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주말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를 소환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죽은 권력(노무현측)'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이명박측)'도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다.
민주당 "이상득·천신일도 조사해야"
송영길 최고위원은 13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죽은 권력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 검찰권이 엄정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이 정권의 부정부패 소지를 막는 것이 검찰에 주어진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송 최고위원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부탁을 받은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의 '로비창구'로 지목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이명박 후원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박연차의 '몸통'이 바로 두 사람이라는 얘기다.
송 최고위원은 "추부길이 이상득 의원에게 8차례나 전화를 시도했고 한두 차례 전화통화가 됐다는 것을 검찰이 밝혔고 정두언 의원도 만났다고 한다"며 "그런데 왜 소환조사도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신일 회장에 대해서도 그는 "박연차가 천신일에게 대선 기간 전후로 10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보도되고, 이명박 후보에게 30억을 빌려주었다고도 한다"며 "'대통령의 남자'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송 최고위원은 또 "천 회장은 당선 후 대한체육회 등 체육관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집권 이후 세종나모여행사, 나모엔터테인먼트, 나모인터렉티브, 태양광에너지사업체인 이너블루 등 12개의 계열사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며 "무슨 힘으로 천신일이라는 사람이 현 정부 설립 이래 사업을 확장했는지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추부길 "전화했다", 박연차 "10억 줬다"-이상득·천신일 "안 받았다"
민주당이 두 사람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검찰 수사결과와 두 사람의 해명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추부길 전 비서관을 수사한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이상득 의원에게 8차례 전화를 걸어 두 차례 통화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연차 회장을 모른다"고 밝혔다. 또 "박연차 탈세 사건과 관련해 추 전 비서관과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며 "내가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천신일 회장에 대해 검찰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전후해 두 차례에 걸쳐 3억원과 7억원씩 모두 10억원을 건네받았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천 회장은 "10원 한장 받은 게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렇게 서로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데도 검찰은 팔짱만 끼고 있다는 점이 민주당을 자극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과거 정권과 현재 정권에 대해 차별화된 수사가 진행된다든지, 과학적인 수사가 아닌 특정인의 입에 의존하고, 그것이 언론에 의해 증폭돼 보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든 것이 법과 제도에 의해서 제대로 밝혀지고, 국민이 진실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의 속도는 단거리 달리기를 보는 것 같은데,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핵심인 현 정권의 초특급 실세에 대한 수사는 달리기를 거부하는 선수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노 대변인은 또 "추부길과 전화를 했다고 하고 이상득은 전화를 안 받았다고 하는데, 검찰이 나서서 '전화를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면서 "이는 검찰이 이상득 의원이 대답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찰의 행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아첨"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더 지켜보면서 대응수위를 점차 높여갈 예정이다.
한편 4·29 재보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민주당은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입장을 내기가 어렵다"면서도 "현재까지의 진행상황만 보더라도 참으로 민망하고 국민 여러분께 어떻게 상황을 설명할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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