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역사의 현장을 찾아

2009 기장문화유적 탐방 길을 따라

등록 2009.04.15 11:28수정 2009.04.15 11:28
0
원고료로 응원
 

 

a

금수동 계곡 장안사가 있는 금수동 계곡은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물이 일품이다. 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곳이다. ⓒ 정근영

▲ 금수동 계곡 장안사가 있는 금수동 계곡은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물이 일품이다. 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곳이다. ⓒ 정근영

 부산광역시 기장문화원은 기장군청의 도움을 받아 기장군내 초중고등학교와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문화유적 탐방을 실시하고 있다. 2009년 4월에 시작하여 11월 말까지 계속할 이 행사는 자라나는 학생과 주민들에게 문화재의 소중함과 애향심을 높이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4월7일 일광초등학교 6학년 학생 40명을 시작으로 11월 24일 대청중학교 2-9반 35명에 이르기까지 28회에 걸쳐 실시할 계획이다. 연인원 1000여명이 이 행사에 참여할 계획으로 있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학교는 일광초, 교리초, 내리초, 기장중, 대청중 등이다.

 기장군은 이 행사를 위하여 직원용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기장문화원에서는 이방호 해설사(65살)와 황구 문화원 향토사 연구실 연구실장을 파견하여 문화유적탐방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을 맡고 있다. 기장문화 유적 탐방이 시작되는 첫날 일광초등학교 탐방단을 따라가 보았다.

 

 "기장은 삼한시대 동래와 더불어 거칠산국의 일부였습니다. 서기 505년에 신라에 병합되어 감화 양곡현이 되었으며 신라 경덕왕 16년 기장현이 되었습니다." 경찰에서 정년퇴직한 뒤 자원 봉사로 나선 문화재 해설사 이방호 씨의 해박한 문화지식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너무도 지나친 설명이 혹 아이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갈지 모르겠다. 관심을 보이는 학생도 많지만 더러 딴청을 보이는 아이도 보였다.

 

 기장군은 도시 안에 있는 유일한 군 지역, 즉 농촌지역이다. 기장군은 면적으로는 부산광역시의 3분의 1에 이르지만 인구는 8만여명으로 인구밀도가 낮다. 하지만 개발 가능성은 어느 곳보다 높은 곳이다. 기장군은 유서가 깊은 고장으로 다수의 문화재가 산재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37호인 장안사 대웅전을 비롯해서 기장 아이포 봉수대, 향교, 기장읍성, 척화비, 죽성리 왜성, 죽성리 해송, 남산 봉수대, 수리정, 철마선돌, 시랑대, 공덕비군 등이다.

 

 일광초등학교 아이들이 기장군청의 통근버스를 타고 처음 방문한 곳은 장안사였다. 장안이라면 당나라의 서울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어떻게 해서 이 작은 산골이 장안이란 거창한 이름을 얻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해설사의 설명으로는 신라 문무왕 13년(673년) 원효대사가 창건할 당시 이름은 쌍계사 였는데 애장왕이 다녀간 뒤부터 장안사로 부르고 이 지역의 이름 역시 장안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데 아마도 애장왕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대웅전 앞 석탑에도 극락전에 모셔둔 불상에도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 놓았다고 한다. 한 절에서 이렇게 두 곳이나 부처의 사리를 모신 곳도 없을 것 같다. 장안사 경내에는 대웅전 말고도 명부전, 응진전, 극락전, 산신각 등의 고건축물이 있어 문화유적으로서 가치가 있다.

 

 장안사 척판암에 얽힌 전설이다. 당나라 종남산 태화사에서 천여명 대중이 장마로 산사태에 파묻힐 것을 혜안으로 알게 된 원효대사는 이 곳 척판암에서 "신라의 원효가 판자를 던져 대중을 구한다"라고 쓴 현판을 던져 태화사까지 날려 보냈다. 이를 보려고 대중들이 법당을 뛰쳐나와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원효대사의 은혜로 목숨을 구하게 된 이들 천여명이 원효대사를 찾아와 제자가 되었다. 원효대사는 이들을 천성산 화엄벌에서 화엄경을 가르쳐 천명의 성인이 태어났다. 아니 이때 성인의 지위를 얻지 못한 여덟명은 경북 팔공산으로 가서 수도하여 성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전해질까. 하지만 진실 여부를 떠나 신라인의 웅지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런 웅지로 이곳을 장안이라 이름 붙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장안사가 있는 금수동 계곡은 맑은 물이 계곡을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골짝이다. 사시사철 이 아름다운 계곡을 찾아 늘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금수동 계곡 커다란 바위위에 금수동이란 초서가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다.

 

 아이포 봉수대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 지역 안에 있다. 보안지역이라 사진촬영이 금지 되어 있었다. 발전소 전망대 안에서 내려다보니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3,4호기 원자력 발전소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포 봉수대를 나와서 기장향교로 향했다. 한 때 유교가 국교였던 우리나라엔 234개의 향교가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부산엔 동래와 기장 두 곳에 향교가 있다. 이를 통해 부산의 역사가 깊지 못함과 동래와 기장의 역사 깊음을 동시에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자의 가르침이 바람처럼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붙인 강당 풍화루 밑으로 들어가니 향교의 본 건물 명륜당이 턱 버티고 있고 양쪽으로 당시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서재가 동서 양쪽으로 자리잡고 있다. 명륜당 뒤쪽에는 재성전으로 공자를 비롯한 유교의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문을 굳게 닫아놓았다. 기장의 뿌리 깊은 유교 문화가 이곳에서 샘솟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죽성리 왜성으로 갔다. 이 성은 부산시 지정 기념물이다. 조일전쟁(임진왜란) 당시 1593년 왜군 장수 구로다 나가마사가 쌓은 성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 왜군이 조선 명나라 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장기간 주둔하기 위해 남해안에 쌓은 성이라고 한다. 성벽의 길이는 1Km, 높이는 4m로 전형적인 왜성이라고 한다.

 

경사 70도의 성벽을 3단으로 쌓았다는데 이 지역사람들의 항거는 그렇게 강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가끔씩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데 여기서 저들 조상의 만행을 반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상의 침략야욕에 도취되는지 모를 일이로되 우리로서는 일본 관광객을 불러 관광수입을 얻는 것이 좋을 상 싶다.

 

 죽성리 해송은 여섯 그루의 나무가 한 개의 나무처럼 보인다. 그 아름다움이 속리산 정이품 송에 못지 않을 것 같다. 본래는 여섯그루였는데 태풍으로 한 그루는 말라죽고 지금은 다섯그루의 소나무가 어울려 한 나무같아 보인다. 수령은 약 250년에서 300년 정도이며 수관 폭은 30m 정도 된다. 음열 정월 대보름날에는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냈으며, 국가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국수당이 나무 아래 자리잡고 있다.

 

 기장 척화비는 대변초등학교 울타리 안에 있었다. 동네 청년들이 바다 속에서 건져내어 이곳에다 세웠다는데 본래 세워졌던 자리는 알 수 없는 것 같다. 비석 앞의 공간이 너무 좁아 길에서 울타리 사이로 비문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비석의 뒷면만 볼 수 있다. 비석 앞의 쇠울타리를 걷어내는 것이 관람에 더 좋을 것 같다. 부산 박물관이나 가덕도 천가 초등학교 안에도 척화비가 있는데 복사판 같이 똑같은 필적이다.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 데 싸우지 아니함은 화친함이고,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팔아 먹는 것이니 우리 자손만대에 경계한다. 병인년에 만들어 신미년에 세우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이 나라의 근대화를 가로 막았고 그 결과로 이 나라가 일제 식민지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았던가. 한 사람 무지한 지도자의 고집이 이렇게 큰 피해를 불러온 것임을 깨닫게 된다.

 

a

장안사 대웅전 기장군 장안읍 장안리 598번지에 있는 장안사 대웅전은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37호다. 장안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할 당시 쌍계사로 한 것을 애장왕(800-809)이 다녀간 뒤 장안사라 하게 되었다고 한다. ⓒ 정근영

▲ 장안사 대웅전 기장군 장안읍 장안리 598번지에 있는 장안사 대웅전은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37호다. 장안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할 당시 쌍계사로 한 것을 애장왕(800-809)이 다녀간 뒤 장안사라 하게 되었다고 한다. ⓒ 정근영

a

장안사 산신각 산신 신앙은 사실 불교와 상관이 없는 것이다. 불교가 토착화하면서 절안에 자리잡게 된 산신각은 이 나라 절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다. 산신은 호랑이를 말한다. 곰의 자손이 호랑이를 숭배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 정근영

▲ 장안사 산신각 산신 신앙은 사실 불교와 상관이 없는 것이다. 불교가 토착화하면서 절안에 자리잡게 된 산신각은 이 나라 절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다. 산신은 호랑이를 말한다. 곰의 자손이 호랑이를 숭배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 정근영

 

a

고리 원자력 발전소 방문 전광판엔 일광초등학교 학생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글이 떠 있다. 많은 학교에서 이곳을 방문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공부를 한다. ⓒ 정근영

▲ 고리 원자력 발전소 방문 전광판엔 일광초등학교 학생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글이 떠 있다. 많은 학교에서 이곳을 방문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공부를 한다. ⓒ 정근영

a

원자력 발전의 발전과정 공부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정근영

▲ 원자력 발전의 발전과정 공부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정근영

a

기장향교 세심문 마음을 씻는 곳인가. 세심문을 거쳐 향교 안으로 들어간다. ⓒ 정근영

▲ 기장향교 세심문 마음을 씻는 곳인가. 세심문을 거쳐 향교 안으로 들어간다. ⓒ 정근영

a

풍화루 향교 안에서 이방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기장향교의 역사공부를 하고 있다. 풍화루는 누각으로 공자의 가르침이 바람처럼 걸림없이 퍼져 나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 정근영

▲ 풍화루 향교 안에서 이방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기장향교의 역사공부를 하고 있다. 풍화루는 누각으로 공자의 가르침이 바람처럼 걸림없이 퍼져 나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 정근영

 

a

죽성리 왜성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쌓은 삼단의 성이다. 다시는 왜적이 이 나라 안에 자기들의 성을 쌓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 정근영

▲ 죽성리 왜성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쌓은 삼단의 성이다. 다시는 왜적이 이 나라 안에 자기들의 성을 쌓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 정근영

a

죽성리 해송 본래 여섯그루의 나무가 한 그루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태풍으로 한 그루가 말라죽어 다섯그루의 소나무가 어울려 한 그루 나무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국수당이 있어 풍어제를 지낸다. ⓒ 정근영

▲ 죽성리 해송 본래 여섯그루의 나무가 한 그루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태풍으로 한 그루가 말라죽어 다섯그루의 소나무가 어울려 한 그루 나무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국수당이 있어 풍어제를 지낸다. ⓒ 정근영

 이렇게 향토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산 공부가 아닐까. 기장군의 향토 역사를 주민들에게 가르치는 기장군 문화유적 탐방은 교육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덧붙이는 글 부산광역시 기장군과 기장 문화원은 기장군안의 단체와 학생들을 위해서 기장군 문화유적 탐방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4월 7일 일광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1월 24일 대청중학교 2학년 9반까지 천여명의 학생들에게 역사 현장을 찾아가 문화재와 역사 공부를 하게 되었다.
#기장군 #문화재 탐방 #체험학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