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처음으로 쓴 편지

아름다운 편지쓰기 대회 대상작은...

등록 2009.03.20 14:13수정 2009.03.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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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 핀 봄꽃 ⓒ 한솔


뒷산에 잠시 올랐더니 개나리를 비롯한 노란 봄 꽃이 배시시 웃는다. 이맘때가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일이라 유달리 개나리를 좋아하고, 초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서투른 글씨로 편지쓰기를 즐기시던 엄마가 많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어버이 날을 앞둔 문화예술행사는 지금 쯤 기획해서 계획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부서내 회의를 거쳐 기획안이 채택되고 결재 승인이 나면, 홍보 및 스폰서 물색 등 추진하는 것이다.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편지쓰기를 아이템으로 해서 사랑과 용서의 주제로 '아름다운 편지쓰기' 대회를 열었다.

말을 안하고 인내하고 살아온 어르신들의 가슴안에 쌓인 것들은 공같이 큰 실타래처럼 그렇게 많다. 풀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 그리고 용서를 빌고 싶어도 차마 얼굴을 보고 말을 하지 못하는 자식도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여건으로 부모를 본의 아니게 모시지 못할 때, 말로 하면 오히려 갈등이 생기고 서운함이 깊어지는 경우는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났으니까 말이다.

편지쓰기대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전직 교사의 멋진 웅변체에서부터, 장애인 자녀로 평생을 살면서 늘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살았던 분, 그리고 문학작가로 등단하신 분은 아들, 며느리, 손주, 아내 등 모든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너무 문장이 출중해서 좀 곤란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편지쓰기대회에서 뽑고자 하는 편지들은  빼어난 문학적인 문장이나 논리정연하게 사연을 풀어나간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툴고 삐뚤한 문장이라도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낸 것, 머리보다 가슴으로 적어간 것들이었다.


많은 편지들을 일단 반으로 추리고, 다시 추려서 뽑은 편지들, 고학력으로 논리정연한 글의 편지와 시인으로 책을 내셔서 수필문학에 가까운 글들은 우수작이 아닌 장려로 일단 분류했다.

우수작들 중에서 대상으로 뽑힌 편지는 사랑하는 딸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쓴 어머니의 것으로 딸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시집살이를 하면서 어려운 형편이라 고모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딸은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딸이 몸으로 하는 일을 하며 고생하는 것이 두고 두고 마음이 아프셨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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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처음으로 쓰는 편지 편지쓰기 대회 대상작 아름다운 편지 ⓒ 이영미


다시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예년처럼 편지쓰기 대회를 주최할 기획안을 쓰면서 주제가 무엇이 좋을까 고민중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나무와 나무사이처럼, 서로가 너무 붙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가 필요한 요즘이다.

서로의 그늘과 잎들을 공유하고 바람이 잘 소통할 만한 거리에서 평안하게 숨을 잘 쉴 수 있는 화목함을 위한 주제를 정하려면, 모니터북을 들고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서 우리들의 어버이들이 아쉽게 여기는 것들을 우선 탐문해야 하겠다.
#편지쓰기대회 #가족화목 #사랑과 용서 #편지쓰기주제 #엄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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