이 있거나, 대구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면 모를까. 가본 곳이 대구터미널 그것도 40분. 그것이 대구에 관한 추억전부인 나에게 실핏줄처럼 세세하게 나온 대구의 골목이야기는 그다지 공감가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책의 머리말격인 '로컬퍼스트가 골목으로 간 사연'을 읽어내려가면서 조금씩 흥미가 생겼다. 이 책을 지은 사람은 영남일보 기자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골목탐사팀'이다. 그들은 그들을 '로컬퍼스트(Local First)'라 부른다. 지역이 변방이 아니고 미래로 나아가는 중심이며 희망의 근거라고 외치는 이들이다.
'골목학파' 여섯명이 뭉치다
원래 영남일보의 한 칼럼에서 시작했던 글에 기자 여섯 명이 취재와 보완, 수정을 더하여 이 책을 완성했다. 아닌 게 아니라 책을 읽다보면 그들이 들였을 발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금은 사라져 흔적도 없는 지난 역사의 현장을 더듬어가며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꼼꼼이 기록했다.
도시의 대동맥역할을 하는 큼직큼직한 대로를 먼저 훑은뒤 대로 뒤편에 차곡차곡 쟁여있는 골목의 이야기를 참 맛깔스럽고 자세하게도 풀어냈다. 치밀한 현장취재와 조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작업이다.
약재상, 음식점, 공구점, 점포, 교회, 쌀집, 약국, 병원, 세탁소 등 골목골목마다 그들의 삶의 체취가 묻어나는 정겨운 장소들에는 담장 밑에 피어나는 소박한 들꽃처럼 오랜세월 그 곳을 지켜온 뚝심과 인내, 소박함이 깃들어있다. 여느 도시의 골목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친근한 풍경이다.
그러나 그들도 이제는 모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쇠락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때는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이곳을 취재한 기자들은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긴 어찌 대구뿐이랴.
'골목마다 특유의 향기가 콧잔등을 자극하는 덕산동 골목. 시간이 갈수록 그 향이 사라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골목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토해낸다'(107쪽)
이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단연, 골목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사람이 빠진 문화와 역사란 있을 수 없다. 현재에도 그 골목을 지키며 살고있는 그들은 역사의 생생한 산 증인이었다. 그들의 삶 자체가 대구의 현대사였다. 운동권 학생들에게 밥을 먹이며 숨겨주었다는 한 음식점의 주인할머니, 한 자리에서 45년간 쌀집을 해왔던 한 주인아저씨, 축음기로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감상실의 아흔살의 사장…. 골목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유산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흔했지만, 갈수록 보기힘든 골목길
필자단이 내린 골목의 정의는 과거의 역사 혹은 이야기가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며 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차가 다니지않는 곳이라기 보다는 '차가 다니기 어려운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동감한다. 내 나름대로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가다가 쭈그리고 앉아 쉬어도 근천스러워보이지 않는 곳 정도?
앞으로 이러한 골목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 지역별로, 구별로, 동별로 아주 상세하고 세밀한 골목지도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누가 대신해줄 일도 아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해야할 일이다. 걸으면 알게되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진리다. 노란 가로등이 켜있는 골목길을 누군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싶다는 게 너무 흰소리가 되어버린 세상이 된 것일까.
또 하나. 이 책으로 인해 대구가 한걸음 살갑게 다가오게 되었다. 그것도 하나의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대구의 동산을 가고 싶다. 고풍스러움과 이국적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있으면서 20세기 선교사들의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그리고 교동시장의 먹자골목에서 '빨간 오뎅'도 한번쯤 맛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1. 골목을 걷다/ 김기홍,이애란,정혜진 글, 이지용 사진/ 도서출판 이매진/2008
2007~2008년에 나온 ‘희망제작소 지역희망찾기’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입니다.
| 2009.02.27 09:4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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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다
남성훈 지음,
계수나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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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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