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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옥엽' 같은 장국영 하늘에서 '해피투게더'

고(故) 장국영 사망 6주기를 추모하며

09.03.31 21:17최종업데이트09.04.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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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년이 흘렀구나…."
"뭐가?"
"장국영이 죽은 지 말이야."
"아~, 그 자살한 홍콩배우 말이지?"
"……."

이제 20대 중반을 막 넘기 시작한 아내에게 장국영은 그저 옛날에 유명했던 홍콩의 한 연예인일 뿐이지만, 그가 출연했던 영화를 스크린에서 보고,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그의 CF에 열광하며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제게 장국영은 아름답게 남아 있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후반까지 홍콩영화 좀 봤다는 이들에게 장국영은 남다르게 기억되고 있을 것입니다.

장국영의 '맘보춤'을 기억하나요?

장국영의 대표작 중 한 편이자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는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 ⓒ 스폰지


장국영에게 열광했던 이들에게는 일종의 '집단기억들'이 있습니다. 영화 <천녀유혼>에서 왕조현과의 수중 키스 장면이나 <영웅본색2>의 공중전화부스에서 최후를 맞는 장면은 그 당시 수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또한 <아비정전>에서 거울을 보며 '마리아 엘레나'라는 곡에 맞춰 고독하게 맘보를 추는 장면은 누구나 한 번쯤은 따라 해봤을 법한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장국영이 모델로 활약했던 시리즈 형태의 초콜릿 CF에서 장국영이 비를 맞으며 자동차를 힘껏 내려치는 장면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물론 장국영이 단순히 명장면 속 주인공으로만 기억되는 배우는 결코 아닙니다. 홍콩느와르의 대명사 <영웅본색>에서는 형에 대한 애증이 짙게 드리워진 어둡고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최가박당5> <종횡사해>에서는 특유의 밝은 매력을 한껏 뿜어내며 코믹액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천녀유혼>에서는 귀신과 애절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이기도 했고, <금지옥엽>에서는 남장여자를 사랑하는 뮤지션으로 분하여 싱그러운 멜로연기를 펼쳐보이기도 했습니다.

장국영이 액션이나 멜로 상업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만은 아닙니다. 중국 5세대 감독의 대표주자 첸 카이거 감독과 <패왕별희> <풍월>을 함께 하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등의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진지하면서도 묵직한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영화 뿐 아니라, 가수로서도 뛰어났던 장국영   

<패왕별희>의 장국영 ⓒ 스폰지



이처럼 장국영은 액션, 멜로, 코믹, 공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또 상업영화, 작가주의영화, 사극, 현대극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천후 배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인, 관객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장국영이 더욱 추앙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영화배우로서 위상만큼이나 가수로서의 위상도 높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보다 영화배우로 더 인정을 받았지만 사실 장국영의 본업은 가수였습니다. 그는 83년 '풍계속취', 85년 '모니카'라는 노래를 대히트시키면서 톱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장국영이 스크린으로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도 가수로서 얻은 인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영화 <영웅본색1> <영웅본색 2> 주제가 '당연정', '분향미래일자', 영화 <풍월>의 엔딩곡 'A Thousand Dreams Of You' 그리고 CF로 유명했던 '투유' 등의 노래는 귀에 익습니다. 특히 '투유'는 CF가 방송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제 동생이 문구점에서 '투유' 피아노 악보를 사 와서 열심히 연습하던 기억이 납니다.

덧붙여 장국영은 노래도 좋았지만 적지 않은 노래를 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이 점 역시 장국영이 높이 평가되는 부분입니다.

그와 함께 한 80~90년대, 그 감동은 잊히질 않아

장국영은 죽기 전까지 배우와 가수로서 정상에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매력이 가장 잘 돋보이는 작품을 꼽자면 영화 <금지옥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 장국영이 피아노를 치며 비틀즈의 'TWIST & SHOUT'를 시원스럽게 부르는 장면에서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남장을 한 여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는 미묘한 심리변화를 탁월하게 연기해 천상 배우라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양성애자적인 영화 속 캐릭터는 실제 그의 삶과 교차되면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우와 가수를 병행했던 만능 엔터테이너들은 무수히 많았습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유덕화, 장학우, 여명, 곽부성 등 이른바 '4대 천왕'이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들 4대 천왕보다 장국영이 두 분야를 오가며 우리에게 전해주었던 감동이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2009년 올해는 장국영이 죽은 지 6년째 되는 해입니다. 만일 그가 살아 다면 만 53세가 됩니다. 하지만 80, 90년대를 장국영과 함께 지나온 이들에게는 미소가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오랫동안 아로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이제 다시는 그의 새로운 영화와 노래를 만날 수 없지만 그를 통해 울고, 웃고, 즐거워했던 순간만큼은 영원히 추억으로 남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울했던 현실을 벗어나려 하늘을 날았던 그가 하늘나라에서는 '해피투게더'하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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