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연구소를 박물관으로 보존 '난항'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물류센터' 사용... 경기도 대체부지 제공 난색

등록 2009.03.26 10:36수정 2009.03.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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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양전파연구소

안양전파연구소 ⓒ 최병렬

안양전파연구소 ⓒ 최병렬

 

경기 안양시가 오는 2012년 이전.폐지되는 안양시 호계2동 전파연구소 안양청사를 (가칭)전파·통신박물관으로 보존할 것을 추진중이나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물류센터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강행하고 경기도가 대체부지 제공에 난색을 표명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서울체신청이 지난 2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물류사업설명회'에서 안양을 비롯 오산, 부평에 우체국 물류센터를 건립해 운송의 신속성과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서비스품질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체신청은 물류업체 CEO와 관계자 400여 명을 초청해 우체국물류사업의 청사진을 소개하면서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2012년까지 안양에 위치한 전파연구소와 부평에 수도권 우체국 물류센터를 설치 명품택배, 명품 국제특송을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정사업본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전파연구소 안양청사는 1만9296㎡ 규모로 부지 추정가액은 400억에 달하며 오는 2012년 이전하면 수도권을 담당하는 안양물류센터로 사용한다는 방침으로 이미 기본설계를 마치고 실시설계 발주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  안양시 호계2동에 자리한 전파연구소 전경

안양시 호계2동에 자리한 전파연구소 전경 ⓒ 최병렬

안양시 호계2동에 자리한 전파연구소 전경 ⓒ 최병렬

 

전파·통신기술 역사적 흔적들 사라질 위기

 

반면 안양시는 (가칭)전파·통신박물관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는 전파통신강국으로 불리며 최근 유비쿼터스 시대의 환경을 열어가는 있으나 우리나라에 관련 박물관 하나 없어 전파와 통신기술의 역사적 흔적들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대전에 충남 전기통신박물관, 논산 건양대학교에 아마추어무선 햄 장비들을 주축으로 하는 전파기술발달사관이 있으나 전파관련 기기들과 역사적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보관·관리하는 공공박물관은 없는 상태로 박물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양 전파연구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파연구 산실로 인공위성과의 교신에 이용됐던 것으로 알려진 대형 파라보라 안테나를 비롯 가종 대형 안테나들이 전파연구의 상징물을 대변이라도 하듯 우주를 향해 치솟아 있고, 원형건물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곳에서는 국내에서 제작되거나 외국에서 수입되는 무선기기와 통신장비들에 대한 형식승인을 해 왔다는 점에서 전파통신장비, 무전기, 삐삐, 핸드폰, 무선통신 등의 우리나라의 IT 통신기기 산업 발달사를 박물관의 테마로 잡을 가능성도 풍부하다.

 

a  우주를 향해 치솟은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

우주를 향해 치솟은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 ⓒ 최병렬

우주를 향해 치솟은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 ⓒ 최병렬

 

경기도, "대체부지 제공 어렵다" 난색 표명

 

이와관련 이필운 안양시장은 지난 2월 2일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실태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안양시 관내 공공기관들을 방문하던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전파연구소를 국내 최초의 전파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대체부지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시장은 "전파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처음 쏘아올린 인공위성과 교신을 하는 등 전파통신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소포우편센터로 변경할 계획이나 이곳을 국내에 없는 전파박물관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대체부지를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경기도는 안양시 건의를 받고 관련 대책회의를 한 결과 현재로서는 우정사업본부에 제공할 마땅한 대체부지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 전파연구소를 보존해 전파박물관으로 조성하고 싶어하는 안양시 계획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체신청 관계자도 24일 전화통화에서 "경기도가 전파연구소 안양청사를 보존하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는 있으나 (우리는) 우체국물류센터 인프라로 전환을 확정하고 이미 기본설계까지 마친 상태로 그것은 경기도의 희망사항일뿐이다"고 일축했다.

 

앞서 이필운 안양시장은 지난 2월 "안양전파연구소에 소포우편센터가 들어서면 현재 상습정체구간인 인근 도로의 교통문제는 심각할 것이 불보듯 뻔해 만약 인허가 요청이 들어올 경우 법적으로 진다 하더라도 내 임기중 내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바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파연구 산실 안양전파연구소

전파연구소 안양청사는 42년전인 지난 1966년 우리나라에서 전파의 중요성이 인식돼 전파관리국 산하에 전파연구소 직제를 대통령령(제2397호)으로 만들고 그해 10월 안양청사를 건립해 우리나라에서 전파연구 업무를 시작한 곳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높다.

이곳에서는 초창기 전파감시 업무를 시작으로 산업발달과 함께 전파자원 개발연구 및 기초연구, 전파환경보호 및 이용안전기준연구, 국가기술기준제정 및 인증제도개선연구, 무선기기 형식검정 등록 적합확인,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 및 ITU-R, WRC, EMC, CISPR 등 국제기구 활동과 연구동향분석 등 전파통신에 대한 업무가 진행되어 왔다.

특히 1968년 무선기기 형식검정과 전파예보, 1985년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 1990년부터는 정보기기 전자파장해검정업무, 1992년 본격적인 위성시대를 맞아 우주전파 관측 및 전자파표준시험 등 업무를 수행하고 1993년부터는 전파환경 연구를 실시해 왔다.

현재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부지내에는 태양의 흑점 폭발 등에 대한 정보를 위해 태양을 추적하는 안테나,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최고 사용주파수를 제공하는 전리츨 관측기 등 각종 대형 안테나 장비들이 우주와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2009.03.26 10:36ⓒ 2009 OhmyNews
#안양 #전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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