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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들, 승부차기 할 때는 아이팟을 챙겨라?

맨유 골키퍼 벤 포스터, 승부차기 직전 아이팟 동영상으로 상대 분석

09.03.04 09:19최종업데이트09.03.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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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포스터의 아이팟 사용 논란을 보도하는 영국의 <타임즈> 홈페이지 ⓒ Times


축구 경기에서 승부차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골키퍼가 한가하게 애플사의 휴대용 영상기기 '아이팟(iPod)'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감독과 코치들은 물론이고 떨리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축구팬들로부터 온갖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벤 포스터는 비난은커녕 승리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열린 잉글랜드 칼링컵 결승전에서 맞붙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는 연장전까지 치르고도 0-0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하자 결국 마지막 수단인 승부차기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벤 포스터는 음악을 들을 때, 혹은 영화를 볼 때나 사용하는 아이팟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로 토트넘이 지난해 UEFA컵 16강전에서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과 치렀던 승부차기 동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코치 에릭 스틸이 이날 경기가 승부차기까지 갈 것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한 아이디어였다. 

1년 전 승부차기에서 왼쪽 방향으로 공을 찼던 제이미 오하라는 토트넘의 첫 번째 선수로 나와 이번에도 또 다시 왼쪽으로 공을 찼고, 동영상을 통해 이를 확인했던 벤 포스터는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왼쪽으로 몸을 날려 오하라의 슛을 막아냈다.

승부차기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슛을 막아내며 상승세를 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결국 4-1로 승리하며 칼링컵 우승을 차지했고 그동안 후보의 설움에 시달렸던 벤 포스터는 영웅이 되었다.

영국의 <타임스>는 '지금까지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독일대표팀의 골키퍼 옌스 레만이 상대팀 선수들이 그동안 페널티 킥을 어떤 방향으로 찼는지를 적어놓은 쪽지를 양말에 넣어둔 것이 최고의 준비였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수준을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영상기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각 팀들이 경기 도중 리플레이 영상을 확인한 뒤 심판의 오심에 대해 항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 상대팀 분석까지 막기 위한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 역시 "이날 경기에서 규정에 위반된 것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별도의 조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현지 축구팬들 역시 "선수가 상대를 분석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휴대용 영상기기의 사용목적을 놓고 FIFA가 더욱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논란의 불씨를 남겨놓았다.

벤 포스터 아이팟 승부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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