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용,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

당연지정제 유지, 과연 가능할까?

등록 2009.03.17 20:41수정 2009.03.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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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의 여파로 고개를 숙인 '의료 민영화' 시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영리 의료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의료 부분 규제 완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의료 선진화를 이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여름에 일었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대체형 민간 보험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기존 비영리 법인 전환을 불허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 대안으로 공공성과 경제성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걸까. 만약 진실로 그렇게 믿고 있다면 우리 정부는 너무 순진하거나 무능한 것이다.

 

 정부가 당연지정제 유지를 내세운 것은 반발을 고려한 '달래기 전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윤 추구를 골자로 하는 영리병원과 당연지정제는 양립할 수 없다. 영리병원이 당연지정제 아래에 있으면 필연적으로 이윤 창출에 제약을 받게 된다. 정해진 의료수가, 급여기준에 따른 진료 등이 그것이다.

 

이윤 추구를 위협하는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고 시장이 정상적으로 조성 될까? 장기적 전망으로 보자면 언젠가는 당연지정제가 축소되거나 급기야 폐지 될 것이다. 당연지정제에 조그만 예외라도 생기는 순간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당연지정제가 흔들릴수록 민간 보험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져 갈 것이고 이것은 곧 건강 보험의 붕괴로 이어진다.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소득의 재분배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건강보험이 붕괴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건강보험 붕괴에 따른 경제적 부담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수준 역시 낙후 될 가능성이 크다. 환자의 재력에 비례하여 의료서비스가 달라진다면 많은 이가 경제적 이유로 의료서비스의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 제도가 한번 붕괴되면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 제도가 붕괴되고 거대민간보험기업이 이윤의 정점에 위치할 경우, 그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지 때문이다. 현 정부가 모델로 삼았던 미국도 의료제도의 모순을 되돌리기 위해 끊임없는 진통을 겪고 있지만 쉽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지난 10일 구본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이 이런 발언을 하였다. "교육이나 의료 분야의 공공성이 강하다 보니 사업이 아닌 이념적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많아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 정부가 무엇에 중점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영리병원이 경제 활성화와 의료선진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리병원의 역기능은 인간의 기본인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경제만 살리면 된다.'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경제도 좋지만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2009.03.17 20:41 ⓒ 2009 OhmyNews
#영리법인병원 #영리병원 #의료민영화 #당연지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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