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결정 권리, 누가 교과부에 주었나

교과목 시행령 규정, 헌법 제 31조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어긋나

등록 2009.04.23 14:19수정 2009.04.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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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된 학교보건법에 따라 2009년 3월 1일부터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보건교사에게 보건교육을 받게 된다. 지난 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보건교육과정고시를 통해, 재량활동 시간을 통해 17시간 이상 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발표했고,  보건교육시간에는 인정도서를 사용하게 된다고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은, 쉽게 말해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어느 학교, 어느 지역에 다니든지 동일하고 평등하게 교육받아야할 내용에 대하여 규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법을 어기고 지역마다 학교마다 사정에 따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인 보건교육과정을 변질시키고 있어 안타깝다.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 시내 A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장이 교과서를 한 학급만 구입하여 전체 학년이 돌려보도록 결정하는가 하면, 경기도 B 중학교에서는 강당에서 전체 학생을 모아 한꺼번에 수업하고, 17시간 이상 수업한 것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려 했다고 한다. 의무교육과정인 초등학교 중학교는 마땅히 보건교육을 받는 전체 학생에게 보건교과서를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도 아닌 교과서 예산을 삭감해 곤혹을 치루고 있는 지역도 있을 정도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이렇게 편법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과정 결정의 권리가 교육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 등 국민 대신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청, 학교 등 교육공급자에게 있다고 보는 데 그 까닭이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 제 31조 제 6항은 "학교 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학교교육제도와 그 운영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교육제도의 핵심 내용인 교육과정에 대하여 법률로 정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국민의 합의로 입법되는 "법률"이 아니라 주무부처장관이 정할 수 있는 "시행령"으로 담겨있다. 즉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을 협의하고 개선하는 법률로 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만이 교과목 신설, 폐지 등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 국민들은 왜 교과목이 이렇게 많아지는지, 왜 일부 교과만이 입시 주요과목으로 규정되어야하는지,각 교과목에서는 어떤 교육내용을 가르치고 배워야하는지 그 이면을 따지고, 규정할 권리가 애초부터 차단된다. 물론 교육과정심의회 등을 두고 의견은 수렴하나, 교과부가 미리 정한 교육과정에 대해 의견을 수렵하는 것이고, 최종 결정은 결국 교과부장관이 하는 것이니, 교육과정이 탄력적으로 변화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보건 선생님들과 보건교육과정을 연구하면서, 텍사스 교육과정을 보고 놀랐었다. 미국에서는 교육과정을 법률로 정해, 그 교과목에서 가르쳐야할 목표, 교육 내용 등을 모두 규정하고  있었다. 국민들이 교육과정 입법 과정에서 얼마든지 왜 그 교과가 필요한지, 어떤 내용으로 가르칠 것인지 등 교육과정 결정에 대한 권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텍사스 주는 또한 일례로 학부모, 교사 등으로 구성된 지역성교육위원회가 있어, 교육과정 목표가 올바른지, 수준은 학생들의 발달 과정에 적합한지, 협의를 통해 개선책을 결정하고, 이듬해 시행될 교육과정에 적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결정의 권한을 갖는 국민, 즉 학부모는 일년 내내 성교육과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녀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학습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개선을 위한 고민, 교육과정 결정의 진실부터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어느 아이가 '우리나라가 최빈국도 아닌데, 왜 교과서를 돌려봐요?"라고 묻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가,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상이라니, 자꾸만 두통이 몰려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보건교과 #학교보건 #보건교육포럼 #보건교사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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