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인의 산나물 사랑이 만든 행복

이재명의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 산나물 421가지

등록 2009.04.03 15:17수정 2009.04.0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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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내 아이는 베이징에서 살다가 한국에 왔지만 생물도감 책을 무척 좋아한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도 민물고기 등 생물에 관한 자료가 있는 책에 가장 큰 호기심이 있다. KT에서 일하는 이재명의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는 아이가 가장 좋아할 책이다. 아니 시골에서 자라난 나에게 너무나 정감있는 소중한 책이다.

 

a 이재명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 이재명이 글과 사진으로 정리한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는 산나물 421가지와 신선한 대화다

이재명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 이재명이 글과 사진으로 정리한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는 산나물 421가지와 신선한 대화다 ⓒ 조창완

▲ 이재명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 이재명이 글과 사진으로 정리한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는 산나물 421가지와 신선한 대화다 ⓒ 조창완

개인적으로 콘텐츠라는 단어를 모토로 삼고 십몇년을 살았는데, 이재명의 책이야 말로 "이것이 바로 콘텐츠다"라는 탄성을 낳게 한다. 자신의 일 만에 매몰되어 다른 취미가 없거나 유행에 따라서 움직이는 뭇 사람들이라면 이재명의 콘텐츠 만들기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20년간 발로 뛰어서 정리한 산나물 421가지의 기록인 이 책은 아주 친절하다. '가는 갈퀴나물'부터 시작해 나물 하나하나의 사진과 소개는 물론이고 조리해 먹는 법도 잘 설명해 두었다. 또 나물 이름 아래에는 그 식물과의 인연에 대한 소회를 적고 있어서 더욱 친근하다. "대반하(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무슨 소리를 들으려 귀를 기울이는 것인가. 남에게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적는 것을 보면 그는 시를 쓰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는데 이재명은 그 식물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제대로 불러주었고, 결국 사람들에게 와서 의미가 될 것이다.

 

가시엉겅퀴, 개불알풀, 고마리, 구름패랭이꽃, 까치수염, 꿩의다리아재비, 도꼬마리, 딱지꽃, 벼룩이자리, 뻐꾹채, 패랭이, 앵초, 잔대 등 어릴적부터 항상 같이 있었지만 이름을 몰랐던 친구들을 이제야 제대로 불러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애기똥풀 등 유독식물은 분리해서 후반에 넣어두어서 더 편하다.

 

"산나물은 캐는 것이 아니라 뜯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부록에서는 산나물 채취, 보관, 독초구분법, 조리법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산나물 축제도 알려주고 있다. 발문도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과 제주올레를 쓴 서명숙, 우리말 편지의 성제훈이 맛갈나게 써 주었다.

 

또 이 책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가는 지를 잘 알려주는 소중한 사례이기도 하다.

 

다음주면 아버님 제사를 위해 아이와 시골에 가야 한다. 이 책을 들고 가서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에게 시골에 얼마나 많은 나물 친구들이 있는지 자랑해야 할 듯 하다.

2009.04.03 15:17ⓒ 2009 OhmyNews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 산나물 421

이재명 글.사진, 서효원 감수,
환크리에이티브컴퍼니(환컴퍼니), 2009


#이재명 #산나물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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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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