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가닥...'98년'상황 재현?

정부, PSI 전면 가입 가시화

등록 2009.04.13 20:53수정 2009.04.13 20:53
0
원고료로 응원

"안보리가 의장성명이든 공보문이든 우리의 평화적 위성발사에 대해 단 한마디라도 비난하는 문건 같은 것을 내는 것은 물론, 상정 취급하는 것 자체가 곧 우리에 대한 난폭한 적대행위이다.… 이러한 적대행위로 인하여 9.19공동성명이 부정당하는 그 순간부터 6자회담은 없어지게 될 것… 조선반도 비핵화를 향하여 지금까지 진척되어온 모든 과정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되고 필요한 강한 조치들이 취해지게 될 것" (3월 2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과 한 문답)

 

a  지난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이 발사되는 장면이 7일 오후 조성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이 발사되는 장면이 7일 오후 조성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 조선중앙방송 화면

지난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이 발사되는 장면이 7일 오후 조성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 조선중앙방송 화면

북한의 예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로켓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조치가 '의장성명'으로 가닥이 잡혔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11일(현지시각) 작성한 의장성명 초안은,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결의 1718호에 대한 '위반(contravention)'이라면서, 발사를 '비난(condemn)'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장 성명은 또 2006년 10월 15일 채택됐으나 곧 이어 재개된 6자회담과 그 다음해 2·13합의로 사실상 사문화된 1718호를 되살려내고 있다. 이 결의안 8항에 명시돼 있는  대북 제재 단체와 물품 목록을 24일까지 작성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형식은 '결의안'보다 무게가 떨어지는 '의장성명'이지만, 실제 북한에 대한 비난 수준은 예상보다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중국과 러시아가 큰 틀에서는 북한을 지원하면서도,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가시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예상이 많다. 이미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가 진행되고 있어 북한과 교역규모가 가장 큰 중국 그리고 미국이 직접적인 제재에 나서지 않는 한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데,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고 있고,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직접 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외교부 대변인 "PSI 참여 발표, 외교부에서 한다"

 

유엔에서 '의장성명'이 확정되면, 한국 정부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가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로켓발사를 유엔 안보리 '1718호'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을, PSI 전면가입의 근거가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만큼 그 조치를 봐가면서 조만간 PSI 참여 시점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 등 우방국들에게 우리 계획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PSI 참여 발표를 외교부에서 하는가, 청와대에서 하는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외교부에서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미 '강한 조치'들을 예고한 바 있다. 예상되는 북한의 대응은 ▲6자회담 거부, ▲남북해운합의서 무효, ▲서해상에 훈련지대 설치 등을 통한 충돌, ▲핵불능화 조치에 대한  원상 복구 등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구두로는 강하게 대응하겠지만,  장기적으로 6자회담 불참은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냉각기를 거친 뒤 중국의 중재를 통해 회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외교안보 전문가는 "서해에서 충돌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무력 충돌보다는 6자회담 불참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이것도 북미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서해에서 교전이 벌어질 경우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그 파장과 상황전개를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PSI 전면 가입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지난 달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PSI 참여에 대해 "선전포고"라면서 "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임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1998년과 유사한 상황... 한국정부 태도는 달라

 

이런 상황에서 참고가 될 수 있는 것이, 지난 1998년 북한의 '광명성 1호' 발사 이후 상황이다.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광명성 1호'를 발사하고 이어 9월 4일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회의를 열어 김정일 체제 1기를 출범시켰다. 같은 달 14일 유엔안보리는 '결의안' 채택에 실패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유감'이라는 의장성명을 내놨다. 큰 틀에서 현재와 거의 유사한 상황 전개였다.

 

몇 차례 북한과 협의를 한 미국 클린턴 정부는 이듬해인 1999년 5월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을 방북시켰다. 6월 15일 남과 북의 해군이 서해에서 맞붙은 '1차 연평해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결국 그해 9월 북한과 미국은 '미사일 회담'을 통해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고 미국은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한다는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였다.

 

'부시정부 8년'을 거치는 등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1998년과 현재의 상황은 상당히 유사하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 더 정확히는 더 높은 차원의, 더 우선순위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여념이 없는 미국도 큰 틀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자세이다.

 

당시와는 크게 다른 한 가지가 있다. 한국 정부의 태도다. 1998년의 김대중 정부는 북미 대화와 남북관계 경색 해결에 적극적이었지만,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그렇지 않다.

2009.04.13 20:53ⓒ 2009 OhmyNews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페리프로세스 #북한로켓발사 #PSI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4. 4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5. 5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