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채식주의자, "너무 슬퍼요!"

"음식이 곧 의술이요, 음식이 곧 즐거움이다"

등록 2009.03.15 12:27수정 2009.03.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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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야채만두

야채만두 ⓒ 임현철

야채만두 ⓒ 임현철

"이제 제 맘 알겠어요?"

 

영화 <워낭소리>를 보던 중, 아내가 귓속말로 속삭이더군요. 그 속삼임에는 '맑고 애처로운 '소 눈'을 보고도 육식을 하고 싶냐? 나는 이래서 채식한다. 그러니 이해해라'란 뜻이 담겨 있었지요.

 

아내의 채식을 이해하지만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은 육고기를 먹지 않아도 식구들을 위해 요리는 만들거든요. 그런데 간이 짠지 싱거운지, 요걸 맞추질 못합니다. 채식주의자니 육식 국물 맛보는 걸 피하는 거죠.

 

"어때 간이 짜? 싱거워?"

 

자신도 답답해합니다. 혀에 살짝 대기만 하면 그만일 텐데 말입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맛보면 되잖아요"라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먹어보면 기막히게 간이 맞습니다. 정말 신통방통입니다.

 

a  야채만두를 만들고 있습니다.

야채만두를 만들고 있습니다. ⓒ 임현철

야채만두를 만들고 있습니다. ⓒ 임현철

 

"음식이 곧 의술이요, 음식이 곧 즐거움이다"

 

13일, 생명산업공학을 전공하는 최명락 교수(전남대)를 만났습니다. 돌산 갓김치를 십여 년 간 연구 중이고, 식품과 건강에 대한 전문가여서 한 수 배우려고 찾아 갔었지요. 이야기 중, 오래된 통계 하나를 꺼내 보여주더군요.

 

육식을 즐기는 서양 사람과 채식을 즐기는 동양사람 비교가 확연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지방 섭취량과 유방암과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냈는데, "사망률이 높은 곳은 유럽 국가들이, 낮은 곳은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더군요.(아래 그림 참조)

 

"채식은 신체ㆍ정신 건강은 물론, 환경ㆍ사회정의와 지속가능한 소비에 높은 가치를 두고 생활하는 현명한 사람들의 새로운 식습관이다."

 

그러면서 "의식동원 식낙동원(醫食同源, 食藥同源) '음식이 곧 의술이요, 음식이 곧 즐거움이다"라더군요. 그동안 채식하는 아내에 대해 개인 성향이라 가타부타 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군말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르죠. 제가 채식으로 바뀔지….

 

a  지방 섭취량과 유방암과의 관계.

지방 섭취량과 유방암과의 관계. ⓒ 임현철

지방 섭취량과 유방암과의 관계. ⓒ 임현철
a  야채만두 만들기

야채만두 만들기 ⓒ 임현철

야채만두 만들기 ⓒ 임현철

 

"왜 내가 좋아하는 야채 만두를 안 먹냐고요?"

 

각설하고, 채식하던 아내가 부러워했던 게 있습니다. 다름 아닌 '만두'였습니다. 식구들이 만두 먹을 때, 아내는 옆에서 속은 먹지 않고 '피'만 떼어 먹었지요. 그럼 "깨작깨작 먹으려거든 아예 먹지마라"고 타박했지요.

 

그럼 아내는 "나도 먹고 싶은데, 왜 만두에 '꼭' 고기를 넣느냐, 왜 콩이나 비지를 넣고 만든 만두는 없냐!"며 발끈했지요. 이때만 해도 만두가 그렇게 먹고 싶었는지 상상하지 못했지요. 그런데 결국 아내는 채식 만두 먹는 꿈을 '기어이' '스스로' 이루고 말았지요.

 

"우리 만두 만들어 먹게 다 오세요. 만두 속은 두부 의깬 것과 양파 다진 것, 숙주나물, 묵은 김치 등을 넣었습니다. 자~, 우리 모두 채식 만두를 만들어봅시다!"

 

이 때, 만두피를 계란 흰자로 붙이는 걸 처음 알았지요. 만두 속을 너무 많이 넣어 옆구리가 터져도 만드는 게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만두를 쪘지요. 문제는 여기에서 생기더군요. 한 개 먹던 아이들, 바로 외면하더군요. 그걸 보고 있던 아내 장탄식을 하대요.

 

"와, 너무 슬프다. 여보, 너무 슬퍼요. 왜 내가 좋아하는 야채 만두를 안 먹냐고요?"

 

미안했지만 '육식 만두'에 길들여진 저와 아이들 입맛에는 '아니'였지요. 착한 식습관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닌가 보더군요. 어렸을 적, 기르던 소와 개 잡아먹는 걸 본 이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육식을 거부(?)했다던 아내.

 

근데, 정말 야채 만두 같이 안 먹은 게 그리 슬펐을까요? 같이 먹지 않아 슬펐다대요. 주부는 같이 먹어 주는 게 '최고'라네요. 주부는 그게 행복이라는데…. 혹, 당신은?

 

a  찐 야채만두.

찐 야채만두. ⓒ 임현철

찐 야채만두.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9.03.15 12:2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채식 #착한 식습관 #워낭소리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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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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